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8일 당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하여 개발했다"며 "현장검토분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장검토분이 공개되는 기간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주시는 소중한 의견들이 교과서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성호
전혀 다른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2015년 11월 국정화 확정 고시 후 2016년에 벌어졌던 일입니다. 한 국립박물관에 몸 담고 있었던 학예관이 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공직을 떠났습니다. 사표는 스스로 냈지만, 사실상 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그 학예관은 어느날 출장에서 돌아오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파트로 강제 차출됐습니다. 억지춘향으로 몇 개월 일하다가, 도저히 국정교과서 활동에 자신의 이름을 기록하고 싶지 않다며 사표를 냈습니다. 그가 허탈하게 웃으며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떻게 현대사가 나를 비껴가는 법이 없는지…"
이 학예관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시키는대로 순종하고 따르지 않았던 공무원입니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그게 사표였습니다. 양심과 영혼을 팔라는 부당한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자신의 '철밥통'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었습니다.
이 학예관은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다 지난 이야기이고, 다시 들춰내기 싫은 상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적폐청산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다시는 자신과 같은 불행한 '영혼 있는 공무원'의 희생이 반복되길 원치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전 정부의 적폐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중하위직 공무원들에게 무조건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공직사회의 과도한 불안을 막아줘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공무원들이 영혼을 팔지 않아도 되는 나라, 양심을 저버리지 않아도 되는 나라, 보수와 진보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그게 지켜질 수 있는 시스템은 철저한 적폐의 진상규명과, 그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사과가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만 생물이 아닙니다. 적폐청산도 생물입니다. 살아움직이며 시시각각 변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9
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공유하기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모두발언', 이의 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