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컬링 대표 알렉산드르 크루셸니츠키의 도핑 의혹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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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순진했던 시절을 벗어나면서, 올림픽이 화합과 상생, 평등과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도리어 올림픽은 강대국 간의 파워게임이었다. 선수들의 약물 문제가 거론됐고, IOC가 부정부패 의혹에 휩싸이는 경우도 많았다. 대회 안팎에서 드러나는 성차별적인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리고 주로 여성 선수들이 활약했던 종목, 앞서 말한 바비들의 종목을 둘러싼 논란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특히 체조의 경우, 너무 어린 선수들을 데려다가 혹사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중력을 거스르는 움직임이 많은 종목의 특성상 체구가 작고 가벼운 사춘기 이전의 소녀들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1992년 스페인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상위 두 선수는 나이 15세, 키 137센티 몸무게는 31.5킬로그램 가량이었다고 한다. 가혹한 훈련과 다이어트가 어린 소녀들의 근육과 골격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다음에야 겨우 연령 제한 규정이 생겼다. 1981년에 만 15세, 1997년에는 만 16세가 되지 않은 여성은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는데 그러자 선수들 사이에서 나이 속이기가 횡행했다.
동계 올림픽 최고의 인기 종목인 피겨 스케이팅 또한 무리한 체중 감량 때문에 우려를 산다. 점프가 주된 기술인 이 종목도 체중이 가벼울수록 기술적이고 우아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다. 그로 인해서 수많은 선수들이 섭식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린다. 운동에 있어서 프로페셔널한 여성들이 보통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혹독하게 나이와 체중의 억압 속에서 훈련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외에도 오직 여성 선수들만이 출전하는 종목이 따로 있다. 체조 가운데 리듬체조가 그렇고 싱크로나이즈드 또한 여성부 경기만 치러진다. 마치 물 속에서 무용을 하는 것 같은 싱크로나이즈드는 최근에 와서야 남성 선수들도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남성부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반대로 여성 선수가 배제됐던 종목도 있는데 바로 레슬링과 권투다. 여자 레슬링은 2004년부터, 여자 권투는 2012년에서야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총 3개의 금메달이 달려있는 노르딕 복합도 남성 선수만 출전하는 종목이며 스키점프 역시 2010년까지는 남성 종목이었다. 이렇게 성별에 따라서 참가가 제한되는 종목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봐도 올림픽의 성차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사실 올림픽은 기원부터가 대단히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이벤트다. 고대 올림픽은 여성은 참가는 물론 관전조차 허락되지 않았고 그리스인을 제외한 외국인 역시 참가할 수 없었다. 오직 그리스인 남성에게만 참가 자격이 주어졌다.
그래서인지 대회 진행에 필요한 의전에 있어서도 성차별적인 요소가 자주 목격된다. 의전에는 미소로 분위기를 온화하게 만들고 적당히 아름다워서 시선을 끄는 존재가 빠지지 않는데 그게 바로 도우미다. 심지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시상식을 진행할 도우미를 선발하면서 '문신이 없어야 한다', '귀걸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엉덩이가 날씬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어 비난을 샀다. 이런 논란 덕분에 2012 런던 올림픽 시상식에서는 여성 도우미 대신 전원 남성으로 이뤄진 도우미가 최초로 등장했다.
응원 또한 의전과 같이 여성이 도맡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영역이다. 남한 언론은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부터 여성으로 꾸려진 북한 응원단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급기야 언론의 보도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취재를 명목으로 화장실 안으로 따라 들어가거나 불법으로 숙소 내부를 촬영한 것은 대회의 오점으로 남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보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