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트럼프 30분 전화통화
"과거 실수 되풀이 안한다"는 왜 빠졌나?

청와대 발표에는 없던 내용... "백악관은 전체 취지를 정리해서 올린 것"

등록 2018.01.05 16:10수정 2018.04.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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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오후 10시(한국시각)부터 30분간 전화통화를 통해 평창올림픽과 남북대화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날 전화통화는 미국측이 먼저 요청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가 끝난 뒤 청와대는 오후 11시 14분께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에서 주고받은 주요 내용을 미리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양국 정상의 핵심 발언은 이렇다.

문재인 대통령 :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하지 않을 경우에 올림픽 기간 동안에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할 뜻을 밝혀주시면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고 흥행에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 "문 대통령께서 저를 대신해 그렇게 말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에 군사 훈련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셔도 되겠습니다."

양국 정상이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한미연합훈련 등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19일 미국 NBC와 한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 측에 한미 양국이 올림픽 기간에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자고 제안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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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 내용. . ⓒ 구영식


"과거의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청와대 브리핑에 없던 내용

이어 오후 11시 20분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이 나왔다. 공식 브리핑의 핵심 내용은 "양국 정상은 평창 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양국군이 올림픽의 안전보장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라는 것이었다.


특히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대화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명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비슷한 시각 백악관도 양국 정상의 통화내용을 정리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여기에는 "The two leaders agreed to continue the campaign of maximum pressure against North Korea and to not repeat mistakes of the past"라는 대목이 나온다. "양국 정상이 계속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청와대 브리핑 자료에는 없던 내용이다. 특히 백악관이 이것을 발표자료의 앞 부분에 올렸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평창올림픽 기간중 한미연합훈련 중단 합의'를 강조한 청와대와 달리 백악관은 '지속적인 대북 압박 등에 합의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미국측이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는 합의해주면서도 이후 미국측이 진행하는 대북 압박이나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라는 경고이자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는 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측의 기본 생각이 깔려 있다. 

게다가 미국측은 남북대화도 미국측의 대북 압박이나 제재의 결과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각) 오전 3시 32분에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실패한 전문가들이 관여하고 있지만 내가 북한에 단호하고, 강력하게 미국의 모든 힘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 바로 남북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썼다.

기자들 "우리 브리핑에서 빠진 이유가 뭐냐?"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 자료에 나오는 '과거의 실수'가 무슨 의미냐?"라는 질문에 "추론할 수 없다"라며 "다만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한 대북압박 결의 내용이 있고, 그 부분은 정부에서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기자들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우리 브리핑에서 빠진 이유가 뭐냐?"라고 캐묻자, 이 관계자는 "어제 제가 여러분에게 브리핑한 것은 발언록에 있는 내용이다"라며 "(반면) 백악관발 자료는 전체 취지를 정리해서 올린 것으로 본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백악관쪽에서 어제 정리한 내용을 보내왔고, 여러분에게 백악관에서 정리한 내용까지 공개했다"라며 "그 부분(백악관에서 정리한 내용)은 다 동의하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들이 "백악관이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면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부분, 즉 실제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에는) 없던 부분을 백악관쪽에서 넣는 것을 우리가 동의했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그런 부분이 (양국 정상의) 발언에 있다기보다 전체적인 취지에서 공감대가 있었다는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문재인-트럼프 전화통화 #평창올림픽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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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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