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이라도 본 듯, 혼이 쏙 빠진 아이들

캄보디아 오지 마을에 켜진 LED 스탠드... 희망의 빛이 되길

등록 2018.07.18 21:57수정 2018.07.1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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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올프렌즈센타에서는 2018년 7월 9일부터 13일까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친구 고향집 방문'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주노동자를 대신해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 안부를 전했고 한국에서 일을 마치고 본국으로 귀국한 전직(?) 이주노동자의 집을 찾아가 그들의 변화와 성공을 축하하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 기자말
 전기가 귀한 캄보디아의 시골 깜뽕짬 마을
전기가 귀한 캄보디아의 시골 깜뽕짬 마을김혜원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서 3시간여 떨어진 조용한 시골마을 깜뽕짬.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어린이용 보호 쿠션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땀'의 고향이다. 땀은 서툰 한국어로 우리에게 부탁했다.


"선생님, 저희집에 찾아가 주세요. 거기에는 저희부모님도 있고 아내도 있어요. 그리고 아주 많은 아이들이 있어요. 자전거를 타고 멀리까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에요. 한국에서 일하고 번 돈으로 땅도 사고 집도 지었어요. 마을 아이들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온 저를 영웅처럼 생각해요. 그래서 자기들도 한국말을 배워서 한국에 가겠다고 말해요. 돈을 벌어서 집도 짓고 논도 사고 염소랑 소도 사고 싶어해요. 가난하지만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에요. 저 대신 꼭 만나주세요."

간간이 개짖는 소리와 닭이 훼치는 소리, 게으른 소울음만 들리던 동네가 갑자기 서커스 공연이라도 하는 듯 소란스러워진 건 모두 우리 때문이었다. 땀의 부탁을 받은 열 명의 한국선생님들이 조용한 마을을 축제분위기로 바꾸어 놓았다. 축제에는 뭐니뭐니해도 불쇼가 빠질 수 없다. 한국 선생님들이 펼치는 신기하고 놀라운 불쇼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우와~"
"어꾼 어꾼찌란(고맙습니다)!!"

어두운 방이 반딧불이보다 작은 LED전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으로 밝아지는 순간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쏟아졌다. 조선 땅에 전기가 처음 들어왔던 그날도 이와 같았을까.

검고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 어떻게 전기를 연결하지도 않고 건전지를 넣은 것도 아닌데 전깃불이 들어오는 것인지 놀랍고 신기한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한다.


 빛을 만드는 과정은 마치 요술 같았다
빛을 만드는 과정은 마치 요술 같았다김혜원

"이제 저녁에 이 불을 켜고 공부도 할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어요. 학생들은 더 많이 공부 하고요. 엄마들은 일을 해서 돈을 더 벌 수 있을 거예요."

불이 들어온 스탠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방금 전까지 한국 선생님의 설명을 따라 서툴게 조립을 했지만 정말 자신이 한 게 맞는 것인지 도무지 어떻게 해서 불이 들어오는 것인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고 신기해서 마술쇼라도 보는 표정이다.


"다시 설명할게요. 여기 이 초에 불을 붙여서 용기에 넣어요. 그러면 초에서 나오는 열이 바로 위 집열판에 모여요. 집열판에 모인 열이 전기로 바뀌고 그 전기가 LED전구를 밝혀서 빛이 되는 거예요. 이 위에 놓인 컵에 물을 담는 건 열을 빨리 식혀주기 위한 거예요. 신기하지요? 열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는 원리는 중학교 고등학교 가면 과학시간에 다시 배울 수 있어요. 이런 걸 만드는 사람을 과학자라고해요.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하면 남을 돕는 과학자가 될 수 있어요. 초 하나가 다 타는 시간이 4시간이니까 4시간 동안 불을 켜고 공부할 수 있어요."

국민소득 1500불인 캄보디아는 여전히 밤이 어두운 나라다. 전력 공급이 가구 기준 59%에 머물고 있으며 KW당 전기료도 0.15~0.25달러로 인근 국가인 태국 베트남 라오스의 0.07~0.13달러에 비해 월등히 높다. 전력품질도 좋지 않아 수시로 정전이 되다보니 냉장고를 사용하는 가구가 극히 적다.

