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망연자실한 이정희2014년 1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유성호
- 황 전 총리는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고소하는 건 자유지만 책임도 져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헌법에서 정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으로 북한과 연결돼 지령을 받고 활동하고, 주체사상을 확산시키는 일종의 범죄'라고 말했던데.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모든 활동은 우리나라 헌법 정신에 아주 충실한 강령과 활동이었습니다. 그것은 헌법재판소의 심판 과정에서 증명됐고요. 나중에 헌법재판소 결정문 중 김이수 재판관의 소수의견에 자세히 나옵니다.
헌재 심판 과정에서 그렇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재판관 다수가 해산하라는 결정문을 냈습니다. 그 결정문에는 '통합진보당 안에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RO라는 조직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내란을 음모한 주도세력'이라는 식의 결정 이유가 제시됐습니다.
그런데 정당 해산 결정 두 달 뒤 대법원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무죄, RO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미 이석기 의원 1심 때 검찰이 구형한 내용을 보면 '이석기 의원과 재판받는 사람들은 북한과 연계가 전혀 없어서 위험하다'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북한과 연결됐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 '연계가 없어서 위험하다'는 의미는 뭐죠?
"북한과 연계돼 그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보다 그런 연계도 없는데 자주·민주·통일 주장을 하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고 한 거예요."
- 지금 한국에서 북한 지령을 받는다는 게 가능할까요?
"전혀 가능하지 않죠. 우리나라는 모든 게 오픈돼 있잖아요. 휴대전화도, 이메일도, 실시간 도·감청과 위치 추적이 가능합니다. 모든 인터넷, 통신이 그런데 그걸 어떻게 피해서 (지령을 받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지 4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시는 성남시민들, 또 저와 함께했던 옛 당원과 지지자들이 함께 어려움을 나누며 이겨냈습니다. 성남시 중원구에 살면서 근무 약사로 일도 하고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자리에 항상 참여해 왔습니다."
- 뭐가 가장 힘드셨어요?
"믿고 의지할 당이 없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리고 통합진보당이 강제로 해산되면서 다른 분들이 통합진보당 당원이었던 저희와 공개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저희 스스로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공식적으로 연대활동을 하거나, 먼저 뭔가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걸 많이 망설였습니다."
- 후회한 적 없으세요?
"후회한 적 없습니다. 지금 노동단체나 장애인단체, 농민단체, 시민단체, 여성단체들이 주장하는 정책 중에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정책도 있잖아요. 저희 통합진보당은 그런 정책을 다 저희 당 정책으로 받아들였고,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진보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연구도 하고, 시민·노동단체들과 계속 함께 활동해 왔습니다.
더디지만 그것이 하나 하나 실현되는 걸 보기 때문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해 남북관계가 좋아져 저희가 그렇게 주장했던 평화와 통일, 자주라는 가치를 우리 국민이 함께 염원하고 지금의 정부도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는 걸 확인하게 돼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해 6월 28일부터 대법원, 광화문, 국회 앞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사법농단 양승태 처벌 농성을 해왔습니다. 동시에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이 대법원 정문 앞 1인시위를 이어오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사법부 안에도 희망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황교안 고소'의 목표
- 황 전 총리 고소 목표는 무엇인가요?
"통합진보당을 강제로 해산하려고 저지른 불법행위를 규명하고 처벌해 통합진보당 해산이 잘못됐음을 밝히는 겁니다. '재판·심판'이란 형식만 갖췄지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헌법재판관들이 잘못 결정하게 된 진실을 규명하자는 겁니다.
또한 당이 해산될 만한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잘못 인식돼 헌법·법률에 근거도 없는 국회의원직 박탈 결정까지 내리도록 압박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통합진보당은 해산시켜야 할 정당이 아니었고 해산 결정은 잘못됐다는 재심까지도 이뤄지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현재 저희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이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저희 국회의원들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에 의해서 의원직 박탈이라는 청구를 당했는데 정작 1년 2개월 동안 헌법재판소 심판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심판을 받아보지 못했고, 헌법재판소에서 단 한 마디 소명 발언조차 해 보지 못했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결정만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지위 박탈에 대한 건은 항목이 독자적인 청구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한 심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당 해산 결정을 하며 덤으로 의원직 박탈 결정이 난 겁니다.
헌법에서 정당과 국회의원은 장이 달라요. 정당은 헌법 제1장 8조에 나오고 국회는 제3장에 나옵니다. 독자적 기관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국회의원이 정당의 부속품으로 취급된 겁니다. 이건 우리 헌법 체계에도 안 맞는 결정입니다. 이것도 잘못된 헌법재판소 결정이라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이런 게 다 골고루 밝혀져서 우선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대법원 판결이 제대로 내려지기를 바랍니다. 뒤이어 헌법재판소에서 소신 있는 재심 결정을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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