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 쳐다보는 양승태사법농단 피의자로 검찰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소환 직전 서초동 대법원 정문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착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포토라인에 서기 전 자신을 규탄하는 법원노조 현수막을 쳐다보고 있다.
권우성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를 30분 앞둔 11일 오전 9시 대법원 앞에 나타났다. 이틀 전 예고 이후 많은 지적이 쏟아졌지만, 그는 대법원 앞에 서는 걸 강행했다. 검은색 고급승용차에서 내린 그는 최정숙 변호사 등 자신의 변호인단과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대법원 앞으로 이동했다.
그가 나타났을 때, 대법원 앞은 "양승태를 구속하라"라는 외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아래 법원노조) 노조원들은 "양승태 구속", "적폐법관 OUT"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목소리를 높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들을 스윽 한 번 훑어본 뒤 카메라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약 5분간의 시간 동안 그의 입에선 선입견 혹은 선입관이란 말이 세 차례나 나왔다.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입을 뗐지만, 결국 사법농단 사태를 비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모두 선입견으로 취급한 것이다.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를 뿐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어떤 편견이나 선입관 없는 시선에서 이 사건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누차 이야기했듯 그런 선입관을 갖지 마시길 바랍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성명에는 사법농단 연루 법관 등 후배 법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따라서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이 자리를 빌려 우리 법관들을 믿어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각자의 직군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후배 법관들의) 그 말을 믿고 있다"라며 "나중에라도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말을 사건 연루 법관들, 또는 향후 기소될 경우 재판을 맡게될 수도 있는 후배 법관들은 어떤 의미로 해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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