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로 수염이 다 빠진 제이
박은지
나 역시 머릿속이 엉망으로 복잡했다. 어쩌면 제이가 그냥 길고양이로 살았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내 욕심이 제이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이 치료를 강요하는 게 남편에게 너무 이기적인 행동은 아닐까.
그러나 우리는 결국 제이를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제이를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그는 결국 이해해주었다. 제이가 나이 많은 고양이였다면, 혹은 오랜 투병으로 약해진 고양이였다면 그래도 마음 한구석으로 이별을 준비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제이는 아직 너무 어리고, 작고, 나와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 단 1년이라도, 아니 6개월이라도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제이를 더 사랑해줄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다소 연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치료가 중요했다.
매주 병원에서 6시간 이상씩 주사를 맞고 와야 하는 일정, 사람에게도 힘들지만 고양이에게는 더욱 힘든 치료 과정이었다. 이게 잘하는 일일까 하는 고통스러운 의문이 떠오를 때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 정말 제이를 위한 일인지는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대답해주지 않는 고양이와 살아가면서, 보호자는 매 순간 최선이라고 믿어지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