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휴가중인 계룡대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지난달 28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에 <대통령님 위기 때마다 어딜 가시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지난달 24일 연차휴가를 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나라가 위기에 있을때마다 휴가를 갔습니다"라고 지적한 홍 전 대표는 더불어 문 대통령의 독서 태도도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충남 계룡대에서 휴가 기간 문 대통령이 읽었던 책을 언급한 것이다.
홍 전 대표는 "<국수(國手)>라는 바둑 소설을 갖고 휴가를 갔다고 한다, 휴가를 가서 책을 봐야 한다면 경제나 외교 관계를 다루는 서적을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한가하게 바둑 소설을 들고 휴가를 갔다고 하는 건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가한 바둑소설? 아니다
하지만 이는 '억지 비판'으로 비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휴가 기간 읽었다는 김성동의 <국수>는 홍 전 대표의 주장처럼 한가하게 읽을 수 있는 '바둑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국수'라는 말뜻은 오늘날 뛰어난 바둑기사를 가리킨다. 그러나 예전엔 바둑이나 장기를 잘 두는 사람뿐만 아니라 판소리를 뛰어나게 잘하거나 악기를 가장 잘 다루는 사람, 춤을 가장 잘 추는 사람, 그리고 의술과 무예가 가장 뛰어난 사람 등을 일컬었던 표현이다. 즉, 손재주가 뛰어난 당대 최고의 1인자에게 민중이 붙여준 영예로운 호칭이었다.
사실 '국수'는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을 거쳐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한국근대사를 다룬 역사소설이다. 박경리의 <토지>나 조정래의 <아리랑>, 그리고 최명희의 <혼불>처럼 한국 근대사를 시대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이다. 김성동의 <국수>는 대하소설로서 제1부 '노을'편 5권을 지난해 1차 완간했다. 1991년 문화일보에 제1권 연재를 시작한 지 27년 만에 이룬 성과이다. 앞으로 제2부 일제강점기 깜깜한 시대를 다룬 '밤길'과 제3부 민족자주로 가는 '새벽'편을 합쳐 총 15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물론 작가 김성동은 소설 <국수>에서 바둑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1권 '서장'에서 큰스님이 "바둑판 위에 놓여지는 것이 무엇이냐"고 일갈하면서 승패에 집착하는 김석규의 태도를 경계한다. 바둑을 '살아있는 목숨'에 비유하면서, 더불어 살아 움직이는 삶의 이치를 강조한다. 바둑의 이치를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이기고자하는 욕심에 이끌려 '죽은 바둑'을 두려는 어린 소년 김석규에게 가르침을 주는 대목이다.
오늘날의 언어로 재구성해 보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홀로 승리자가 되기 위해 열중하는 삶의 자세를 질타한 것이다. 그보다 사회구성원 모두 고루 살아갈 수 있는 '더불어 숲을 이루는 삶'을 삶의 이치로 깨닫기를 주문한 것이나 다름없다.
계층별로 사용했던 우리말 되살린 <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