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 보고서 초안, 혈세로 죄 짓는 것"

23일 부산시의회 토론회 앞서 정성기, 박영주, 차성환, 홍순권, 김선미 자료 정리

등록 2018.02.22 13:04수정 2018.02.2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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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산하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아래 위원회)가 내놓은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 보고서(안)>에 대한 토론회가 23일 오후 부산광역시의회에서 열린다.

위원회는 박근혜정부 때 구성이 되었고, 당시부터 여러 논란을 빚었다.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와 연구자들은 보고서안의 내용이 부실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정부의 첫 조사보고서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토론회 자료를 미리 소개해 본다.

a  총리실 산하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내놓은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 보고서(안)>.

총리실 산하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내놓은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 보고서(안)>. ⓒ 윤성효


정성기 "혈세로 또 다른 죄를 짓는 것"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을 지난 정성기 경남대 교수는 "이 보고서는 부산, 마산 민중의 역사적 민주항쟁에 대한 박정희 정권의 무력진압의 불법성 등 새롭게 밝힌 것들이 더러 있다"며 "그러나 보고서가 스스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피해자, 가해자 양측 모두 조사해야 할 대상 중에서 상당한 비중이 누락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부마항쟁 배경에 대한 서술의 심각한 부실, 부마항쟁 진압과정 사망자에 대한 진상은폐성 조사와 결론, '부마사태'와 '부마사태의 진압·수사'의 사회역사적 결과에 대한 전면적 누락, 이에 따른 결론의 심각한 부실성과 상투성이 강한 비현실적, 논리적 결론 등의 중대한 문제점들이 허다하게 보인다"고 했다.

또 그는 "유신체제의 폭정과 근대화·산업혁명, 부마항쟁의 역사적 무게에 값하는, 첫 종합적 진상조사, 상당한 기간, 인력, 예산을 투입하여 조직적으로 작성한 대한민국 정부 위원회의 진상조사보고서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실하고 비체계적이다"며 "이 문제는 동일한 위원회, 실무위원회 주체가 몇 달 정도의 단시간 내에 수정, 보완할 수 있으리라 결코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위원회가 진상조사보고서의 4월 최종 발표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 정성기 교수는 "이 보고서안을 디딤돌 삼아서 다른 주체가 사망자 관련 사항을 포함, 전면 재조사와 풍부한 기존 연구성과 담아내기 등을 통해서 전면 재작성 하도록 길을 내주는 것이 부마항쟁 당사자들과 유관단체, 국민 앞에 사회역사적 도리라 판단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부마항쟁 당사자들, 유관단체, 국민 앞에 국민의 혈세로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박영주 "서술의 주체와 관점의 혼선"


박영주 경남대박물관 연구원은 "전체 서술에 있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서술의 주체와 관점의 혼선이다"며 "어떤 부분은 항쟁 주체의 입장에서, 어떤 부분은 공안기관의 입장에서, 또 어떤 부분은 보고자의 입장에서 서술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보고서는 그동안의 진상조사 결과를 정리해 보고하는 문서이다. 따라서 진상조사의 취지와 목적에 합당한 관점에서 '보고'를 해야 한다"며 "그 점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여러 자료를 인용하여 서술하다 보니 '모자이크 서술'과 부적절한 용어가 혼재되면서 항쟁의 객관적 실체를 드러내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이 혼선을 조정해야 된다고 본다"고 했다.

또 그는 "항쟁 과정에서 시위대의 의미 있는 행동이 누락된 경우도 있다"며 "예를 들어 (101쪽 서술), 양덕파출소 공격상황에서 당시 시위대는 파출소 내부에 걸려 있던 태극기와 박정희 대통령 사진액자를 떼어 가지고 나와서는 박정희 대통령 사진을 찢어 불태우고 태극기만 높이 쳐들고 환호했다. 이른바 '박정희 화형식'이었다. 당시 시위대가 정치적 의사표시를 단호히 한 사례로서 반드시 언급되어야 한다. 또 당시 시위대는 오동파출소의 박정희 대통령 액자도 떼어내어 버렸다"고 했다.

이어 "10월 18일 밤에 이미 병력이 투입되어 관공서 경비 및 시위 진압에 나선 것도 언급되어야 한다. 또 19일 시위와 관련해 진압 경찰 및 군인의 부상만 서술되어 있는데 시위 참여 민간인의 부상 상황도 언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해 온 박정희유신독재정권의 폭압통치 아래서 억압받고 무시당해 왔던 대중들이 스스로의 인간다움을 외친 것은 아니었을까. 보다 적극적인 분석과 의미 부여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차성환 "신뢰성이 매우 부족하다"

차성환 민주주의사회연구소장은 "초안에서 인용한 여러 자료들에 대한 사료 비판이 없이 편의적으로 인용함으로써 내용의 근거가 부실하고 따라서 신뢰성이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문서자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구술 자료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고, 구술 자료가 갖는 독자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사실의 검증에 있어 편향성이 강하다"고 했다.

또 차 소장은 "관변 측의 자료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항쟁 주체의 활동을 생생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건조한 정보의 나열에 그치고 있고, 관변 측의 자료에 나타나는 오류에 대한 검증이 부재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부마항쟁 과정에서 연행된 시민들은 초안에 따르면 총 1740여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신청자 190명과 인터뷰에 응한 피해자 24명(일부 신청자도 포함)을 합치더라도 조사한 인원은 200여명에 불과하여 조사가 양적으로 지극히 부족하다"고 했다.

차성환 소장은 "관변 자료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사실들을 충분히 조사하지 아니하고 인용만 한 사례가 많아 이에 대한 조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며 "특히 부산의 경우, 19일까지만 기록하고 있는데 20일과 21일에도 삐라가 나돌고 시위가 있었다는 자료와 증언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조사하여 그 기간의 투쟁에 대한 기록을 빠뜨려서는 안 될 것"이라 했다.

