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의 역사>총서표지 지도
김선흥
바로 우리 선조들이 1402년 붓으로 비단 바탕에 그렸던 세계지도, 강리도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지도의 원본은 전해 오지 않으나 가장 먼저 만들어진 사본(1480년초)이 일본 류코쿠 대학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류코쿠대 본을 통상 'Kangnido(1402)'라 부릅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지도이자 세계지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의 강리도가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한 아시아의 수많은 지도를 제치고 표지 지도로 선정된 것일까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궁금증을 느낄 겁니다. 나그네(필자)도 그중의 한 사람으로서 관련 정보를 애써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찾을 수 없었습니다. 찾을 수 없으면 궁금증은 더욱 깊어집니다. 어느 날 마침내 찾았습니다. 찰스 암스트롱 교수(컬럼비아 대학)가 게리 레드야드 박사(컬럼비아대 석좌 교수)와 인터뷰한 내용 중에 들어 있었습니다.
"강리도는 가장 놀라운 걸작"여기서 그 대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게리 레드야드(Gari Ledyard)는 저명한 한국학 학자로서 앞서 언급한 책자에 한국 지도의 역사에 대하여 약 100쪽에 달하는 논문을 실은 장본인입니다.
암스트롱: "이제 한국지도의 역사에 대한 박사님의 저술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어떻게 그게 이루어졌으며 박사님은 무엇을 발견하셨습니까?"
레드야드: "이 주제로 나를 이끌었던 연결 고리는 브루스 커밍스 박사였습니다. 당시 세계 지도의 역사 총서 발간에 착수한 시카고 대학 측에서 한국 전문가를 찾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들이 브루스 커밍스(시카고 대학 교수)에게 적임자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는데 그가 나의 이름을 그쪽에 알려 주었습니다.
총 편집장 데이비드 우드워드 박사가 제공해준 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나는 이 프로젝트가 지도학 분야에 항구적인 영향(permanent impact)을 미치게 될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한국이 중국 및 일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독창적인(unique) 지도를 많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사실을 일반 지식인들에게 소개할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나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레드야드: "연구 결과를 좀 소개해 주시겠어요?"
암스트롱: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운 걸작(the most spectacular)은 1402년에 편찬된 강리도라는 세계지도였습니다. (중략) 당시 조선의 지도제작자들은... 아메리카, 호주 등 당시 '발견'되지 않았던 곳을 제외한 세계의 거의 모든 영역을 통합하여 한 장의 지도에 담았던 것입니다.
콜럼버스는 1492년 항해를 앞두고 유럽의 많은 지도들을 살펴보았을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 지도들을 살펴본다면 그중에 어떤 것도 조선의 강리도에 필적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 게 될 겁니다. 이러한 사실에 몹시 깊은 인상을 받은 데이비드 우드워드 총 편집장이 이 지도를 표지에 올린 것입니다. 그 이래로 강리도가 세계의 주목과 존중을 받게 되었지요(it has since gained the attention and respect of the world)." - 162~163쪽(번역: 김선흥)
이제 궁금증이 해소되었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강리도가 왜 근 25년 전부터 세계 학계와 지식인들에게는 알려지고 찬사를 받게 되었는지를.
백문불여일도! 이제 지도 실물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