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진 케어 사태... 안락사는 어떻게 가능했나

[주장] 이번 사태가 동물보호 회의론과 무관심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다

등록 2019.01.16 14:41수정 2019.01.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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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청와대에서 동물단체 '케어'로 부터 유기견이었던 '토리'를 맞이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대표적 동물보호 시민단체라고 할 수 있는 '케어'에서 최근 4년 동안 약 250여 마리의 동물을 안락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동물을 위해 케어 등 동물보호단체에 후원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동물보호단체에 후원하는 이유는 그들이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입양하는 과정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올바른 방향성 아래 개인이 하기 어려운 활동을 하리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그동안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하며 동물들을 구조해 왔다. 그러나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 케어 제보자는 그가 건강하고 사람을 따르는 동물들까지 무분별하게 안락사 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언론에 안락사한 동물을 '해외에 입양을 보냈다'고 거짓말 했다는 점이 드러나고, 후원금을 개인의 보험료와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일자 박 대표는 "소수의 동물들에 대하여 불가피한 안락사가 시행됐다"고 주장하며, 우리 사회에서 안락사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물론 안락사에 대해 논의할 필요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많은 회원들의 후원으로 동물을 구조해 보호하는 대표적인 동물 단체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더 큰 상황이다. 

케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은 개 '토리'를 입양시킨 단체이기도 하다. 그런 단체에서 지난 4년 동안 벌어진 일들이 밝혀지며 다른 동물보호단체에 대한 불안함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안락사에 대한 판단은 누가 해야 할까 

가끔 길을 가다가 엄마를 잃고 혼자 있는 아기 고양이나 어딘가 아파 보이는 길고양이를 마주치는 일이 있다. '길에서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동물을 만났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지인들의 질문도 종종 받는다.


그런데 한 생명의 삶에 관여하는 것은 단순한 '선의' 이상의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일시적이라도 그 동물의 보호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우선 동물병원에서 비용을 들여 검사나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좋은 입양자를 찾아야 하고, 입양이 되기까지 내 집에서 보호해야 한다. 만약 입양이 안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후에는 내가 이 동물을 평생 책임질 수도 있다는 것까지 감안해야 한다. 

개인이 아니라 단체에서 구조할 때도 기본적인 마음가짐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책임 없는 구조는 의미가 없다. 그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기로 결정한 이상, 최소한의 '돌봄'을 시행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기동물 보호소 ⓒ 박은지


물론 동물과 살아가다 보면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락사를 고민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특히 반려동물이 큰 병을 앓은 경험이 있다면, 이들 역시 안락사에 대해 한 번쯤은 숙고하게 된다. 그러나 말 못 하는 동물을 대신하여 선택한 그 결정의 책임은 무겁다.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선택하고도, 이것이 과연 최선이었을지 수차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런데 고민해줄 가족이 없는 유기동물의 안락사는 누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는 일정 공고 기간이 지나면 건강한 동물이라도 안락사를 시행한다는 규정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케어와 같은 사설보호소는 법적으로 이러한 규정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안락사 여부를 결정해 왔다고 봐야 한다.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은 동물보호법에 기초해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법 제8조 4항에서는 '그 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성이나 사람에 대한 피해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안락사를 하는 건 불법이고, 케어 제보자에 따르면 박 대표도 스스로 '(건강한 동물을) 안락사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히 안락사의 불법 여부로만 초점을 맞춰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은 단순히 안락사 시행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안락사 없이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단체인 것처럼 알려서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후원금을 받아놓고, 사실은 수없이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참담함이 크다.

심지어 수의사나 여러 직원들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면 더욱 문제다. 동물보호를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앞으로 무엇을 믿고 어떻게 동물을 위한 도움을 보태야 할지 알 수 없어진 것이다.

어쩌면, 예견된 사태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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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종로구 동물권단체 케어 사무실의 문이 닫혀 있다. ⓒ 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었던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와 달리 사설 보호소 대부분이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개체 수가 끝없이 늘어나고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기동물 보호소를 생각하면 대부분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열악한 환경을 떠올린다. 환경이 열악하니 선뜻 발을 들여 동물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입양자가 적다 보니 개체수는 더 늘어난다. 사설 보호소 중에는 굳이 입양을 보내지 않고 그냥 보호소에서 평생을 보살핀다는 개념으로 구조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돌봄의 한계는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동물 구조나 보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안락사 없는 사설 보호소가 정부나 지자체에 비해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동물보호를 논의할 때 전문가로서 자문을 얻거나 지자체 활동을 실제로 이끄는 것도 대부분은 케어와 같은 동물보호단체였다. 

그런데 사설 보호단체는 유기동물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실제로 어느 정도나 짊어질 수 있을까? 적극적으로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스템을 갖추기 앞서 당장 하루하루를 버티기에 벅찬 보호소들도 많다. 후원금이 없어 개인의 재산을 거의 쏟아부어 운영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사설 보호소 운영에 대한 관리 감독 역시 현실적으로는 여태껏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질 뿐 법적 규정에 있어서는 사각지대에 가까웠다. 사설로 운영하더라도 동물 보호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 범위는 필요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단순히 눈에 보이는 당장의 보호소뿐 아니라, 반려동물 입양과 파양, 유기 등에 걸친 총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가장 이상적이라고 꼽히는 독일의 선진국형 유기동물 보호소 티어하임 역시 동물을 살처분하지 않는다는 신념 아래 운영되고 있다. 각 동물의 체고에 적합한 최소 면적을 제공하며, 입양되지 않는 동물도 평생 보호하는데 입양률은 무려 90%에 이른다고 한다. 개인 간의 동물 매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실상 티어하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입양 역시 충분한 상담을 거쳐 입양자가 동물을 기르는 데 적합한지 다방면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파양률이 낮다. 티어하임은 기업과 시민들의 후원금, 회원비, 상속 및 증여금 등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펫숍이나 마트에서 쉽게 동물을 사고 버릴 수 있는 우리 사회에서 단번에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어렵겠지만, 반려동물의 입양에서부터 유기동물 보호소의 운영 관리까지 총체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재고해볼 필요는 있다. 

케어의 박 대표가 무분별한 안락사를 시행하고 후원자들을 기만한 것에 대해 명확한 사실 확인과 그에 따른 처벌 절차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동물보호에 대한 회의적 태도나 무관심을 야기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사설 동물 보호소의 시스템과 관리, 그리고 근본적으로 유기동물의 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실효성 있는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어떤 생명에 관여하는 일은 반드시 그만한 책임을 동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케어 #동물보호 #유기동물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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