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직원들도 해외연수를 간다.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unsplash
보좌직원들도 해외연수를 간다. 내 생애 첫 연수는 정당에 배정된 몫으로 간 것인데, 의석수에 따라 인원이 달랐다. 내가 속한 정당은 의원이 많지 않아 당 전체에서 1년에 딱 한 사람만 갈 수 있었다. 연차·연령을 고려해 의원실마다 골고루 돌아가도록 선정했는데 국회에서 일한 지 6년 만에 내 차례가 왔다. 연수 대상자가 됐다는 통보를 받고,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스웨덴'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에서 내내 일했기에 복지국가라 불리는 나라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보좌직원 단기해외연수는 정해진 연수프로그램이 없다. 배정된 예산의 범위 내에서 당사자가 지역, 시기, 일정을 모두 결정한다. 스스로 짠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몇 가지 정해진 원칙만 지키면 된다.
먼저 혼자 가는 것은 안 된다. '연수'이므로 보좌직원 2인 이상이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출장 목적, 출장자, 기간, 일정 등이 담긴 계획서를 작성해 사전에 제출해야 하고, 지급되는 예산은 공무원여비규정, 감사원계산증명규칙, 정부항공운송의뢰 GTR 업무처리지침, GTR제도관련운영지침에 의거해 집행된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한참 헤맸다. 공무원 여비 규정은 나라에 따라, 직급에 따라 하루에 지출할 수 있는 최대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를 넘어서면 당연히 지급이 안 된다. GTR은 국적기 기준의 항공료인데 이를 넘어서면 역시 지급이 안 된다. 우리는 '저가항공'을 이용해 항공료가 훨씬 더 저렴했지만 비교를 위해 기준 운임 서류도 제출해야 했다.
또, 항공료는 결제도 별도로 해야 한다. 다른 비용과 패키지로 결제하면 지급이 안 된다(이렇게 까다롭다). 다녀오면 모든 연수자의 출국일·귀국일이 찍힌 여권을 제출해야 하고, 물론 연수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아, 항공마일리지 신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이 마일리지는 개인적으로 쓸 수 없고, 나중에라도 공무에만 써야 한다.
언제 기회가 또 올지 모를 연수인 만큼, 연수다운 연수를 가기 위해 무려 6개월을 준비했다. 2010년 당시만 해도 스웨덴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았다. 스웨덴에 가고자 하는 동료 5명을 모아 연수팀을 구성해 수차례 세미나와 토론을 진행했다. 우리가 가고 싶은 방문지를 선택해 일정을 짜고, 이메일로 직접 면담 요청을 했다.
해당기관과 만나기 위해서는 왜 만나려고 하는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사전에 질문지를 보내야 했기에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덕에 일주일 머무는 동안 스웨덴 의회, 사민당, 보수당, 생산직노동조합총연맹, 사용자연맹, 금속노조, 시민교육협의회, 지방의회, 노인요양시설, 청소년교육시설, 장애인사업장 등 희망하였던 거의 모든 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비록 이동시간이 부족하여 다음 방문지에 늦지 않으려 거의 '뛰어다닐' 지경이었지만 말이다. 다녀와서 연수 내용을 정리하여 <복지국가 여행기 - 스웨덴을 가다>라는 책을 썼다. 열흘에 불과했지만 연수에서 보고, 느끼고, 얻은 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국회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함께 간 5명의 동행자들은 모두 자부담이었다. 적금을 깨고, 대출을 받았다. 두 번 가기는 어렵다. '충실한' 해외연수를 구분해 지원할 수는 없을까?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본질이 훼손되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