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큰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유증으로 너클링 현상이 일어났다. 이후 제대로 걷지 못했다.
차노휘
원장은 내가 망설이고 있자, 자궁만 들어내면 3일 안에 팔팔하게 달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 포미는 고령이었다. 말은 못해도 차가운 스테인리스가 아니라 집에서 임종을 원했을 수도 있었다.
그냥 내 품에 안고 병원을 나서고 싶었지만, 병원에서, 혹시나 돈 계산으로 녀석의 목숨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죄책감으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추가 검사 뒤 수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때였다. 포미가 눈을 치켜뜨며 나를 올려다보는가 싶더니 고개를 들어 속엣것을 토해낸 것이. 그리고는 축 늘어졌다. 원장과 보조 간호사는 혹 혀를 깨물까 싶어 입을 벌리는 기구를 장착하고는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나는 손가락을 포미 코에 댔다. 호흡이 점점 약해졌다가 마침내 끊겼다.
"수술 받기 싫어서 먼저 가버렸나봐요." 원장이 말했다. 그럴 것이다. 10분 뒤에 갔다면, 확률 반반이라는 말을 들어 추가비용과 수술비를 다 청구했을 것을. 왜 내가 좀 더 편하게 보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었을 때, 왜 반반인 확률을 거듭 강조하며 수술만을 권했을까. 안락사를 절대 원한 것은 아니었다. 집에서, 10년 이상 녀석의 냄새를 묻히며 살았던 집에서 따뜻하게 보내고 싶었다. 목이 막혀 말이 끊어지는 내게 냉정한 보호자로 원장은 밀어붙이기만 했을까.
이미 늦었다.
나는 숨이 끊어진 것을 알고도 오물이 묻은 포미 털을 물티슈로 닦고만 있었다. 집에서 가지고 온 담요는 오물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리고는 발목 밴딩과 수액을 빨리 빼달라고 했다. 병원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담요는 버려달라고 했다.
모든 것이 제거 되자 포미를 들어올려 품에 안았다. 콧물이 나오고 두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 간호사가 티슈를 건넸다. 그리고는 오물이 나올 수 있으니 패드에 싸서 데리고 가라고 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하자 카운터 여자가 반려동물 장례 전문기업 팸플릿을 건넸다. 2시간 거리에 있는 근교도시였다. 그곳에서 화장할 수 있단다.
품에 안긴 포미는 호흡만 멈췄을 뿐 아직 따뜻했다. 평소대로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털을 하나씩 만졌다. 집에 와서는 제일 좋아하던 내 작업실 침대에 하룻밤 마지막으로 재우기로 했다. 오물 묻은 털을 닦아줬다. 제일 좋아하던, 심심할 때면 입에 물고 오던, 이미 낡아버린 인형을 녀석 품에 안겨주고 새 담요로 몸을 감싸줬다. 서서히 몸이 굳어갈 것이다.
끝도 없는 추억을 되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