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1일부터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 동부캠퍼스 정문앞에서 파업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의 비닐천막 농성장.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석철
그동안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의 도시 울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속속 회사측과 협상을 마무리 짓고 일터로 복귀했다.
이들은 이번 대선 때 문재인 후보에게 고통을 호소했고 문재인 후보는 먼저 손을 내밀고 "같이 노력해 봅시다"라며 이들을 격려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보인 친서민 행보는 협상 타결에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유독 울산의 주력인 현대중공업그룹의 노사는 쉽사리 타협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인 울산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2014년 6월 11일부터 파업농성을 시작한 후 3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 대학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중이다.
또한 현대중공업노조는 회사측과 올해 임금협상은커녕 지난 2016년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까지 타결을 짓지 못하고 갈등 상태에 있다. 특히 지난 31일 현대중공업 새 노조위원장에 현 노조 집행부 현장조직인 '분과동지연대회의' 소속 박근태 후보가 당선되면서 지역계에 더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연이어 노사간 협상 타결이 진행되는 울산에서 유독 현대가만 노사 간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울산과학대와 현대중공업의 실질적인 오너 정몽준 전 이사장과의 앙금이 문제울산과학대학 청소노동자들은 3년 전 농성을 시작하면서 시급 6000원과 상여금 100%를 요구했다가 오히려 현재 대학 측의 가처분 신청으로 1인당 1억 원에 가까운 벌과금에 가압류까지 당한 상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최저 시급 1만원을 향하여 가고 있다는 점에서 울산과학대 문제는 임금문제를 제외한 뭔가 다른 속사정이 있을 듯하다.
우선 울산과학대의 모체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실질적인 사주로 통하는 정몽준 전 이사장과 청소노동자간의 감정 악화를 들 수 있다.
지난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전 이사장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의 상경 항의 시위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김순자 울산과학대노조 지부장 등 조합원들은 피켓을 들고 서울 시민들을 향해 정몽준 후보를 공격했다. 이를 두고 정 전 이사장이 크게 분노했다는 전언이다.
현대중공업노조도 마찬가지다 정몽준 전 이사장이 지난 2015년 8월 "부패문제 청산하겠다"며 FIFA 회장 출마를 선언하고 도전에 나섰을 때 현대중공업노조는 그해 10월 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로 가서 임단협 협상 및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와 하청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할 계획을 밝혀 논란이 인 바 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조합도 동참 뜻을 밝혔다.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현대중공업노조의 이같은 계획을 두고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관련기사 :
김무성 "정몽준 FIFA 회장 출마 저지는 국제 망신")
김무성 대표는 "정몽준 국제축구연맹 명예부회장이 FIFA 회장으로 당선되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큰 의미가 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성원하고 힘을 보태면 선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초당적 지원을 부탁드린다"면서 노조를 비난했다. 이는 당시 정몽준 전 이사장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