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양반들이 한밤중 남몰래 먹었다는 음식

40여년 전통, 여수 덕양 할머니추어탕

등록 2017.12.20 10:34수정 2017.12.2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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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양반들이 한밤중 남몰래 먹었다는 맛있는 추어탕이다. ⓒ 조찬현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가게 앞에는 택시 한 대가 정차해 있다.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일부러 한가한 시간을 택해 이곳을 찾았다. 그래야 주인장과 몇 마디 대화라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추어탕이다. 추어탕은 예나 지금이나 보양음식으로 인기다. 사람들은 단백질과 비타민A 함량이 높은 추어탕이 정력에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옛날 양반들은 아랫사람들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남몰래 추어탕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추어탕 엿새만 먹으면 줄었던 정력도 되살아난다는 이야기도 있다.

명나라 의학서 <본초강목>에 '미꾸라지는 특히 발기가 되지 않을 때 끓여 먹으면 치료가 된다'며 양기를 북돋는다고 했다. 조선 후기 이규경이 저술한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미꾸라지는 양기가 일어나지 않을 때 끓여 먹는다'고 했다. 이는 미꾸라지가 정력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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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와 미꾸라지를 듬뿍 넣어 걸쭉하게 끓여낸 추어탕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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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반에 한가득 담아낸 반찬 역시 나무랄 데가 없다. ⓒ 조찬현


추어탕이 걸쭉하다. 미꾸라지를 넉넉하게 갈아 넣었다. 직접 농사지었다는 시래기도 듬뿍 넣었다. 송송 썬 청양초와 제피가루 솔솔 뿌려 맛을 봤다. 삶은 미꾸라지를 뼈 채로 갈아 넣어서인지 약간의 거친 식감이 느껴진다. 이 집 특유의 독특한 맛이 은근하게 다가온다. 맛은 수준급이다.

쟁반에 한가득 담아낸 반찬 역시 나무랄 데가 없다. 배추겉절이와 겨울초로 불리는 시금치무침, 새금한 깍두기 등이 입맛을 한층 돋운다. 여수 덕양의 할머니추어탕이다. 할머니(77. 한기순)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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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덕양 할머니추어탕의 한기순 할머니다. ⓒ 조찬현


- 추어탕이 유난히 맛있네요.
"생강 마늘 등을 미꾸라지와 함께 갈아 넣어요. 우리 집이 최고로 맛있어."


- 가게 문 연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아주 오래 되었어, 40년 가차이 되지."

- 추어탕 먹으러 손님들 많이 오시나요.
"택시 몬 사람들이 보통 입 간사운 사람들이 아니여, 그 사람들이 다 택시 몰고 우리집으로 와요."


- 반찬도 진짜 맛깔스럽네요.
"우리 밭에서 싹 농사지어와요. 우리 큰 밭이 있어, 고추도 500근이나 땄어요. 마늘과 시금치도 오지게 해놨어요. 시금치도 두 포대나 캐다 놨그마~ 앞으로 자주 오이다. 우리집 서대회도 기막히게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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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덕양 할머니추어탕의 한상차림이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할머니추어탕 #여수 덕양맛집 #맛돌이 #추어탕 #겨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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