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을 한 달 앞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제헌 70주년을 기념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인이 지닌 '전문성'도 상임위 선택(배정)의 중요한 기준이다. 그런데 정치에서 전문성은 전공이나 자격증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다양한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 전문성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운 노동계층이 등장했다면, 이들을 대리할 정치인이 필요하다. 청년 문제가 사회 문제가 돼 있다면 이를 대리할 정치인도 필요하다.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여성들의 주장을 대리할 정치인도 필요하다.
정치인의 전문성은 현장에서 나와야 한다는 말은 허튼 소리가 아니다. 사람들을 조직해 결사체를 만들고, 사람들을 설득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가능성을 현실화해 성과를 이뤄냈다면 그 사람이 전문가다. 그런 면에서 법조계 출신 정치인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부는 '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곳'이지 '법률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많아야 하는 곳'이 아니다. 법 전문가보다 정치 전문가가 필요하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경우에 따라서는 무지하기까지' 한 정치인이 훨씬 더 전문적 지식을 갖춘 관료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의회가 행정부를 통제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위원회 활동을 통한 조사권'을 들고 있다. 이를 통해 정치인은 국가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의회가 최고의 정치 교육의 장이라는 것이다.
베버는 또한 '일하는 의회는 행정을 지속적으로 통제하는 의회'라고 했다. 정부의 제안에 대해 비판, 불평, 협의, 수정, 통과와 같은 행동만을 하는 것은 '소극적 정치'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100년 전 독일이 아니라 우리의 입법부도 정치적 성과 없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만 하는 소극적 정치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선출직 정치인은 시민의 대리자로써 막중한 책임을 지닌다. 전문지식과 비밀 정보로 무장한 관료를 상대해야 하고, 행정부에 대한 대응과 견제만이 아니라 의제 형성과 조직화를 통한 적극적 정치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보좌하기 위해 보좌관이 존재한다. 의원과 보좌관이 하나의 팀이 돼 일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임기 4년은 그리 길지 않다. 20대 국회는 이제 2년 남았다. 상임위 재구성을 앞두고,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스스로 되물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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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사태' 맞은 국회... 의원들은 지금 '밀당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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