▲<더 커다란 대포를>
한림출판사
모든 면에서 이기지 못한 임금이 마지막 옮기기 쉬운 가벼운 대포를 겨룰 때, 여우의 대포가 더 가벼워서 하늘로 날아갔는데, 순식간에 나뭇잎으로 변해버렸다. 알고 봤더니 그것은 여우가 나뭇잎에 마법을 걸어서 만든 가짜 대포였던 것이다.
여우에게 속아 화가 난 임금이 대포를 쏘았지만 작게 만든 대포에서 나온 대포알은 강물에 퐁당 빠지고 여우들은 달아난다. 임금에게 남은 것은 온갖 기묘한 모양의 대포들 뿐이었다. 허나 이것들을 버릴 수 없다고 여긴 임금은 그걸 반으로 갈라서 욕조로 사용한다. 임금은 이제 더 이상 대포를 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책 뒷면에 화려한 대포 욕조에서 여우들과 함께 반신욕을 즐기는 임금과 부하들 모습은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이다. 크기 대결에서 화려함과 기괴하고 재미있는 대포를 겨루는 장면에서부터 이 그림책의 재미와 풍자가 빛을 발한다.
강물에 사는 물고기를 함께 나눠 먹으면 되는데 여우가 좀 먹었다고 별거 아닌 일에 자신이 가진 대포를 쏘아 버리는 임금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강대국을 상징한다. 이에 맞선 여우의 마법은 더 강력한 무기를 갖기 위해 경쟁하는 일이 떨어지는 낙엽처럼 허무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아이들이 전쟁 공포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해법은, 뛰어난 정부 고위 관료 몇 명에게서 보다 사드 배치와 같은 무기 경쟁을 멈추고 평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나온다. 상대를 힘으로 제압해서 얻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그때의 고요함만큼 폭력적인 것은 없다.
핵이 떨어질까 봐 눈물을 떨구던 주혁이는 다음 날 일상이 유지되자 안정을 찾았지만 비행기 소리가 나면 흠칫 놀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동생에게 "핵이 오면 형이 막아주겠다"며 손을 꼭 잡고, "둘이 함께 있으면 안 무섭다"고 말하는 멋진 형이다.
이 아이들이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며 다른 세상으로 여행하는 평범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도 여우의 마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더 커다란 대포를
후타미 마사나오 지음, 김현주 옮김,
한림출판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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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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