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때문에 음주운전? 괜히 마음 불편하네

8년차 대리운전기사가 본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 음주운전 해명'

등록 2018.11.24 13:37수정 2018.11.2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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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국대리기사협회는 정치인 관련 논평을 자주 발표하고 있다. 음주운전방지법을 입법발의한 이용주 국회의원이 음주 단속에 걸려 처벌을 요구해야 했고, 이제는 청와대 의전비서관 처벌까지 요구하게 생긴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3일 새벽 인근 도로에서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과음상태에서 음주운전하다 적발되었다 한다. 공직자나 공인들의 음주운전은 특히나 그 폐해가 크기에 많은 사람들이 더욱 공분하고 강력처벌을 원한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 반응에 더해 청와대 해명이 대리기사로서 몹시 마음에 걸린다.

언론에 나온 청와대 해명을 정리하면 이렇다. 

'김 비서관은 1차 식사 장소에 차를 주차한 뒤 2차로 이동했고, 2차가 끝난 뒤 대리운전 기사를 1차 식당으로 불렀다. 대리운전 기사가 장소를 제대로 찾지 못하자 김 비서관이 1차 식당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대리운전 기사를 맞으러 간 것이다.'

해명인 즉, 김 비서관이 대리기사를 부르고 기다리다 대리기사 있는 장소까지 음주운전했다는 것이다. 마치 대리기사를 배려하다가 처벌받게 되었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청와대도 피해갈 수 없는 음주운전 처벌 대리기사가 뭔 죄래? 청와대 해명에 괜히 맘 불편한 대리기사들 ⓒ 김종용


대리기사들은 주로 심야에 이동하면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심야에는 대부분의 대중교통이 멈춰서고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는 상황에 놓이곤 한다. 이런 현실에서 대리기사들이 현장에서 활동하다보면 고객의 출발지까지 너무 멀거나 힘들어서 취소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취한 손님에게 차를 몰아 자기가 있는 곳까지 와달라고 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의전비서관이 그렇게까지 배려할 만큼 대리기사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엄청' 높아지기라도 한 걸까. 김 비서관의 처신에 대한 청와대의 이러한 해명은 8년차 대리기사인 나에게 한번도 생겨본 일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이다. 아무튼 이래저래 음주운전은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러니, 안 하면 된다.

한편 음주운전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직권면직하기로 했다.
#음주단속 #김종천비서관 #청와대의전비서관 #전국대리기사협회 #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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