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세뱃돈을 받은 손자 녀석
지요하
나는 나이 마흔에 결혼했고, 딸 다음에 아들, 두 남매를 얻었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은 대학 졸업 후 병역의무를 마친 다음 직장을 얻어 대전에서 살게 됐고, 성당 청년성가대에서 만난 며느리와 2017년 4월 결혼을 했습니다.
아들에게서 결혼 말이 나왔을 때 나는 아직 미혼인 누나도 있고 나이 서른도 안 됐는데 왜 그리 결혼을 서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내년이면 연세 일흔이 되시는 아버지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순간 아들이 고맙게 느껴지면서 불현듯 60대 중반 연세로 별세하신 내 선친 생각이 나더군요. 나는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얘기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할아버지를 보지 못한 너희들에게도 미안하고, 손녀 손자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선친께 죄스러운 마음이 한량없다는 말도...
늦게 결혼하여 얻은 자식들이어서 더욱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아이들을 지극 정성으로 길렀습니다. 옛날 청년 시절 옆집 아이를 나무 예뻐해 주니까 이웃 어른들이 이런 말도 했습니다.
"남의 집 아이도 저리 예뻐하니 훗날 결혼해서 아이들 낳으면 아이 볼이 남아나지 않겠다."
그 아주머니 말대로 나는 내 아이들을 끔찍이 예뻐해 주면서 어느 날 불현듯 자식들에 대한 어미 아비의 사랑, 모성애와 부성애는 하느님께서 주신 마음, 곧 '하느님 마음'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그리하여 <때로는 내가 하느님 같다>라는 시를 한 편 지어서 2010년에 출간한 첫 시집의 표제작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모름지기 '하느님 마음'으로 자식을 길러야 합니다. 또 그 자식에 대한 사랑을 다른 집 아이들에게도 나누어야 합니다. 언젠가 이 <오마이뉴스> 지면에 쓴 글에도 담긴 내용이지만, 매번 함께 목욕탕을 가던 아들 녀석이 둥지 밖에서 생활하게 되어 나 혼자 덕산온천에 가서 목욕을 하던 중 불현듯 세월호 안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어미 아비들이 생각나서 돌연 눈물을 흘린 적도 있습니다.
나처럼 매번 아들과 함께 목욕탕을 가다가 자식을 잃어 혼자 목욕을 하며 허전해하고 쓸쓸해 할 아비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샤워기 앞에서 마구 눈물이 흐르더군요.
나는 70 고개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손자 녀석을 보게 해준 아들과 며느리가 여간 고맙지 않습니다. 또 손자 녀석을 안아주고 예뻐해 줄 적마다 아들과 며느리가 더욱 고마워지고, 이제 막 기기 시작한 손자 녀석이 사랑스럽기 한량없습니다. 그럴 때도 내 마음의 한 구석은 5년 전 '세월호의 아이들'이 생각나서 애틋해지곤 합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보내주는 수많은 사진들과 동영상들을 보면서 '좋은 아빠와 좋은 엄마, 복된 아이'의 모습들에서 흐뭇함을 느끼곤 합니다. 세월 따라 조금씩 모습들이 변하겠지만 그 변함 속에서도 좋은 부모, 행복한 아이의 모습이 오래 유지되고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를 하곤 합니다.
어린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가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