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순도 명인올해 첫 장을 담그는 날. 장이 잘 되기를 바라며 물, 소금, 메주를 앞에 두고 제를 올리고 있다.
황상윤
달걀이 반 정도 잠기면 적정 염도가 된다. 이렇게 만든 물을 항아리에 붙고 여기에 메주를 넣는다. 다음 고추, 숯, 대나무 등을 올리고 뚜껑을 닫고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장이 완성된다. 이런 작업을 계속 반복해야 비로소 명인의 장이 완성된다. 기순도 명인이 1년에 사용하는 콩이 2300가마 정도 되니 얼마나 큰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짠맛만 있는 소금에 비해 간장은 짠맛 이외에도 감칠맛 등 발효식품에서 맛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기순도 명인은 설명한다.
트럼프 방한 청와대 만찬에 소개돼 화제가 된 360년 된 씨간장에 관해 물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국보다 오래된 간장이 트럼프의 한국메뉴'에 나왔다며 우리나라에서보다 더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태어난 해 간장 없어 360년 된 씨간장 줬어요."사연인즉, 청와대에서 트럼프가 태어난 해인 1946년에 담근 간장이 있는지 문의가 왔는데, 비슷한 시기의 간장은 있었지만 그해에 담은 장이 없어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비슷한 시기 간장을 1946년 간장이라고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번 기회가 전통 간장을 알릴 기회가 될 거 같아 문중에서 10대째 내려오는 360년 된 씨간장을 전달하게 됐다.
씨간장은 1년 혹은 몇 년에 한 번씩 집안에서 만든 간장 중 가장 좋은 진장을 조금씩 첨가해 떨어지지 않도록 보관한다. 그 양도 많지 않아 제사 등 집안의 중요한 날에만 쓰고 집 밖으로 나간 적이 거의 없다고 기순도 명인은 설명한다.
이후 기순도 명인의 장은 평창올림픽 식품 홍보관인 K-Food Plaza에도 소개되면서 외국 유명 요리사들이 간장 맛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그들은 이곳 간장 맛에 깊은 인상을 받고 간다고 했다.
간장 요리 중 하나만 소개하면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순도 명인은 '간장김치'를 소개하며 직접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 '간장김치'라고 해서 검거나 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일반김치와 같은 붉은 빛깔을 띠었고 아삭하고 담백한 맛이 났다. 대부분의 김치가 젓갈로 맛을 내는 반면 간장김치는 간장으로 맛을 내는 것이 차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간장은 어느 집에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전통을 지키는 곳이 많지 않아 안타깝다는 기순도 명인. 요즘 가장 보람 있는 일은 전통 장에 관심 있는 사람과 학생에게 장 담그는 법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한다. 기순도 명인은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된 교육시설을 갖춰 전통 장을 체계적으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래는 기순도 명인과의 일문일답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