그나마도 수도인 프놈펜의 경우고 도심에서 자동차로 1시간만 달려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가구가 태반이다. 전기시설이 들어가 있다고 해도 엄청난 비용 부담 때문에 편하게 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해가 지고 나면 온 마을이 그야말로 칠흙같은 어둠속에 잠이 드는 것이다.

 한국에서 온 선생님들과 함께 쉐어라이트의 원리를 배우고 직접 조립 해 보는 아이들
한국에서 온 선생님들과 함께 쉐어라이트의 원리를 배우고 직접 조립 해 보는 아이들김혜원

우리를 안내한 캄보디아인 교사 싸이씨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자신과 같은 교사나 공무원의 월급이 200불~300불 수준인데 한 달 전기요금이 월급의 10%에 가까운 15불에서 20불이 나오다보니 부담이 적지 않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은 아예 없고 형광등 2개와 선풍기 하나 라디오, TV가 전부인데 최대한 안 쓰고 아껴도 그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싸이씨 가정처럼 월급을 받아 현금을 만져볼 수 있는 도시근로자들에 비해 현금이 귀한 농촌은 사정이 더욱 딱하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밀린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긴 형편이니 아이나 어른이나 길고 긴 밤이 얼마나 답답하고 무료할까 싶다.

"저는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이 더 공부를 하길 바라요. 한국은 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공부를 많이 하니까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서 나라도 부자가 된 것 같아요. 캄보디아 어린이들도 공부 많이 해서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동남아 최빈국으로 인식돼 왔던 캄보디아는 최근까지도 동남아 지역 중 가장 높은 출산율과 영아 사망률을 보이는 나라였다. 여전히 아동을 구걸에 내세우는 등 학대와 착취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비록 작은 스탠드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밤을 밝히는 빛을 선물하는 것은 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과 희망을 선물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밝아진 저녁시간에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엄마들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밝아진 저녁시간에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엄마들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김혜원

쉐어라이트가 불을 밝히는 동안 학생들은 잠을 자는 대신 책을 읽을 것이고 부모들은 부업을 통해 돈을 벌 것이며 불빛 아래 모여 내일의 꿈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설계할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불을 준 것 역시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100개의 쉐어라이트를 선물할 수 있었던 것은 비영리사단법인 업체 박은현 대표의 지원으로 가능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빛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면 그 곳이 어디든 기꺼이 돕겠다고 약속한다. 쉐어라이트가 하나씩 켜질 때 마다 아이들의 꿈도 희망도 미래도 하나씩 켜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한다. 

"쉐어라이트는 산업폐기물로 버려지는 LED칩을 이용해 오지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LED램프를 만들어 보급하는 비영리사단법인입니다. 지금까지 동티모르, 베트남, 스리랑카 등 오지 마을에 700개의 램프를 무료로 전달했구요. 내년도까지 2000개의 쉐어라이트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어둠으로 멈춰진 세상 속에서 꿈꾸는 아이들의 책상 위를 밝히는 것이 저희의 꿈입니다.

어둠이 차지한 아이들의 책상위를 다시 보름달처럼 밝혀주고자 쉐어라이팅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세상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이 가난과 소외의 사슬을 끊을 수 있게 돕고자 합니다. 저희 쉐어라이트를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선물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쉐어라이트를 통해 이주노동자 친구들의 꿈과 캄보디아 어린이들의 꿈이 더 밝고 환하게 빛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신이 조립해 본 쉐어라이트를 가슴에 안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오늘밤 깜뽕짬 시골마을의 밤은 우리가 나누어준 쉐어라이트의 개수만큼 밝아 졌을 것이다. 빛의 수 만큼 많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도 피어 날 것이다. 그들의 책상 위와 마음속에 밝혀 둔 희망이 빛이 오래오래 꺼지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받은 선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오늘 깜뽕짬의 밤은 조금 더 밝아졌겠지
받은 선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오늘 깜뽕짬의 밤은 조금 더 밝아졌겠지 김혜원

덧붙이는 글 - 김혜원 시민기자는 광주 올프렌즈센타의 다문화 팀장입니다.
#캄보디아 #쉐어라이트 #깜뽕짬 #사단법인 올프렌즈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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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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