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평등 헌법'에 반대합니다?

보수기독교, 다양한 차별을 선동하다

등록 2017.12.11 17:30수정 2017.12.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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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1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국민주도 성평등 헌법 개정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1월 21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국민주도 성평등 헌법 개정 토론회’가 열렸다참여사회

10차 개헌을 위해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꾸려지고 본격적으로 개헌을 향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에 발맞춰 여성계에서는 '성평등 개헌'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특위 구성원 36명 중 더불어민주당의 권미혁, 이재정, 전현희, 진선미 의원을 제외한 32명은 모두 남자다.

한국 국회가 여전히 '아재정치' 판이다 보니 특위의 성비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더라도, 자문위 구성 역시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총 50명의 자문위원 중 여성 비율은 10%에 그친다. 이런 와중에 '성평등 개헌'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까?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

하지만 성평등 개헌을 위한 토론회나 포럼이 열리는 등 특위와 자문위 안팎에서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덕분에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서의 개헌에 주목하고, 더 많은 목소리가 등장하고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기대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숙의 민주주의'의 의미일 터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특위나 자문위 안에서의 성비 불평등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바로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 때마다 나타나서 분탕질하는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다.

기독교, 차별에 찬성합니다?

지난 10년간 보수 기독교계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무산시켰고, 여러 지자체의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했으며,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 역시 방해했다. 그렇게 공공연하게 '차별에 찬성'하는 것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도대체 왜 "대한민국 최초로 국민, 국회, 정부 3주체가 함께 만드는 헌법의 장"(정세균)에 등장하는 것일까? 놀랍게도 그것은 '성평등 개헌'을 막기 위해서다. 구실로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평등을 의미하는 '양성평등' 조항을 '성평등'으로 개정할 경우 양성 간 결합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건강한 가정의 기본 틀이 무너진다", "성평등 개헌은 동성애와 동성혼을 조장한다"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들이 반대하는 것은 사실 성평등만은 아니다. 최근 보수 기독교계는 '차별금지조항'에서 '인종'을 빼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수 기독교계는 '인종차별금지'를 '이슬람 차별 금지'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종차별금지가 이슬람 문제를 비판하는 것을 금지해왔음을 기억하라"고 책동한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들 안에서 정말 이상한 것은 한 종교가 다양한 차별을 선동한다는 사실 그 자체는 아니다. 인간의 역사 안에서 종교가 혐오와 배제를 바탕으로 내부결속을 다져왔음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그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 나라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그 자리에 보수 기독교가 강력한 영향력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2014년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을 떠올려보자. 보수 기독교는 일반원칙 4조의 내용을 들어 서울시민인권헌장이 대한민국을 망칠 거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양심과 사상, 정치적 의견, 성적지향, 그리고 성별정체성에 의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라는 부분이 문제가 되었다. 논란이 일자 당시 책임자였던 박원순 시장은 한국장로총연합회를 찾아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성애가 반대하고 말고의 일인가와 같은 원론적인 질문 이전에 이것을 물어보자. 왜 정치인들은 그토록 기독교 앞에서 지속적으로 사상 검증을 받고 눈치를 보아야 하는가? 3년 후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뿐 아니라 당시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기독교총연맹과의 만남에서 "차별금지법 법제화 반대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눈치보다 중요한 헌법가치

현재 여성계의 입장은 대체로 '성평등 개헌'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에 모여 있다. 젠더정치연구소의 이진옥 대표에 따르면 성평등 개헌의 핵심은 "대기업 정규직 남성 중심으로 짜여 있는 복지 체제에 편입되지 못해 국가로부터 마땅한 기본권을 받지 못하는 절대다수 인구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취약한 복지 기반을 확장하는 헌법적 토대"①를 만드는 것이다.

그럴 때 양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 구성을 기본권의 조건으로 내거는 것은 1인 가구 및 혼인과 혈연 이외의 방식으로 결속되는 다양한 가족이 증가하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성별이분법이 포착하지 못하는 실존하는 많은 수의 국민을 제도적 안전망에서 배제할 수 있다. 깊이 새겨듣고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하지만 보수기독교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에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양성평등'으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치적 부담을 안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신정 국가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보수 기독교계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진정한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① 이진옥, 「여성이 다시 쓰는 사회계약: 성평등 개헌」, 『국민주도 성평등 헌법개정 토론회 자료집』, 국민주도 헌법개정 전국 네트워크 주최,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정치연구소·헌법개정여성연대 주관, 2017년 11월 21일, 5-6쪽.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손희정님은 문화평론가입니다. <여/성이론>, <문화/과학> 편집위원. 땡땡책협동조합 조합원이고,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성평등 #패미니스트 #진선미 #전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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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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