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현장에 항의하자 날라온 손해배상 청구액 50억

[현장] 영양주민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풍력발전 철회' 촉구

등록 2017.12.31 17:25수정 2017.12.3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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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부실 환경영양평가 영양 홍계리 풍력사업 전면 재검토하라!"
"무분별한 풍력은 재생에너지 아니다. 영양 홍계리 풍력사업 즉각 철회하라!"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풍력사업이 웬말이냐!"
"주민에게 50억 손해배상 재판 한화건설은 파렴치한 대기업이다."
"대기업 이익을 위한 무분별한 풍력사업 결사 반대한다."


한파가 몰아친 지난 28일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경북 영양군에서 올라온 지역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그들의 다급한 목소리를 청와대가 바라보이는 서울 하늘에 토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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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홍계리 주민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계리 주민 5명에게 50억 손해배상 청구한 에코파워, 한화건설 규탄한다"라고 외쳤다. ⓒ 영양 홍계리 풍력반대대책위


경북에서 가장 오지 중의 오지인 영양군은 그런 입지 덕분에 자연이 잘 보존되어 각종 멸종위기 동식물이 살고 있고, 생태적 보존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는 영양군에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건립 중이기도 하다. 그만큼 생태적으로 중요한 곳이란 이야기다.

이런 청정 영양 지역에서 난데없이 풍력사업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중요한 신재생에너지의 하나로 널리 알려진 풍력발전은 대안에너지의 하나로 환영받고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별 저항 없이 받아들여졌지만, 공사중에 심각한 산지 훼손이 발생했고 완공 후엔 가동중 발생하는 소음 및 저주파음이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안겼다. 주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영양 홍계리 풍력반대대책위'를 결성하고 풍력발전단지의 사업자인 (주)영양에코파워와 시공사인 (주)한화건설에 맞서 무분별한 풍력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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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양지역에는 66기의 풍력발전기가 맹동산 등의 산지 산등성이에 들어선 채 가동중에 있다. 영양지역엔 가동, 건설, 계획 중인 풍력발전기가 212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그러나 주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이같은 풍력발전기는 이미 맹동산에 41기, 고랭지 채소단지인 무내미에 18기, 활계산에 7기 이렇게 총 66기가 가동 중에 있다. 이번에 홍계리 주산에 건설이 예정된 22기 중 11기의 풍력발전기는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현재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수리부엉이 누락된, 허위 부실 작성된 환경영향평가


사실 대책위 주민들은 지난 2017년 3월부터 산사태로 인한 재해 위험, 주민피해, 거짓과 부실 작성된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즉각적인 공사 중단과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주민들은 '풍력발전기 공사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주민들을 문제 해결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들러리로 세우려고 한다'면서 풍력회사와 영양군의 그동안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현재 대구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요구한 상태다.

주민들의 이러한 강력한 문제제기에 따라,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 11월 7일 "토석류 및 토사유출로 인한 재해 발생, 심각한 환경상의 악영향 등이 우려된다"며 승인기관인 영양군에 '영양 홍계리 풍력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공사가 중지된 뒤에는 "환경피해 방지대책 이행 및 법정보호종인 수리부엉이 서식실태 정밀조사를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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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단지 조성 현장인 주산에서 발견된 멸종이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 이상돈 의원실


이는 지난 10월 공사 예정지인 '주산' 일대에서 멸종위기종 2급인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2호)의 서식이 확인된 뒤, 이 풍력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가 허위·부실 작성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지난해 풍력발전단지의 사업자인 (주)영양에코파워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현지조사 결과, 법정보호종은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비단 수리부엉이뿐만 아니라 검독수리(천연기념물 243-2호, 멸종위기종 1급), 참매(천연기념물 323호), 담비(멸종위기종 2급), 원앙(천연기념물 327호) 같은 다수의 법정보호종이 이 지역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영양지역은 생태적 보존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이런 청정 영양군에 현재 가동, 건설, 계획 중인 풍력발전기는 무려 212기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양지역 웬만한 산등성이에는 모두 풍력단지가 들어서게 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산등성이를 완전히 밀어버리는 풍력발전 사업

