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복잡한 고추 고르기, 제대로 구매하려면

[조종주의 김치이야기 4] 고추

등록 2019.02.13 15:29수정 2019.02.13 15:36
0
원고료로 응원

고추 나무에 달린채 붉게 익어가는 고추 아직 푸른 고추에 비해 아주 붉게 익었다 ⓒ 조종주


요즘이야 고춧가루를 빼고 김치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지만, 우리 김치에 고추나 고춧가루가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반대로 일본의 문헌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쟁 때 한국에서 고추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무엇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김치에 고추를 쓰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말쯤부터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당시의 문헌에는 김치에 젓갈을 넣기 시작하면서 그 비린내를 잡기 위해 고추를 넣기 시작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추를 1년생으로 키우지만 원래 고추는 다년생이고 고추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입니다. 옥수수, 감자, 담배 등도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걸 보면 남아메리카가 세계 음식문화에 꽤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재배면적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채소가 고추입니다.(2016년 기준) 배추나 수박보다도 더 심는 면적이 넓습니다. 많이 심는다는 건 우리가 그만큼 고추를 많이 먹는다는 거고 재배 면적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는 건 농사짓기 힘들고 수고에 비해 수익이 적다는 이야기겠지요?

고추는 재배기간이 길고 병충해에도 약해서 농사짓기가 많이 힘든 작물입니다. 그만큼 유기농이나 무농약 재배를 하기도 힘듭니다. 게다가 값싼 수입 고추가 밀려들어오니 고추농사가 점점 어려워지겠지요.

고추는 품종도 다양하고 먹는 방법, 사용처, 먹는 사람의 기호도 다양해서 용도에 맞는 좋은 고추나 고춧가루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몇 가지만 기억하면 항상 좋은 고추를 구해 쓸 수가 있습니다.

재배 지역부터 말리는 방법까지

보통 빨갛게 익은 고추를 말려서 고춧가루로 사용하지만 파란 풋고추로도 많이 먹고 말리지 않은 빨간 고추도 많이 먹습니다. 열무김치를 담글 때 말리지 않은 빨간 홍고추를 듬뿍 갈아넣으면 김치가 빛깔도 좋고 칼칼하고 개운한 맛을 내기도 합니다.

풋고추도 덜 매운 고추, 흔히 청양고추라고 하는 매운 고추, 오이맛고추, 아삭이고추 등 그 종류가 다양하고 풋고추 전용고추, 홍고추 전용고추, 건고추 전용고추 등 용도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고 여러 종자회사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고추종자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고추의 맛은 품종, 기후나 토양에 따라 다 달라지고 농사짓는 방법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집니다. 소비자가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으니 고추나 고춧가루를 고를 때 주의할 몇 가지만 쓰겠습니다. 

건고추는 처음부터 햇빛으로 말린 태양초, 건조기에 넣어 일부 말린 다음 꺼내서 햇빛에 말린 반양건 고추, 처음부터 끝까지 건조기에 넣어서 열풍으로 말린 화건 고추로 구분합니다.

일단 빛깔과 맛을 생각하면 햇빛에 말린 태양초가 확실히 좋습니다. 요즘에는 완전히 햇빛으로만 말린 태양초를 구하기가 쉽진 않지만 꼭지가 파랗지 않고 노란 태양초로 김치를 담그면 그 빛깔이 선명하게 붉어서 맛깔스럽기가 그지없습니다.

요즘 태양초야 먼저 건조기에 넣어서 일부 말린 다음 꺼내서 비닐하우스에서 햇빛에 말리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건조기에서 말린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건조기에서 말린 고추라 하더라도 고온이 아닌 50℃ 이하의 중 저온에서 온풍건조를 한 것은 빛깔이 좀 나은 편입니다. 운이 좋아서 집에서 먹기 위해 고추를 심은 분이 비닐하우스가 아닌 순 햇빛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말린 태양초를 나누어준다면 이건 완전 횡재입니다.

말리는 방법 외에도 품종과 수확시기가 고춧가루의 품질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풋고추나 홍고추로 쓰는 경우 과피가 얇고 과육이 부드러워서 식감이 좋은 종자를 주로 쓰지만 이 경우 고추를 말리게 되면 고춧가루가 얼마 나오지 않기 때문에 농부들이 고춧가루 생산을 위해서는 어깨가 넓고 과육이 두터운 품종을 선호합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지면 고추가 매워지고 가뭄이 들어 물과 영양분이 부족하면 고추가 얇아져서 살이 없고 붉은 비닐처럼 반짝거리는 고추가 됩니다.

또 가을로 접어들면 영양이 부족해져서 고추의 크기가 작아지기 쉽고 씨가 많아져서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첫물 고추가 좋고 꼭 첫물 고추가 아니더라도 일찍 수확한 고추가 품질이 더 나은 편입니다.

어느 지역에서 재배했는지도 고춧가루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점입니다. 경북 산간지역인 영양, 봉화, 영주 지역이 고추 산지로 유명해진 것은 돌이 많고 경사지라 물빠짐이 좋고 일교차가 커서 고추가 잘 자라고 단맛이 풍부한 고추가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서해안 지역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고추도 품질이 좋다는 평을 듣는 편이고
저는 강원도 산간지역의 고추를 선호하지만 품질은 좋아도 일찍 추워지는 지역이라 생산량이 워낙 적아서 구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말린 고추는 꼭 세척해서 쓰세요
 

고추말리기 시골 마당에서 멍석에 널어 말리고 있는 고추 붉은 빛깔이 아름답다 ⓒ 조종주


말린 고추를 손으로 만져본 분은 아시겠지만 표면에 먼지와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말린 고추를 샀다면 표면을 깨끗이 닦고 꼭지를 따서 빻는 것이 좋고 고춧가루를 구매한다면 세척시설이 된 곳에서 세척 후 빻은 고춧가루를 사는 것이 좋습니다.

고추나 고춧가루를 구매할 때 매운 정도도 중요합니다. 흔히 사용하는 고추 중에서 청양고추가 가장 대표적인 매운 품종입니다. 고추의 매운 성분을 캡사이신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아주 매운 맛을 위해 캡사이신을 직접 구매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고추의 풍미는 없이 그냥 매운 자극만 강해서 음식에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매운 맛을 즐기는 분이라면 100% 청양고춧가루를 구매해서 일반 고춧가루와 적절하게 섞어 쓰시면 좋습니다. 고춧가루 공장에서 안 매운맛, 보통매운맛, 매운맛으로 적절하게 혼합해서 나오기도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서 공장별 매운 정도가 다 다르므로 소비자가 알아서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 주의할 점은 고춧가루 입자의 굵기 정도, 고추씨앗의 함유 여부 등이 있습니다.

아주 곱게 빻은 것은 주로 고추장 만드는데 사용되고 일반 음식양념용으로는 보통 굵기로 빻은 것, 김치용은 좀 더 굵게 빻은 것을 사용합니다. 예전에 남쪽 지역은 씨를 빼지 않고 굵게 빻은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고 수도권에서는 씨를 빼고 좀 더 곱게 빻은 고춧가루를 사용했는데 씨를 덜 빼면 고춧가루가 거칠고 김치 빛깔을 붉게 내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요즘에는 고추씨의 칼칼한 맛을 특별히 즐기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고추씨를 뺀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김치이야기 #고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김치를 담당했으며 협동조합 별밥에서 별난밥상이라는 브랜드로 김치와 반찬을 생산했다. '밥으로 하나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 현재는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이하 '강녹진')사무처장을 맡아 활동중이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