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본 적 없는, 소문난 양곱창 맛의 비결

[오십쇼] 대구 참우양곱창 장손태 대표

등록 2018.06.25 09:31수정 2018.06.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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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쇼는 매월 1만원 이상씩 오마이뉴스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들의 나눔 쇼핑 공간입니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장손태(52)씨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다. 그가 자신의 가게 '참우 양곱창'을 오십쇼에 소개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오십쇼의 일곱 번째 참여업체는 장손태 회원의 참우 양곱창집이다.
장손태(52)씨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다. 그가 자신의 가게 '참우 양곱창'을 오십쇼에 소개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오십쇼의 일곱 번째 참여업체는 장손태 회원의 참우 양곱창집이다. 정대희

누구나 자기만의 입맛이 있다. 나도 그렇다. 이름난 '맛집'이 내 입에 안 맞을 때가 있고, 반대로 남들은 입에도 못 대는 음식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입맛은 제각각이란 말이다.

맛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 맛깔나고 군침 돌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내가 아는 맛이란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다. 기껏해야 '아주', '정말', '매우' 같은 부사를 덧붙이는 게 전부다.


그래서다. 이번 오십쇼 참여업체를 검증하는 일, 부담됐다. 맛을 평가해야 하는 음식점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내 입맛엔 안 맞을 수도 있었다. 음식이 맛있어도 문제였다. 이걸 어떻게 소개할지 걱정이 됐다. 먼저, 네티즌 평가를 훑어봤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검색어를 입력했다. 결과를 보고, 고민을 좀 덜었다. 수많은 '방문 후기'가 쏟아졌다. 표현은 저마다 달랐으나 한 가지 공통되게 등장하는 말이 있었다. 그건, '맛집'이란 낱말이었다.

대구에 있는 '참우 양곱창'.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오십쇼의 일곱 번째 참여업체다. 소 내장을 파는 이 가게의 주인장은 장손태(52) 회원이다. 지난 14일, 동대구역에서 그를 만났다.

양곱창 맛의 비결은?

 장손태 회원은 "100년을 이어가는 맛은 손맛이 아니라 정신을 물려줘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장손태 회원은 "100년을 이어가는 맛은 손맛이 아니라 정신을 물려줘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대희


소문난 양곱창 맛의 비결이 궁금했다. 14년째, 맛을 유지하는 비법을 알고 싶었다. 이걸 장손태 회원은 아무렇지 않게 공개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입을 연 거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재료를 써야 합니더."


나도 아는 말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그가 식당 한편에 적어놓은 글귀도 다르지 않다. '참우 양곱창의 깊은 맛은 좋은 재료에서 찾아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렇게 평범한 비결, 들어본 적이 없다.

그는 특별한 비법이라고 했다. 누구나 알고 있으나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말은 쉬우나 행동으로 옮기긴 어려운 거라고 했다. 그도 이걸 몸으로 깨닫기까지 적잖은 수업료를 냈단다. 발품을 팔며, 전국 방방곡곡 흩어져 있는 '소문난 맛집'을 홀로 탐방했단다.


"이 가게를 열고 대구에서 유명한 원조곱창 집을 찾아갔으예. 수시로 들락거리며, 숱하게 먹어봤습니더. 그러다가 그 가게 사장님을 알게됐으예. 자문을 구하고 비결도 가르쳐 달라고 사정했습니더. 하지만 사장님이 체인점을 한 번 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비결을 안 가르쳐 주는 겁니더. 우짜겠는교. 도와달라고 끈질기게 매달렸으예.

부산은 자전거를 싣고 갔습니더. 이걸 타고 장사가 잘되는 집만 골라서 직접 먹어봤으예. 여기서도 가게마다 주인장이랑 얼굴 트고, 말도 섞으면서 비결을 쪼매 물어봤습니더. 거기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돌아와 직접 음식을 만들어보고 나름 연구를 해서 손님상에 내놨지예.

소문난 양곱창집 주방 이모님 곁에 찰싹 붙어서 소스 만드는 방법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어예. 가게 영업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모시고 가서 요리법을 배우고 다시 바라다 드리기를 여러 차례 했습니더. 장사하면서 이렇게 틈만 나면,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그 집만의 비결을 배웠습니더." 