지난 9월 이상돈 의원과 함께 현장조사차 가본 홍계리 주산의 공사현장은 정말 참혹했다. 공사업체는 주산의 산등성이에 대형차가 지나다닐 만한 폭 수십 미터의 길을 내면서 그 일대 숲을 모조리 밀어버렸다.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의 말을 빌리면 산등성이는 "야생동물의 이동통로이자, 생태 민감 구역으로 쉽게 손을 대서는 안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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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계리 주산의 산등성이를 완전히 밀어버린 채 진행하고 있는 풍력발전단지 조성 현장. 지난 9월 15일 이상돈 의원과 동행한 현장조사에서 찍은 사진.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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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현장조사에 나선 이상돈 의원에게 한 주민이 무참히 베어진 숲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그런 생태적으로 중요한 산등성이를 완전히 밀고 그 위에다 강철로 된 풍력발전기를 박아세우는 것이 이 나라 풍력산업의 현주소다. 이러한 이유로 네 번이나 풍력공사 현장을 방문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은 기자회견과 환경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영양 풍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주산에 건설 중인 풍력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풍력회사와 시공사는 '청정 영양'을 지키려는 주민들을 향해 무려 50억 원이나 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양구리와 홍계리 풍력사업업체인 (주)영양에코파워와 시공사인 한화건설은 '공사지연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홍계리 주민 5명에게 총 5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주민 43명을 '업무방해' 로 고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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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의 이동로이자, 생태 민감 구역인, 홍계리 주산의 산등성이가 완전히 파헤쳐졌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대책위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정휘두 영양희망연대 사무국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영양군에는 현재 풍력발전기 66기가 가동되고 있으며, 22기의 공사가 불법적인 요인으로 인해 중단된 상태이다. 또 48기가 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서 협의부처와 협의를 하는 중에 있으며, 5곳이 사업 예정지로 전기위원회에 사업 신청을 한 상태다. 이런 내용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설마 그렇게 많이 공사를 할까 하는 생각을 가질지도 모르겠으나, 이것이 바로 영양군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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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대책위 주민들이 홍계리 풍력발전 철회를 촉구하면서 영양군청 들머리에서 농성하고 있는 모습.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박충락 대책위 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생태자연도 1등급지인 주산에서 법종보호종인 멸종위기종도 누락되었고, 사계절에 대한 동식물상 조사 또한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로 조작되었다. 이른 시일 안에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열어서 이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

산지 풍력에서 해상 풍력으로 전환해야

처리 불가능한 심각한 방사능덩어리인 핵쓰레기를 양산하는 핵발전소의 대안으로 각광받는 것이 신재생에너지산업이고, 그 중 하나가 풍력산업이다. 그러나 그 풍력산업이 아무리 대안에너지라 할지라도 생태적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까지 마구 훼손하고,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면 그것을 진정한 대안에너지라 할 수 있을까?

핵발전소도 결국은 인간과 뭇생명에게 방사능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는 것처럼 풍력산업 또한 자연과 인간을 훼손하면서 들어선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대안에너지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주민들의 주장처럼 "친환경에너지라는 탈을 쓴" 또다른 폭력일 뿐이다.

이에 대해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김해동 교수는 육상 풍력 대신 해상 풍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육상 풍력발전소 건립은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자연훼손 없이 설치할 수 있는 소규모 풍력발전소를 제외하고는 육상 풍력발전소는 불허하는 것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해상 풍력으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서남해안 풍력자원은 정말 훌륭하다."  

김해동 교수의 주장처럼 산지 풍력은 이처럼 문제가 심각하니 해상 풍력으로 가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 물론 해상 풍력도 철새들의 이동통로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생태 민감 지역인 산등성이를 밀어버리고 들어서는 풍력발전처럼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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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민감 구역인 산등성이를 심각히 훼손하고 들어서는 산지 육상풍력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어디에든 대규모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단지를 지을 수는 없다. 생태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곳은 입지에서 제외하는 것이 옳다.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대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개발사업에 불과하다. 영양지역의 풍력사업이 중단되어야 하는 이유다. 

"친환경 에너지라는 탈을 쓴 한화건설과 영양에코파워의 풍력사업을 강력 규탄한다!"
"청정 영양의 무분별한 풍력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라!"
"무분별한 풍력은 재생에너지 아니다. 영양 홍계리 풍력사업 즉각 철회하라!"
"주민에게 50억 손해배상 재판 강행한 파렴치한 대기업 한화건설 규탄한다."


주민들의 분노에 찬 함성이 아직까지 귓가에 쟁쟁하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입니다. 생태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산지의 산등성이를 밀어버리고,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안기는 홍계리 주산 풍력발전사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영양 풍력 #풍력발전 #신재생에너지 #한화건설 #영양에코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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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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