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 '검사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대전충남세종 공동행동'이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는 김기혜영 천안 여성의 전화 대표
심규상
서 검사는 지난 2010년 10월경,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간부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으며, 그 후 사무감사 지적, 검찰총장 경고와 인사발령 등 업무상 불이익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지난 29일, 견디다 못한 그는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을 언론에 공개했다.
손정아 여성인권티움 상담소장은 "8년 간 고통받아 왔던 서 검사 앞에서 검찰이 법 정의와 국민 신뢰를 말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어 "검찰 조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피해 검사를 어떻게 보호하는지 집요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현웅 변호사(대전충청민변 사무처장)는 "행위자로 지목된 검사는 교회도 안 다녔는데 어떻게 세례를 받았는지 의문"이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법을 집행하는 검사에게도 피해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사회인데 힘 없고, 돈 없고, 빽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겪었을 고통은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이병구 양심과인권-나무 사무처장은 "동료 검사들은 왜 성추행을 지켜보고도 현행범인 행위자를 그대로 나뒀냐"며 "이참에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방조자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조직 내 성범죄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공직 비리수사처 내에 성폭력 특별반을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혜영 천안여성의전화 대표는 "지난해 대전시에 이어 최근에는 충남도에서 공무원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지만 충남도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가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데 이어 도의회에서는 인권조례를 폐지하려 꾀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내 성폭력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검사의 용기에 답하는 방법 3가지 공동행동의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강조하려고 했던 점은 '피해검사의 용기에 우리 사회가 답하는 방법'에 맞춰져 있었다. 이들은 그 방법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제대로 된 수사'다.
다른 하나는 '검찰 내 성폭력 2차 피해 방지'다. 직장내 성폭력 사건마다 피해자에 대한 역고소, 보복 조치, 불이익, 직장 내 따돌림 같은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들은 "피해자에 대한 통념, 피해자 유발론, 피해자에 대한 의심, 꽃뱀 신화 등 더 큰 배제의 시선을 제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하나는 '검찰 내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한 성찰과 구체적인 노력'이다. 공동행동은 "지난해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성폭력 수사·재판시민감시단이 선정한 10개의 걸림돌 중 6개가 검찰이었다"며 "검찰 내 성평등 감수성을 향상하기 위한 성평등 교육과 내부 성폭력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 등 종합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충남세종 공동행동이 내놓은 5 가지 처방전공동행동이 내놓은 처방전은 ▲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 공직비리수사처 설치 ▲ 성폭력 예방교육과 직장 내 성폭력 전수조사 등 종합대책 마련 ▲ 성 평등 교육을 전면 실시 ▲ 2차 불이익 조치 예방이다.
이들은 "검찰의 행보를 철저히 감시하고, 피해 검사와 함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규탄은 약 40여분 간 이어졌다. 회견을 마친 대부분의 회원들은 다시 충남도의회로 향했다. 충남도의회의 인권 조례 폐지 움직임을 규탄하기 위해 이날 오후 예정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