- 처음부터 양곱창 한 가지 메뉴만 팔았나요?
"아닙니더. 처음엔 양곱창 말고 삼겹살도 팔고 소고기도 팔았어예. 상호도 '참우 참숯구이'였습니더. 그러다가 맛집을 돌아다니면서, 손맛이 아니라 좋은 재료가 맛을 결정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더. 그 후로 메뉴를 하나로 통일 했으예. 양곱창으로. 그게, 식당 문을 연 지 4년이 흐른 뒤였습니더."

밑바닥부터 시작한 '장사의 꿈'

 장손태 회원은 밑바닥부터 장사의 꿈을 키웠다. 주방 설거지부터 홀서빙까지...다양한 장사를 경험했다.
장손태 회원은 밑바닥부터 장사의 꿈을 키웠다. 주방 설거지부터 홀서빙까지...다양한 장사를 경험했다. 장손태

그에게 양곱창은 특별한 음식이었단다. 그날, 이걸 먹고 '장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순간은 이랬다.

스무 살 무렵이었단다. 그는 입대를 앞두고 친구 셋과 부산을 찾았다. 우연히 양곱창 집에 가게 됐다. 이제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꿀맛"을 맛봤다.

계산서를 보고 놀랐다. 동그라미 하나가 잘못 표기된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10만 원어치를 먹은 게 맞았다. 당시 카페에서 한 달 아르바이트를 하면 8만 원을 벌었다. 그때, 그는 마음을 굳혔단다. 장사해서 먹고살기로. 

하고 싶은 게 생겼는데, 입대했다. 군대에 발목이 잡히진 않았다. 그는 제대한 뒤를 고민했단다. 외출하거나 외박을 나올 때면, 장사기법과 서비스 정신을 다룬 책을 샀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는데, 꿈을 갖게 되니 이게 허물어졌다. 하사관 3년 차부터는 영외거주가 가능해 요리학원에 등록해 한식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사회에 나와선 식당에 취직했다. 그는 밑바닥부터 장사를 배우기로 했단다. 그때 나이 스물여섯 살이었다. 주방에서 설거지했다. 여기서 2년 동안 접시를 닦으며, 장사에 필요한 기본기를 몸으로 익혔다.

직장을 시골로 옮겨선 주방을 벗어났다. 그는 식당의 한 귀퉁이가 아니라 정중앙에 서게 됐단다. 홀서빙하게 됐다. 이때 "영원한 멘토"를 만나 장사기술도 배웠다. 서른둘, 여길 나와 처음으로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다. 

"레스토랑과 일식집, 유흥주점까지... 여러 장사를 경험했습니더. 그러다가 지난 2004년도에 처음 돈가스 집에 도전했어예. 다행히 전국적으로 '돈가스 붐'이 일어나면서 장사가 잘 됐습니더.

근데, 인건비를 제외하고 비싼 임대료를 내고 나니 남는 게 없는 겁니더. 게다가 IMF까지 터져서... 7년을 했는데, 장사를 접고 다 정리하고 나니 2000만 원이 남았어예. 그렇게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맞았습니더.

그때, 양곱창이 생각나는 겁니더. 부산에서 친구들과 먹었던 양곱창이. 하루 종일 기름 냄새 맡고, 손 데이면서 돈가스 파는 것보단 낫겠다 싶었어예. 이렇게 지난 2004년 자본금 2000만원으로 양곱창 가게를 열고 홀로 맛의 비결을 연구한 겁니더."

"음식은 내 얼굴, 직접 만듭니더"

양곱창 맛의 비결을 알고 나니. 답은 간단했다. 좋은 재료를 쓰면 됐다. 하지만 그게 어려웠다. 납품업체가 가져다주는 양곱창은 그때마다 달랐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는 한 납품업체를 끈질기게 설득해 도축장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도축장 내장실에 좋은 양곱창이 있었다. 건강진단서를 제출하고 납품업체의 직원자격으로 작업장에 들어갔다. 고령 도축장에서 다른 직원들과 섞여 내장 분류 작업을 하고, 자신이 직접 손질한 양곱창을 탑차에 싣고 왔다.

