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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열심히 하기'가 유일한 미션인 중고등학생들은 고3이 되어 느닷없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공부 외에는 제대로 된 동아리 활동 한 번 해 본 적 없는 고등학생이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진로를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얼렁뚱땅 선택한 과에 진학했더라도 아직 희망은 있다. 대학 때 이런저런 딴짓을 해 보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 걸 만족스러워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에 와서도 학점과 토익에 치인 학생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딴짓할 기회는 없다. 결국 취업을 하고서야, 혹은 취준생으로 방황하고 나서야 '정말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오춘기를 겪는다.
"딴짓하지 마"라는 건 공부하는 학생에게 선생님이나 부모들이 흔히 하는 충고다. 그러나 딴짓해 보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어떤 일이 잘 맞는지 알 방법은 요원하다. 노래하고 춤을 추는 딴짓, 축제를 기획하는 딴짓, 만화를 그리는 딴짓, 옷을 만들어 보는 딴짓, 유튜브 방송해 보는 딴짓을 적극 권장하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모르는 사람과 어울리고 낯선 곳을 여행하는 딴짓을 경험하자. 자신이 좋아하는 유일한 것을 찾지는 못 하더라도 어떤 환경에서 어떤 분야의 일을 해야 조금 더 만족감을 느낄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은 좋아하는 일을 꼭 찾을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성공하는 시나리오는 첫사랑과 꼭 결혼해야 한다는 프레임과 비슷하다. 좋아하는 일도 계속 변할 수 있다. 일 자체가 아니라 일을 둘러싼 환경을 선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일이 꼭 직업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
'꿈'이라는 단어는 평균 수명이 약 80세였던 세대, 그래서 평생 하나의 직업이나 직장에 머물렀던 세대에 어울리는 말이다. 그렇게 평생 하나의 직업을 가지다 은퇴해서 20년쯤 지나다 보면 삶을 마감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120세 시대다. 직업은 8번 정도, 배우자는 4명 정도 바뀐다는 시대. 이런 시대에 사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평생 이뤄야 할 단 하나의 '꿈'이 아니라 '원하는 일상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딴짓은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더듬어 나갈 수 있는 지팡이다. 딴짓하자! 딴짓이야말로 2018년형 자기계발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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