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시민기자가 남양주 축령산 전망대에서 쓴 글씨. 서권기 문자향(書卷氣 文字香).
이명수
- 편집자로서 봐야 할 글이 많아서 본인의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직장생활이 창작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글쓰기는 나의 존재 의미라고 할 수 있으므로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 주로 언제 글을 쓰나."나는 종종 '원시인'이란 소리를 듣는다.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의 생활을 하고 있기에 듣는 소리다. 나는 현대인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휴대전화, 승용차, 신용카드가 없다. 문명의 이기는 분명 편리함을 주지만, 괜히 바쁘게 만들고, 사유하는 시간을 빼앗고, 무엇보다 자유를 구속하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불편을 선택하고서 좋은 것은 내 시간을 온전히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평일에는 퇴근 후 1시간 30분 정도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주말에는 새벽에 4시간가량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아주 오래된 습관이다."
- 글이 잘 안 써지거나, 쓰기 싫어질 때 극복 방법이 있나. "활자 중독이라고 할 만큼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글이 막힐 때는 억지로 쓰려고 하지 않고 독서삼매경에 빠져든다. 다른 작가의 좋은 작품이 분발심을 북돋아 주곤 한다."
- 책을 한 달에 몇 권 정도 읽나."젊은 시절에는 닥치는 대로 읽어치웠다. 잡식성이었다. 그러다가 '수박 겉핥기식'의 독서로는 얻는 것이 적다는 것을 깨닫고 정독(精讀)하는 버릇을 들였다.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욕심을 애써 억제하고 한 달에 한 권 정도 읽는다. 옛 현인들과 오늘날의 믿을 만한 석학들은 정독과 숙독, 그리고 반복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누군가가 독서법을 물으면 이 방법을 말해준다. 나는 17번을 반복해 읽은 책이 있다."
- 작가나 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소설가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추천하겠다. 옛글들이 많아 쉽게 읽히지는 않겠지만, 잘 읽어보면 얻는 것이 많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원한다면, 스티븐 킹의 <창작론>을 권하겠다."
- 좋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누군가가 말했듯이 작가는 세상을 향해 연애편지를 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애편지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시문집에 '양덕 사람 변지의에게 주는 말(爲陽德人邊知意贈言)'이란 글이 나온다.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가장 먼저 뿌리를 북돋우고 줄기를 바로잡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러고 나서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면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나무를 애써 가꾸지 않고서, 갑작스레 꽃을 얻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를 북돋워 주듯 진실한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쏟고, 줄기를 바로잡듯 부지런히 실천하며 수양하고, 진액이 오르듯 독서에 힘쓰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듯 널리 보고 들으며 두루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게 해서 깨달은 것을 헤아려 표현한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글이요,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문장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장은 성급하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돌아가서 내가 말한 뜻만 좇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처럼 문장이란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독서와 공부로 내공을 쌓아야 한다. 학식이 가슴 속에 쌓이고 쌓이면 저절로 흘러넘쳐서 좋은 문장이 될 것이다."
등단한 선배의 조언 "독하고 힘들게 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