"도축장에서 직접 손질한 양곱창을 손님상에 내놓으니, 맛이 들쑥날쑥할 일이 없어졌어예. 그렇게 손님은 늘어나고 필요한 물량이 늘어났습니더. 특양구이용 양은 부산에서 가장 양심적인 업체를 수소문 했습니더. 그리고 거길 찾아가서 사정하고, 부탁하고, 끈질기게 도와달라고 해서 비싸도 가장 좋은 재료를 납품받게 됐어예."

이게 다가 아니다. 그는 양곱창만 좋은 재료를 쓰는 게 아니라고 했다. 손님상에 오르는 대부분 음식을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든다고 했다.

"된장은 어머님이 시골에서 직접 키운 콩을 가지고 직접 담급니더. 상추랑 배추도 그렇고예. 고추나 마늘은 시중에서 가장 비싼 걸, 씁니더. 반찬으로 나가는 갓김치도 여수에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서 사옵니더. 소스에 필요한 액젓도 여수 멸치잡이 배에서 산 겁니더. 소금은 직접 신안에 가서 염전 장판을 까보고, 창고를 둘러본 뒤에 믿을만한 집에서 가져오고예. 양곱창만 아니라 또..."

- 이렇게까지 좋은 재료를 쓰는 이유가 있나요?
"모든 음식이 내 얼굴입니더. 그리고 저기에(식당 한편) 쓰여 있지 않습니꺼. 100년을 이어가겠다고예. 이러려면, 맛이 아니라 정신을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더. 얼마 전, 큰아들이 군에 갔는데 여기서 일을 했어예. 나중에 장사하고 싶다고 해서. 아들 녀석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음식을 만드는 씨앗을 뿌려야 하지 않겠습니꺼." 

- 단골이 많을 텐데, 기억에 남는 손님은 없나요?
"손님들 대부분이 3~5년 된 단골입니더. 10년째 오시는 손님, 2대째 거쳐서 찾아오시는 손님도 있어예. 그러다보니 모든 손님이 기억에 남습니더. 다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을 꼽으라면, 단골이 아니라 갑질하는 사람이 있어예. 직원들에게 반말하고, 이거 가져와라, 저거 가져가라며 하인 부리듯 하는 사람예. 그런 손님 있으면, 돈 안 받고 나가라고 합니더. 나한텐 손님이 아니라 직원들이 왕입니더. 내 생각에 공감하고 10년 넘게 함께 일해 온 사람들인데, 손님보다 더 중요하지예." 

- 양곱창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
"제가 구워주는 순서대로 드시는 겁니더. (하하) 음식은 먹을 때가 있어예. 자장면 시켜서 왔는데, 30분 후에 먹으면 맛 없잖아예. 그거랑 똑같습니더. 먹을 때, 접시에 놓아드립니더. 아무리 바빠도 이건, 지키고 있지예. 모든 손님이 제때 먹을 수 있게 직접 구워 드립니더."

참우 양곱창의 특별한 약속

여기까지 듣고, 그가 직접 구운 양곱창을 맛봤다. 아래 영상이 그거다. 난 한 판을 다 비우고, 후식 곰탕까지 깨끗이 먹어 치웠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오십쇼에 신청한 이유를. 그의 대답은 이랬다.

"조그만 거라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면, 10% 할인을 약속드립니더. 200% 정성으로 대접해 드리겠어예. <오마이뉴스>에 보탬도 되고 싶습니더. 올바른 언론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지예. 앞으로도 지금처럼 정직한 언론이 돼주었으면 합니더." 

대구 참우 양곱창을 소개한다.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평범한 비결로 음식을 만드는 가게다. 좋은 재료로 맛을 내는 음식점이다. 맛있게 먹고 싶다면, 장손태 회원이 직접 구워주는 순서대로 먹으면 된다. 발품 팔아 만든 소스에 찍은 뒤, 직접 시골에서 키운 상추에 싸서. 이러면, 아주 특별한 양곱창 맛을 볼 수 있을 거다.
#오십쇼 #참우양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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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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