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차사' 우병우 판결문, 25일 만에 받았습니다

비실명화 판결문 사본 제공 신청해봤더니... 관심 모이는 사건일수록 더 꼼꼼해야

등록 2018.03.20 17:42수정 2018.03.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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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제1심 비실명화 판결문 표지 ⓒ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2월 22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직무유기·특별감찰관법 위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총 8개 혐의와 관련해 일부 유죄·징역 2년 6월 형을 선고했다.

우 전 수석의 혐의는 "민정수석의 직권을 이용해 다수의 행정부처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건의 흐름이 복잡한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이 어떤 사실관계를 인정해 어떻게 법리를 적용했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려면 판결문을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기자는 관심을 뒀던 재판에 대해서는 선고 당일 인터넷을 통해 '비실명화 판결문 사본 제공'을 신청하는 편이다. 따라서 기자가 우 전 수석의 제1심 비실명화 판결문 사본 제공을 신청한 날은 2월 22일이었다.

비실명화 판결문 제공 신청 → 수수료 납부 안내 → 비실명화 판결문 실제 제공까지의 간격은 사건마다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건의 비실명화 판결문은 법원이 제공하지 않는 빈도가 다른 사건에 비해 많은 편이기 때문에, 기자는 신경을 집중하고 수수료 납부 안내 메일을 기다렸다.

하지만 메일은 오지 않았다. 기자가 현재까지 판결문 제공 신청 후 수수료 납부 안내 메일 자체도 받지 못한 사례를 2번 겪은 바 있다.


▲ 아주 오래 전 '정운호 게이트'와 일부 연관됐던 민사소송 판결문을 인천지방법원에 신청했지만 받지 못한 경우 ▲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배임 등 혐의 제1심 판결문을 2017년 12월 7일 신청했지만 받지 못한 경우였다.

이런 경우에는 법원행정처에 해당 법원을 상대로 의무이행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에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의무이행심판은 "행정청의 위법 또는 부당한 거부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하여 일정한 처분을 하도록 하는 행정심판"을 말한다.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을 때, 그 의무를 하지 않는 것이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즉, "행정청이 신청을 인용하든 거부하든 뭔가 처분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빨리 처분을 결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쟁송절차를 말한다.

기자는 이때까지는 쟁송 절차를 밟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작 판결문 한 편을 받기 위해 복잡한 쟁송을 거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판들에서 총 5회의 비실명화 판결문 제공 불허 사례를 겪은 뒤, 기자의 생각은 바뀌었다.

이후 기자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판 항소심 판결문·최순실 씨 등의 제1심 판결문에 대한 제공 불허 사례와 관련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법원이 '우병우 판결문'과 관련해 아무런 답변 없이 수수료 납부 안내 메일을 발송하지 않자 또 행정심판을 청구할지 검토해야 했다.

우 전 수석도 '판결문 열람 제한'을 신청하지 않았고, 증인으로 출석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신청을 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의 침묵은 더욱 의아했던 것이다.

단순 실수? 법원은 왜 25일 동안 침묵했을까

기자는 행정심판을 청구하기 전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확인 겸 문의 전화를 했다. 그러자 법원은 즉시 수수료 납부 안내 메일을 보냈다. 기자는 즉시 수수료 1천 원을 납부했고, 19일 비실명화 판결문 사본을 이메일로 전송받을 수 있었다.

기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열람 제한을 신청한 사람도 없었는데, 무엇이 문제이기에 판결문 제공 신청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는지"를 물었지만, 당시에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기자는 20일 다시 법원에 "판결문 제공 신청에 대해 수수료 납부 안내 메일을 보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었고, 법원은 "신청 건수가 많아서 누락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설령 그 답변이 사실이라고 해도, 전국민적 관심사인 사건의 판결문이라면 더욱 신중하고 꼼꼼하게 취급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12일에는 '김기춘 항소심 비실명화 판결문' 제공 불허에 대해 청구한 행정심판의 서면심리기일이 진행됐다. '최순실 제1심 비실명화 판결문' 제공 불허에 대해 청구한 행정심판도 조만간 서면심리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재결서를 받은 뒤, 기자가 어떤 법리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는지를 설명하면서 재결서 전문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자는 앞으로도 '이영학 사건' 등 피해자의 존엄성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일부 강력 사건이 아닌 한, 법원이 '전 국민적 관심사'였던 사건의 비실명화 판결문 제공을 불허할 경우에는 그때그때 행정심판을 제기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형준씨는 '로디프' 기자입니다.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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