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손태 회원은 밑바닥부터 장사의 꿈을 키웠다. 주방 설거지부터 홀서빙까지...다양한 장사를 경험했다.
장손태
그에게 양곱창은 특별한 음식이었단다. 그날, 이걸 먹고 '장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순간은 이랬다.
스무 살 무렵이었단다. 그는 입대를 앞두고 친구 셋과 부산을 찾았다. 우연히 양곱창 집에 가게 됐다. 이제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꿀맛"을 맛봤다.
계산서를 보고 놀랐다. 동그라미 하나가 잘못 표기된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10만 원어치를 먹은 게 맞았다. 당시 카페에서 한 달 아르바이트를 하면 8만 원을 벌었다. 그때, 그는 마음을 굳혔단다. 장사해서 먹고살기로.
하고 싶은 게 생겼는데, 입대했다. 군대에 발목이 잡히진 않았다. 그는 제대한 뒤를 고민했단다. 외출하거나 외박을 나올 때면, 장사기법과 서비스 정신을 다룬 책을 샀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는데, 꿈을 갖게 되니 이게 허물어졌다. 하사관 3년 차부터는 영외거주가 가능해 요리학원에 등록해 한식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사회에 나와선 식당에 취직했다. 그는 밑바닥부터 장사를 배우기로 했단다. 그때 나이 스물여섯 살이었다. 주방에서 설거지했다. 여기서 2년 동안 접시를 닦으며, 장사에 필요한 기본기를 몸으로 익혔다.
직장을 시골로 옮겨선 주방을 벗어났다. 그는 식당의 한 귀퉁이가 아니라 정중앙에 서게 됐단다. 홀서빙하게 됐다. 이때 "영원한 멘토"를 만나 장사기술도 배웠다. 서른둘, 여길 나와 처음으로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다.
"레스토랑과 일식집, 유흥주점까지... 여러 장사를 경험했습니더. 그러다가 지난 2004년도에 처음 돈가스 집에 도전했어예. 다행히 전국적으로 '돈가스 붐'이 일어나면서 장사가 잘 됐습니더.근데, 인건비를 제외하고 비싼 임대료를 내고 나니 남는 게 없는 겁니더. 게다가 IMF까지 터져서... 7년을 했는데, 장사를 접고 다 정리하고 나니 2000만 원이 남았어예. 그렇게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맞았습니더.그때, 양곱창이 생각나는 겁니더. 부산에서 친구들과 먹었던 양곱창이. 하루 종일 기름 냄새 맡고, 손 데이면서 돈가스 파는 것보단 낫겠다 싶었어예. 이렇게 지난 2004년 자본금 2000만원으로 양곱창 가게를 열고 홀로 맛의 비결을 연구한 겁니더.""음식은 내 얼굴, 직접 만듭니더"양곱창 맛의 비결을 알고 나니. 답은 간단했다. 좋은 재료를 쓰면 됐다. 하지만 그게 어려웠다. 납품업체가 가져다주는 양곱창은 그때마다 달랐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는 한 납품업체를 끈질기게 설득해 도축장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도축장 내장실에 좋은 양곱창이 있었다. 건강진단서를 제출하고 납품업체의 직원자격으로 작업장에 들어갔다. 고령 도축장에서 다른 직원들과 섞여 내장 분류 작업을 하고, 자신이 직접 손질한 양곱창을 탑차에 싣고 왔다.
"도축장에서 직접 손질한 양곱창을 손님상에 내놓으니, 맛이 들쑥날쑥할 일이 없어졌어예. 그렇게 손님은 늘어나고 필요한 물량이 늘어났습니더. 특양구이용 양은 부산에서 가장 양심적인 업체를 수소문 했습니더. 그리고 거길 찾아가서 사정하고, 부탁하고, 끈질기게 도와달라고 해서 비싸도 가장 좋은 재료를 납품받게 됐어예."이게 다가 아니다. 그는 양곱창만 좋은 재료를 쓰는 게 아니라고 했다. 손님상에 오르는 대부분 음식을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든다고 했다.
"된장은 어머님이 시골에서 직접 키운 콩을 가지고 직접 담급니더. 상추랑 배추도 그렇고예. 고추나 마늘은 시중에서 가장 비싼 걸, 씁니더. 반찬으로 나가는 갓김치도 여수에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서 사옵니더. 소스에 필요한 액젓도 여수 멸치잡이 배에서 산 겁니더. 소금은 직접 신안에 가서 염전 장판을 까보고, 창고를 둘러본 뒤에 믿을만한 집에서 가져오고예. 양곱창만 아니라 또..."- 이렇게까지 좋은 재료를 쓰는 이유가 있나요?"모든 음식이 내 얼굴입니더. 그리고 저기에(식당 한편) 쓰여 있지 않습니꺼. 100년을 이어가겠다고예. 이러려면, 맛이 아니라 정신을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더. 얼마 전, 큰아들이 군에 갔는데 여기서 일을 했어예. 나중에 장사하고 싶다고 해서. 아들 녀석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음식을 만드는 씨앗을 뿌려야 하지 않겠습니꺼." - 단골이 많을 텐데, 기억에 남는 손님은 없나요?"손님들 대부분이 3~5년 된 단골입니더. 10년째 오시는 손님, 2대째 거쳐서 찾아오시는 손님도 있어예. 그러다보니 모든 손님이 기억에 남습니더. 다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을 꼽으라면, 단골이 아니라 갑질하는 사람이 있어예. 직원들에게 반말하고, 이거 가져와라, 저거 가져가라며 하인 부리듯 하는 사람예. 그런 손님 있으면, 돈 안 받고 나가라고 합니더. 나한텐 손님이 아니라 직원들이 왕입니더. 내 생각에 공감하고 10년 넘게 함께 일해 온 사람들인데, 손님보다 더 중요하지예." - 양곱창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제가 구워주는 순서대로 드시는 겁니더. (하하) 음식은 먹을 때가 있어예. 자장면 시켜서 왔는데, 30분 후에 먹으면 맛 없잖아예. 그거랑 똑같습니더. 먹을 때, 접시에 놓아드립니더. 아무리 바빠도 이건, 지키고 있지예. 모든 손님이 제때 먹을 수 있게 직접 구워 드립니더."참우 양곱창의 특별한 약속여기까지 듣고, 그가 직접 구운 양곱창을 맛봤다. 아래 영상이 그거다. 난 한 판을 다 비우고, 후식 곰탕까지 깨끗이 먹어 치웠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오십쇼에 신청한 이유를. 그의 대답은 이랬다.
"조그만 거라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면, 10% 할인을 약속드립니더. 200% 정성으로 대접해 드리겠어예. <오마이뉴스>에 보탬도 되고 싶습니더. 올바른 언론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지예. 앞으로도 지금처럼 정직한 언론이 돼주었으면 합니더." 대구 참우 양곱창을 소개한다.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평범한 비결로 음식을 만드는 가게다. 좋은 재료로 맛을 내는 음식점이다. 맛있게 먹고 싶다면, 장손태 회원이 직접 구워주는 순서대로 먹으면 된다. 발품 팔아 만든 소스에 찍은 뒤, 직접 시골에서 키운 상추에 싸서. 이러면, 아주 특별한 양곱창 맛을 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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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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