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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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이후로 조폭 조직들이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 전쟁에 대한 조폭의 면역력이 생긴 뒤의 지하경제 규모를 통해 대략적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세무사 정연태의 <지하경제와 죄악세>에 따르면, 1999~2007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25.3~28.3%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1년간 생산된 경제력의 4분의 1 정도가 지하경제로 들어갔다는 의미다. 지하경제의 비율에 대해서는 정확한 추산이 어렵고 또 여러 가지 견해가 엇갈리므로, 이 수치는 그저 참고용으로만 활용해야 한다.
정치와 조폭 유착설을 더 자주 접할 가능성종교 영역으로 유입된 돈, 정치권으로 은밀히 흘러간 돈, 재벌들이 비자금으로 사용하는 돈, 현금 부자들이 보유한 5만원권 다발 등도 지하경제를 구성하므로, GDP의 4분의 1에서 이런 돈들을 제외한 나머지가 조폭 세계에 들어갔을 수 있다고 대략적이나마 추론해볼 수 있다. 이승만 때는 정치깡패가 대세였다면 이제는 경제깡패가 대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금 조폭들은 자체적으로 돈을 잘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범죄와의 전쟁을 계기로 대규모 조직들이 와해됐기 때문에, 조폭 세계로 들어간 음성 자금이 수많은 조직으로 쪼개진 채 분배될 수밖에 없었다. 강력한 전국 조직이 등장하면 그 돈들을 흡수해 지금보다 훨씬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많은 돈이 그 세계로 들어갔을 수 있다는 것은, 조폭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강력한 전국 조직이 없어 조폭 세계의 자금이 여러 갈래로 분산돼 있다는 점은, 지금 단계에서는 조폭이 중앙정부 차원의 정치에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지방정부 차원의 정치에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조폭이 경제력을 확대하게 되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합법성 확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또 조폭조직의 몸집이 커지면 국가권력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합법성이라는 외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단계에서 조폭이 손쉽게 합법성을 확보하는 길은 지방정부와의 유착밖에 없다. 이를 위해 조폭들은 자금과 조직에 갈증을 느끼는 지방 정치인들에게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예전처럼 정치권을 도와주고 떡고물을 챙기는 수준이 아니라, 독자적인 자금원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을 지원하고 그들을 조종하는 방도를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공유식 논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조폭의 변화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과거 대도시의 중심지역에서 활동하던 폭력조직들이 점차 지방 소도시 등으로 흩어져서 건설업 등을 통해 고유한 활동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정치권에의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경제 영역에서 독립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으며, 활동 공간도 지방자치·지방분권 시대에 맞추어 중앙에서 지방으로 확대하여 가고 있다."
이승만 정권 때와 달리 지금의 조폭은 이처럼 독자적 자금원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만만한 지방정부의 유착을 도모하고 있다. 경제력이 커지는 만큼 합법성을 신속히 확대하기 위해 이들은 유착의 정도를 점차 강화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 국민들이 정치와 조폭의 유착설을 더 자주 접할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이러므로 조폭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처법도 그에 맞춰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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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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