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혼자 먹는 밥
신한범
우리나라 어학 연수생들 사이에서 나는 꼰대. 함께 어학원에 입학한 우리나라 젊은이들과 친동기처럼 친하게 지냈는데 "희망은 호주나 캐나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있다"라는 말을 한 순간부터 관계가 멀어졌다. 워킹 홀리데이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나의 조언은 늙은이의 꼰대질인 것이다.
어학원에 온 지 2주가 지나는데도 살갑게 인사를 나누거나 함께 밥을 먹을 동료가 없었다. 국적을 초월하여 유유상종하는 것이 당연한 일. 젊은 친구들끼리는 쉽게 친구가 되지만 50대 후반인 나는 젊은 친구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숙사도 독방이라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과 말을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다. 어학연수를 결정할 때부터 각오는 하였지만 혼자 지내는 생활은 쉽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내 또래쯤 된 분이 나처럼 혼자 밥을 먹고 라운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직원도 학생도 아닌 것 같았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 없어 그냥 지나쳤는데 그분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나라에서 오신 60대 초반 연수생. 직장을 그만두기 전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공로 연수 기간을 이용하여 오신 것이다. 평생 직장 생활을 하셨고 외국 생활 경험이 없어 쉽게 결정하지 못했는데 사모님과 아이들의 격려가 있어 어학연수를 선택하셨다고 한다.
나보다 두 달 먼저 입학하여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었다. 객지에서 평생지기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그분도 말벗이 없어 적적하셨나 보다. 함께 주말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주말 아침, 시내에서 먹거리를 준비하고 지프니를 타고 울랍산(MT. ULAP, 1,846m)으로 향했다. 바기오 시내는 자동차와 지프니가 뿜어대는 매연으로 인해 마스크가 필요하지만 시내를 벗어나니 쾌청한 날씨와 맑은 공기가 사람을 반겼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가 있어 삶에 활력이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