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15에서 21일까지 영국의 석탄발전 현황. 21일 하루 동안 석탄발전량이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다(화살표로 표시된 부분). 영국에서 석탄발전이 24시간 멈춘 건 1882년 이후 135년만에 처음이었다.
BBC, 영국 국영 전력회사 내셔널그리드(Na
2003년 전체 전력생산의 25%를 석탄발전으로 충당했던 캐나다 역시 천연가스발전을 늘리면서 2015년 석탄발전비중을 6.5%로 줄였다. 캐나다에서는 올해부터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탄소배출량 1톤(t)당 최소 10캐나다달러(한화 약 8500원)의 탄소세가 부과된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2022년까지 탄소세를 50캐나다달러(약 4만2000원)로 올릴 방침이다. 탄소세를 많이 내게 될 석탄 및 석유관련 업계는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 반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청정에너지 사업 비중 확대를 고심하고 있다.
'친환경 석탄발전'은 국민 속이는 '그린워싱'
우리나라의 발전회사들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고효율 발전과 오염물질 저감시설 등을 내세워 석탄발전도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강원 삼척그린파워발전소가 대표적인 예다. 총 2044MW 규모의 삼척그린파워발전소 1,2호기를 운영하는 한국남부발전주식회사는 홍보동영상에서 옥내형 저탄장, 친환경 보일러, 이산화탄소 저감연구센터, 발전폐수 무방류 시스템 등을 내세워 '친환경 저원가 발전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2022년까지 문을 열게 될 강릉에코파워, 고성그린파워, 삼척포스파워발전소의 홈페이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설비' '환경영향 제로(0)화' 등 문구를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기업이 석탄발전에 '친환경'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은 전형적인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비판한다. 본질을 가리는 허위 혹은 과장이라는 얘기다. 손민우 캠페이너는 "석탄발전은 아무리 최신 기술로 걸러낸다 하더라도 결코 오염물질을 '제로화'할 수 없으며, 따라서 친환경적일 수 없다"며 "발전소 이름에 '그린' '에코' 등을 넣어 초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인 석탄발전의 해악을 가리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석탄발전사들의 허위·과장광고에 대해 지난해 9월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회에 문제를 제기했고, 현재 환경부가 환경피해 유발기관의 친환경 홍보를 규제하는 고시를 마련하고 있다.
국제 비영리기구(NGO)연합체인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CAN Europe)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후변화이행지수(CCPI) 2018' 보고서에서 한국을 60개국 중 최하위권인 58위로 평가했다.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수요관리가 부족해 실제 진전된 정책은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6년 11월에는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언론 <클라이밋 홈>이 연구기관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CAT)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국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4대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으로 지목했다.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국책은행이 재정지원을 하고 있고,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속도가 가파르다는 등의 이유였다.

▲ 한국은 석탄 등 화석연료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국제환경연구기관과 언론에 의해 ‘세계 4대 기후악당’으로 지목됐다.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진 지난해 12월 30일 뿌연 대기에 휩싸인 서울 마포구 일대 모습.
남지현
에너지와 교통 수요 줄이는 근본대책 미흡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는 낡은 경유차를 줄이고 친환경차량 보급을 늘리는 정책도 들어 있다. 2005년말 이전 제작된 경유차를 폐차할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차량 무게에 따라 165만~77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노후경유차의 운행제한지역도 현재 수도권에서 2020년까지 충청, 동남(부산·울산 등), 광양만권(여수·순천·광양)까지 확대한다. 교통수요관리를 위해 '녹색교통진흥지역'을 지정해 노후경유차 진입을 억제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또 오는 2022년까지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하이브리드차(내연엔진과 전기배터리를 함께 쓰는 차), 수소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을 총 200만대 보급하고 전기・수소차 충전소를 총 1만310기 확충하기로 했다. 친환경차량에는 보조금을 주고 오염물질 배출차량에는 부담금을 물리는 '친환경차협력금제도'도 2019년까지 관계부처 공동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9.26 대책이 에너지와 교통 수요를 줄이려는 근본적인 대책 면에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조경두(55) 인천발전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은 "에너지 정책을 보면 소비 자체를 줄이겠다는 정책 얼개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에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정책이 도리어 전력 수요를 늘려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유럽이나 미국 서부지역처럼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전기차를 쓰는 게 맞죠.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전력 대부분을 석탄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전기차를 구입하고 운행할 때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준다면 대중교통 이용하라고 인프라 투자한 것이 일정부분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거잖아요. 에너지믹스에서 석탄 비중이 큰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기차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지속적인 수요처가 되는 거죠."
조 센터장은 또 "국민 세금을 쓰는 기본적인 로직(논리)이 달라져야 한다"며 "도로를 적게 만들어야 자동차도 덜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도시들이 '도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그는 또 대기오염 문제와 기후변화 대응에 수익자부담원칙을 적절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제조업체나 석탄화력발전소처럼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할수록 수익을 얻는 쪽에서 비용을 더 부담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배출부과금 징수에 붙은 다양한 유예나 면제조건을 줄이고, 배출권 거래가격이 좀 더 현실적으로 상향 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책 설계가 뒤따라야 실질적인 감축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세걸(47)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인식했다면 더 강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대선 기간에는 개인 경유차 퇴출까지 얘기했던 부분이 통째로 빠졌고, 현재 휘발유(리터당 745원)보다 싼 경유의 유류세(리터당 528원)를 올려 에너지의 상대가격을 조정하는 것에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기차에 필요한 전력의 45% 이상을 석탄이 공급하는 상황에서는 전체 차량 약 2천 2백만 대 중 전기차 비중을 높이는 것보다 차량 수를 줄이는 것이 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 석탄화력발전소와 경유차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국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지난해 12월 30일 미세먼지 ‘나쁨’ 수준으로 수도권 지역에 비상저감조치가 시행 중이던 오후 6시경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여성들.
남지현
유럽은 2040년까지 휘발유·경유차량 퇴출 추진
유럽에선 기후변화 대응과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석유차 퇴출이 추진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오는 2040년까지 휘발유와 경유 차량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지난해 7월 선언했다. 현재 세계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100%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중간단계)만 판매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네덜란드 역시 2025년까지 휘발유와 경유차량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의 여러 도시에는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의 진입을 금지하거나 통행세를 물리는 '저배출구역(LEZ・Low Emission Zone)'도 늘어나고 있다.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덴마크, 이탈리아에서 시행 중이다. 이 중 가장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건 영국이다.

▲ 영국의 수도 런던은 대다수 거리가 저배출구역(LEZ)으로 지정되어 있다.
런던교통공사(Transport for Lond
수도 런던의 경우 2008년 처음 저배출구역 제도가 도입됐으며 지금은 대다수 거리가 LEZ로 지정돼 있다. 24시간 거리 곳곳에서 카메라로 차량을 식별해, 운행금지대상 차량을 적발한다. 배출허용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은 사전에 '1일 통행료'를 미리 납부하거나 도로 사용 후 48시간 안에 내야 한다. 이를 어기고 운행하면 벌금을 내게 되며 차량이 클수록, 그리고 납부가 늦어질수록 금액이 커진다. 예를 들어 3.5t 이상의 화물차가 14일 이내 벌금을 내면 500파운드(약 72만 원)지만 이 기간을 넘기면 1000파운드(약 144만 원)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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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의 '배신'... 영국은 여왕 생일에 결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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