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교체' 논란... "경질 인사" vs. "정기 인사 일환"

보수 야당, "통계 조작 위한 인사" 맹공... 여당,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일축

등록 2018.08.28 12:03수정 2018.08.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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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책회의 주재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남소연


"통계청장을 경질한 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통계자료 내민 통계청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고 압력이다."

통계청장 인사를 두고 보수 야당의 공세가 뜨겁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인사를 "문재인 정권의 폭압적인 정치"라고 규정하고 "해도해도 너무하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지난 26일, 통계청장을 포함한 6명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27일 이임식을 거치며 13개월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통상 차관급 인사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그러나 보수 야당은 이번 통계청장 인사가 '경질성'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동향 조사에서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한편으로는 통계의 '표본 오류' 논란이 일었다. 표본 가구가 지난해 5500가구에서 올해 8000가구로 늘면서 고령층 가구 비율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지난해 지표와 올해 지표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이야기였다. 낮은 응답률 때문에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정부가 통계를 조작하려고 작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인사에 통계청장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 논란에 불이 붙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정부가 통계를 조작하려고 작정했다"라며 "국가 경제에 불이 났는데, 불낸 사람이 아니라 불이 났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을 나무란 꼴"이라고 비난했다.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회의에서 "(경제 정책 실패를) 날씨 탓, 생산가능인구 탓, 전 정부 탓으로 계속 돌리더니 결국은 이제 죄 없는 통계 탓으로 돌리며 아예 수장을 교체했다"라며 "정말 기가 막히는 노릇"이라고 말을 보탰다. 한국당은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이 건을 가지고 공격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역시 이종철 대변인을 통해 26일 "'수치에 갇히는 우에 절대 갇혀서는 안 된다'고 청와대와 여당이 이구동성으로 '아우성'이더니 통계청장을 전격 해임한 '웃픈 일'이 벌어졌다"고 논평을 냈다. 이 대변인은 "무지막지한 독단과 전횡에 국민들은 '어이 상실'"이라며 "통계청장을 자른다고 통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통계를 막는다고 현실이 바뀌는가"라며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나라 사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통계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수도 없고, 개입되어서도 절대로 안 된다"라며 "통계는 정책의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계로 정책을 감쌀 수는 없다. 통계를 왜곡하는 것은 여론조작과 같은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혹여라도 소득주도경제 성과를 내기 위해서 통계에 손을 대려는 어떤 시도가 있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기적 인사의 일환... 통계조작 생각조차 안 해"

그러나 야당의 공세에 정부와 여당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 발표 당시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보통 1년 2~3개월 정도가 차관의 평균 재임 기간"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 아직 차관인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조직의 활력을 위해 오늘 6자리 차관급 인사를 한 것이고 앞으로도 차관인사를 계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통계청장 인사에 대해서는 "그것(표본 오류 논란)과 무관하다"라며 "어떤 특정 부처에 대한 차관인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차관급 인사는 전체적으로 계속해 나갈 인사"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27일 예결위에서 "표본 오류로 이런 것(소득격차)이 생겼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통계청장에 대한 비판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통계청이 통계상 오류를 범할 기관은 아니며 해석상의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28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3~4개월 만에 바뀌었다면 경질이겠지만, (황 전 청장은) 1년 3개월 정도 근무했기 때문에 정기적 인사의 일환"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홍 대변인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통계를 조작할 수 있는 정부가 있겠나"라며 "통계조작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은 그런 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통계청 수장으로 '새로운 정책들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통계지표 발굴·조사방법 개선에 기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통계청을 '국가데이터 허브'로 거듭나게 할 적임자'를 임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진화에 가세했다.

그는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합당하고 당연한 통계청장 인사마저 '통계를 조작하려고 작정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이끄는 정책주체들을 폄훼"했다라면서 "'기-승-전-소득주도성장 실패'로 몰아가는 '한놈만 패기, 무대포 정치 공세'를 실천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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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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