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완벽한 피임을 하고 싶었고,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을 전면에서 비웃고 싶었고, 마지막으로는 여성들의 낙태 비범죄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관수술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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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완벽한 피임을 하고 싶었고,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을 전면에서 비웃고 싶었고, 마지막으로는 여성들의 낙태 비범죄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싶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했는데, 그게 바로 정관수술이었다. 단돈 30만 원 정도로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니, 이만큼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운동이 어디에 있겠나.
하지만 정관수술을 위해 비뇨기과 의사 앞에 앉은 나는 "이게 무슨 소리요?"라고 물어야만 했다. 비뇨기과 의사들이 '미혼-무자녀 남성'에게 이 간단한 수술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애초 '정관수술은 90%의 확률로 복구 가능한 수술'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반문하니 의사는 "생명 윤리적 측면도 있다"고 대답했다. 인구가 폭발해 문제가 되던 때, 박정희는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 훈련 기간 중 잔여기간을 면제해주고, 신축 아파트 우선 분양권도 주지 않았는가(
관련 기사). 생명 윤리는 인구에 비례해 그 가치가 등락하는 종목이란 말인가. 이렇게 반문하니 의사 양반은 이제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하게 해달라."나는 당시 만 서른셋이었다.
두 번의 퇴짜, 한 번의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