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학 해외여행을 떠나는 '스페이스 꿈틀'에 참가한 학생 모습
스페이스 꿈틀
색다른 여행을 떠난다. 인터넷에서 흔하게 보는 청소년 해외여행과 달랐다. 정 대표는 어딜 가고, 뭘 먹고, 어떻게 잠을 자는지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았다. 그가 이동수단으로 '이것'을 이용한다고 했을 땐, 무릎을 '탁' 쳤다.
"학생 7~8명의 인솔자 1명이 함께 이동한다. 버스가 아니라 9인승 승합차를 타고 여행을 한다. 여행해본 사람은 알 거다. 짐이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단체 여행은 말할 것도 없다. 무거운 짐을 갖고 이동하려면 번거롭고 체력도 상당히 소모된다. 이러다 보면, 정작 여행지에서 피곤해 봐야 할 걸, 못 본다. 9인승 승합차로 이동하면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여행지 코앞까지 이동해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이것'은 9인승 승합차였다. 엄한데 힘을 빼지 않기 위해 선택한 특별한 교통수단이란다. 짐을 싣고, 내리고, 끌고 다니다 보면 지치기 일쑤인데, 이걸 해소하고자 찾은 방법이란다. 우르르 이동하거나 우왕좌왕하는 일을 없애려고 선택한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을 아껴두었다가 어디에 쓸까?
"교과서로만 보던 역사와 문화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는 여행이 바로 우리 여행의 특징이다. 학생들은 다채로운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둘러보면서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 당시 역사와 문화, 작가들의 상황들을 설명한다. 시간에 쫓겨 '인증샷'만 찍고 오지 않는다. 유명 대학교에 가면 인터뷰를 한다. 예로 평창올림픽 기간에는 '평창올림픽을 아느냐'란 주제로 현지 대학생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어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없애고 자신감을 얻게 해주는 미션이었다. 여행을 통해 살아 숨 쉬는 지식을 얻도록 도와주고 있다."'도와준다'라는 말이 간섭으로 들렸다. 공부만 하고 돌아오는 딱딱한 해외여행은 아닐까? 의문스러웠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닌가 보다. '스페이스 꿈틀'이 제작한 여행 안내서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어른이 시키는 대로만 따라다녀야 한다는 관념은 좋지 않다. 청소년에게도 자유로움이 필요하다. 스스로 합의하는 규율을 제시하고 안전이 담보되는 테두리 안에서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야 아이들의 적극성과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다.
청소년 여행의 목적은 여행을 통한 성장이다. 지식적으로 더 식견이 풍부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자기와 자기 미래에 대해서 자유롭게 사색해보는 게 중요하다. 여행에서 자유로움이 제한되면 아이들은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돌아오게 된다.
여행이란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만 그치지 않고 자기와 자기의 미래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해보고 친구들과 나눠보게 하자는 게 바로 청소년 인문학 여행을 기획하게 된 이유다."
정 대표에게 물었다. 청소년에게 인문학 여행이 필요한 이유가 뭔지.
"아이들에겐 '인문학'이라고 하지 않는다. 너무 딱딱하게 생각해서 그렇다. '사람'이라고 한다.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거다. 나와 같은 사람, 나와 다른 사람, 그 밖의 사람과 소통하는 거다. 이걸 통해 모두가 사회구성원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내 옆에 사람이 없으면, 나도 존재할 수 없는 거다.하지만 지금 시대는 어떤가. 물질이 중심이고 돈이 최고다. 사람은 없다. 사람도 기계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다. 청소년 인문학 여행은 스마트폰 없이 여행한다. 와이파이 찾아 삼만리 하는 아이들이 없다는 거다. 이러면 여행에, 사람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부모님들도 다들 좋아했다. 적어도 게임은 하지 않을 거라면서.(하하)"살아보는 여행의 특별한 경험
이런 여행이 있다. '인증샷'이 아니라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다. 낮에는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밤이면, 현지인들과 어울려 캠핑을 한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길게는 한 달 동안 네다섯 개 국가를 돌며, 말 그대로 '살아보는' 경험을 한다. 스마트폰이 아니라 온몸으로 기록하는 여행이다. 이런 여행을 하다 보면, 특별한 경험도 하게 된다. 정 대표의 말이다.
"해외에서 캠핑을 하다 보면, 다양한 국가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은 이들과 섞여 이야기도 하고 축구도 한다. 한 번은 독일에서 온 대가족을 만나 말뚝박기도 하고 카드게임도 함께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바디랭귀지'로 소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여행이다. 아이들은 직접 현지에서 장을 보고 밥상을 차린다. 설거지도 각자의 몫이다. 큰 빨래는 세탁기가 하지만 작은 빨래는 스스로 해야 한다. 소소한 거라도 직접 움직여야 얻는 게 있는 여행이다.
이런 게 뭐가 중요하다고 물을 수 있다. 아이들에겐 아니다. 직접 밥하고 빨래하면서 몸으로 배운다. 작은 성공을 통해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처음엔 자기표현도 서툴던 아이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고, 스스로 일을 해나가면서 달라진다. 일기를 쓰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토론하면서 생각을 공유한다. 이러다 보면, 적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예로 네덜란드를 여행할 때였는데, 아이들이 태극기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을 보더니, 상점에 들어가 잘못 걸려 있다고 고쳐달라고 하더라." 정 대표는 "안전한 여행"이라고 했다. 얼마 전, 그가 유럽에 다녀온 것도 아이들의 안전 때문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제2, 제3의 대안을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남녀 학생이 함께 활동은 하지만 서로 지켜야 할 규율을 엄격하게 따진다고 했다. "캠핑"을 한다면, 불안해하는 목소리엔 이렇게 답했다.
"미국과 유럽의 모든 청소년들은 캠프사이트에서 캠핑 한다. 가족 단위 여행자들, 은퇴한 노부부들, 선생님 인솔하에 캠핑하는 청소년들이 있는 캠프사이트는 청소년들의 천국이다. 여기는 신분이 확실한 사람만 출입 되며, 관리가 엄격하다. 외부로부터 안전한 곳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경찰이 출동하는 모습도 많이 봐왔다. 그만큼 각 정부가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거다. 그 어떤 숙박형태보다 안전한 곳이 캠프사이트다.""여행은 인생을 배우는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