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귀한 캄보디아의 시골 깜뽕짬 마을
김혜원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서 3시간여 떨어진 조용한 시골마을 깜뽕짬.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어린이용 보호 쿠션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땀'의 고향이다. 땀은 서툰 한국어로 우리에게 부탁했다.
"선생님, 저희집에 찾아가 주세요. 거기에는 저희부모님도 있고 아내도 있어요. 그리고 아주 많은 아이들이 있어요. 자전거를 타고 멀리까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에요. 한국에서 일하고 번 돈으로 땅도 사고 집도 지었어요. 마을 아이들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온 저를 영웅처럼 생각해요. 그래서 자기들도 한국말을 배워서 한국에 가겠다고 말해요. 돈을 벌어서 집도 짓고 논도 사고 염소랑 소도 사고 싶어해요. 가난하지만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에요. 저 대신 꼭 만나주세요."간간이 개짖는 소리와 닭이 훼치는 소리, 게으른 소울음만 들리던 동네가 갑자기 서커스 공연이라도 하는 듯 소란스러워진 건 모두 우리 때문이었다. 땀의 부탁을 받은 열 명의 한국선생님들이 조용한 마을을 축제분위기로 바꾸어 놓았다. 축제에는 뭐니뭐니해도 불쇼가 빠질 수 없다. 한국 선생님들이 펼치는 신기하고 놀라운 불쇼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우와~""어꾼 어꾼찌란(고맙습니다)!!"어두운 방이 반딧불이보다 작은 LED전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으로 밝아지는 순간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쏟아졌다. 조선 땅에 전기가 처음 들어왔던 그날도 이와 같았을까.
검고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 어떻게 전기를 연결하지도 않고 건전지를 넣은 것도 아닌데 전깃불이 들어오는 것인지 놀랍고 신기한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