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은 전통민간요법이자 공공재, 불법 아니다"

'품앗이 뜸' 때문에 범법자로 몰린 홍동 주민들, 4차 공판에서 뜸의 공공성 주장

등록 2018.04.27 11:49수정 2018.04.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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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서는 홍동 뜸방에 대한 4차 공판이 열렸다. ⓒ 이재환


울지 않는 주민이 없었다. 재판정을 나온 주민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손을 맞잡고 눈시울을 붉혔다. 

26일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213호 법정, 판사 안희길)에서는 '품앗이 뜸'으로 고발당한 시골 마을 주민들에 대한 4차 공판이 진행됐다. 주민들은 이날 피고인 유승희씨의 최후 변론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지 말아 달라"는 유씨의 구구절절한 최후 진술이 주민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주민들은 지난해 2월 17일 마을에서 품앗이로 뜸을 떠 주다 체증을 당해 약식기소에 처해졌다. 이에 불복한 주민들은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법정 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피고인 유승희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뜸방은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서로 돌보기 위해 홍동에 사는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농촌마을 소모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 민족의 공동 자산인 뜸을 이용해 건강을 미리 챙기자는 취지로 일주일에 한번 모여 서로 품앗이 뜸을 떠준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또 "한의원을 찾아가도 홍동뜸방처럼 뜸(직접구)을 뜨는 곳은 없다"며 "공공재인 뜸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는 대한한의사협회의 욕심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미풍 약속과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은 너무나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이웃 간의 정을 나누고 서로 돕는 우리 마을 뜸방은 없어져야 할 불법적인 공간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판에는 홍동 뜸방을 경찰에 고발했던 김아무개씨도 증인으로 참석했다. 김씨는 지난 3차 공판까지도 개인 신상과 신변 위협 등을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증인석에 처음 나선 김씨는 자신을 "대한한의사협회의 알바"라고 소개한 뒤 "뜸방 체증 및 치료를 목적으로 지난해 2월 홍동에 방문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또 "아무리 상처가 없고 안전하다고 해도 전문가인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뜸 시술 후 치료비를 지불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대해서는 "돈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뜸방이 주민들의 무료 봉사 시설이란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서 열린 '홍동 뜸방 1심 재판'에 대한 최종 선고일은 오는 5월 31로 잡혔다. 

#홍동 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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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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