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돈 회전율'은 1년에 약 2회 정도. 7산 후엔 생산성이 떨어지므로 도축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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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수명이 15~20년이라는 돼지는, 약 6개월간 길러진다고 한다. 고기용 돼지가 이렇고, 더 오래 사는 경우도 있다. 임신이 가능한 돼지, 즉 모돈은 고개를 돌릴 수도 없는 스톨(stall, 모돈을 가둬놓는 케이지) 안에서 약 3년간 길러진다. 출산, 다시 말해 '모돈 회전율'은 1년에 약 2회 정도. 7산 후엔 생산성이 떨어지므로 도축된다고 한다.
"그렇게 옴짝달짝할 수 없는 스톨에 갇혀 영문도 모른 채 임신했다 새끼를 낳았다 임신했다 새끼를 낳았다 임신했다 새끼를 낳다가 죽는 것이 모돈의 운명이었다. 보통 돼지들이 살찌는 기계라면 모돈은 새끼 낳는 기계였다." (pp167-168)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닭과 돼지와 달리, 개의 경우는 보다 복잡하고 충격적이다. 저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의 주식은 음식물 쓰레기였다. 병원이나 학교, 식당 등은 돈을 내고 음식물 쓰레기를 처분하고, 돈을 받고 사온 그것은 개 사료가 되는 것이다. 개에게 해로운 음식은 물론, 때때로 병뚜껑과 빨대가 들어있으며, 여름이면 운송 중에 이미 부패된다.
처치 곤란한 음식물 쓰레기를 이들이 처리하는 덕분에, 그리고 애초에 축산업으로 분류되지 않은 덕분에, 이들에 대한 규제는 미온적이라고 한다. 비윤리적 도축이 행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저자는 "비윤리적인 고기는 있어도 야만적인 고기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p454)고 밝히고, 나 역시 개고기 문화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현 실태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책은 식용동물에 관한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 않다. 이 책은 '노동에세이'다. 고된 노동과 무한히 반복되는 일상이 어떻게 사람의 이성과 감성을 마비시킬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는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오직 이윤만 바라며 직원을 짐짝 취급하는 사장도 있고, (당연하지만) 직원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사장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돈밖에 모르는 사장은 상품인 돼지를 애지중지하고, 직원을 배려하는 사장은 돼지에게 전기 충격기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
"어느 과학자의 말을 바꿔서 표현해보자면 생명관에 상관없이 좋은 사람은 동물을 아끼고 악한 사람은 동물을 학대한다. 그런데 좋은 사람이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 그것은 대부분 동물은 물건이라는 믿음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p263)
저자의 소망대로, 이 책은 나를 불편하게 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진심으로, 이 책이 많은 분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한다. 그 바람에 방해가 될까 우려되지만, 책을 읽으며 입맛을 싹 잃어 한 끼를 걸렀다. 그리고 고작 몇 시간의 허기를 더 이기지 못하고 음식을 찾았다. 우적우적 급하게 음식을 씹으며 생각했다. 나는 인간이고, 동물일 뿐이다.
표지를 다시 본다. "맛있는 고기와 힘쓰는 고기의 비망록"이라는 글귀가 이제와 눈에 띈다. 이 말 덕분에, 개가 아닌 소가 나오리라 잠시 착각했었다. 그러니까 '힘쓰는 고기'는, 인간이었다.
동물로서의 연대가 필요할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혹 인간이 우월한 지위의 동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미덕을 발휘해도 좋겠다. 나와 다른 존재의 고통을 느끼는 연민. 끊임없이 의심하고 성찰하는 노력. 정말이지,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선량한 사람들은 언제나 스스로의 선량함을 의심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선량한 사람이 된다. (폴 오스터, <폐허의 도시> 본문 재인용, p444)
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한승태 지음,
시대의창,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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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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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불편한 책, 입맛을 싹 잃고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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