자료 수집도 불충분하다는 것. 차 소장은 "자료 수집을 위해 최선을 다 했다고 기술하고 있으나 아직 불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일부 기관의 경우 자료 요청을 거부하고 있으며 육군고등군법회의 검찰부의 부산지역 재판기록은 수집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평가하기 어렵다. 해외 자료의 경우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위원회는 사망자(유치준)에 대해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차 소장은 "이 문제는 부마민주항쟁 관련 이슈 가운데 가장 뜨거운 문제이다. 주로 문제가 되었던 것이 고 유치준씨의 경우인데 초안은 유씨가 부마민주항쟁과 관련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을 기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위원회의 판단 자체가 너무 일방적이라는 점이다. 이 문제는 2015∼2016년에 걸쳐 위원회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는데 초안에는 그 중 한 쪽의 의견만을 일방적으로 옮겨 놓았다. 여기서 이 문제를 길게 논할 여유는 없으나 최소한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홍순권 "인용 자료에 대한 '사료 비판'이 결여"

홍순권 동아대 교수는 "전체적으로 가장 큰 문제점은 인용 자료에 대한 '사료 비판'이 결여되어 있으며, '유고'와 같은 특정 자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도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비교 검토 없이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또 사건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 및 해석에 있어서 인용 자료가 적절한지 의문이 드는 사례도 흔히 발견된다"며 "예컨대 (보고서 초안 25쪽) '유신'의 유래와 해석에 대한 각주의 인용 자료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기존의 평가'에 대한 이해도 정확하지 않다. 보고서(안)에서처럼 부마민주항쟁은 그 의미가 과소평가되어 왔다면, 어떠한 점에서 그러한지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며 "또 부마민주항쟁이 '3.15의거나 4.19혁명, 5.18민주화운동과 비교하여 과소평가되었다'는 보고서의 주장은 그 근거가 부족하며, 결코 적절한 비교 평가라고도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그는 "전체적으로 서론이라고 할 수 있는 '진상조사 배경 및 근거'에서 관련 법안의 제정과정에 대한 설명은 있으나, 진상조사의 목적과 필요성, 그리고 주요 조사 대상에 충분하고 명확한 설명이 잘 드러나 있지 않다"고 했다.

홍 교수는 "진상규명 신청자의 신청 내용을 개별적으로 기술할 필요가 있고, 피해 신고 접수 180건 중 기각된 27명에 대해서는 기각 사유를 간단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배경과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구성하고, 내용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배경으로 부산 지역 재야(?) 단체에 대해서는 기술하면서, 마산 지역의 경우는 배제한 이유를 알 수 없고, 부산 지역의 경우도 충분한 조사 연구를 거친 타당성 있는 분석 결과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홍 교수는 "부마민주항쟁의 배경에 대해서는 당시 국제정세와 국내정세 변화와 관련된 전국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지만, 왜 항쟁이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지역사적 맥락도 고려되어야 한다"며 "그렇다면 독립된 항을 설정하여 부마민주항쟁의 배경으로서 지역적 특성을 깊이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선미 "항쟁을 진압하는 측의 자료에 의존"

김선미 부산대 강사(사학과)는 "항쟁 주체가 아니라, 항쟁을 진압하는 측의 자료에 의존하여 항쟁을 재구성했다"며 "이런 방식은 항쟁사 서술에서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저항 주체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것은 항쟁사 재구성의 보편적인 방식이며, 이를 위해서는 항쟁 주체 측의 기록을 기본 자료로 삼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고서(안)'는 항쟁 주체 측 자료의 활용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다"고 했다.

이어 "반대로 진압 측의 자료에는 부마항쟁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런 자료는 반드시 사료비판을 전제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조심스러움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본문 53쪽의 '범죄사실'이라는 표현이 이를 잘 보여준다"며 "이는 '민주선언문'의 제작 배포 행위를 '범죄사실'로 표현한 것인데, 시위와 항쟁을 '범죄'로 인식한 진압 측의 기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할 것"이라 했다.

김 강사는 "물론 진압 측 자료라고 해서 무조건 제외할 것은 아니어서, 양 측의 자료가 지닌 장점과 한계를 대조 보완하여 항쟁의 전모를 온전히 확보할 수 있을진대, 보고서(안)는 일방적으로 진압 측 자료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것이 문제이다"고 했다.

김선미 강사는 "모든 기록은 가치를 달리 하므로, 자료를 활용할 때는 그 가치의 경중을 가려야 한다"고, "'범죄사실'류나 <한국경찰사(Ⅲ)>보다 사료적 가치가 더 큰 자료임에도, 보고서(안)에 누락된 공문서도 있다"고 했다.

또 그는 "항쟁 주체의 기록을 신뢰하지 않는 탓에, 매우 소극적으로,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항쟁 주체의 기록으로는 부마항쟁 당시 부산대에 살포된 3종의 유인물과 <거역의 밤을 불사르라>가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그런데 보고서(안)는 3종의 유인물을 모두 수록하지도 않았고, <거역의 밤을 불사르라>의 활용에도 매우 소극적이다"고 했다.

김 강사는 "항쟁 관련자의 구술 자료 역시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구술은 구금 과정에서 작성한 '신문조서'와 '진술서'의 대척점에 있는 자료로서, 두 자료는 상호 보완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두 자료를 크로스 체크한다면 해당 자료의 제한성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후 보고서(안)의 수정에서 반드시 활용해야 할 것"이라 했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20일 사이 부산과 마산, 창원에서 박정희 유신체제에 대항해 일어난 민주화운동으로, 당시 계엄령과 위수령이 발동되었다.
#부마민주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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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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