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13년째, 거리의 기타노동자들정리해고 13년째를 맞은 통기타 제조업체 콜텍 노동자 끝장투쟁 돌입 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렸다. 기타 모형을 멘 해고노동자들과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019.1.8
권우성
이젠 이 사람들도 집으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파인텍 고공농성 현장에서 25일 단식을 하던 때, 모기업인 스타플렉스 김세권 사장을 여러 차례 마주쳐야 했습니다. 409일+426일에 이르는 야만적인 고공농성에도 꿈쩍하지 않던 그도 끝내 책임을 인정하고 파인텍 대표이사를 맡아 정상 경영과 고용승계, 노조 승계 등 모든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약속해야 했습니다.
그동안 내내 생각났던 이가 콜텍 박영호 사장이었습니다. 재력도 충분합니다. 홈페이지에 가면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와 중국 대련에 소재한 최첨단 생산공장으로부터 연간 100만 대에 육박하는 기타를 생산·수출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3000여명의 다국적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주면서 말입니다.
수십년 동안 자신의 부를 위해 일하던 노동자들을 경영상의 위기를 허위로 꾸며 전원 해고하고, 국내 공장을 위장폐업한 기업가입니다. 위 시 내용처럼 대법원과 국가가 나서서 그런 행각을 보호해 주었습니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13년째 거리 농성을 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이젠 그들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이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끝장투쟁을 결의하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임재춘 조합원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지도 벌써 17일째입니다. 단식의 고통과 후과가 어떤 건지를 경험하고 있어서인지 더 마음이 아픈 듯합니다.
오늘(28일)부터 이틀간은 그 목 잘린 기타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한 LIVE AID '기타를 던져라' 콘서트가 플렛폼창동61 RED BOX에서 열립니다. 고맙게도 허클베리핀, 킹스턴루디스카, 블루스파워(신대철, 한성원, 찰리정), 잠바나이, 김사월+김해원, 다부다, 갤럭시익스프레스 등 음악인들이 함께합니다.
공연 중 그들에게 주는 헌시를 낭독해달라 해서 밤을 새워보고 있습니다. 덕택에 그간 썼던 글들을 다시 한번 찾아봐야 했습니다.
처음으로 그들을 만났던 2007년 문 닫힌 공장에 대한 르포글, 그들이 국회가 건너다 보이는 양화대교 길 건너편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할 때 썼던 글들과 일들, 동료 문화예술인들, 연대자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시간들, 노동자들의 피를 묻고 설립한 박영호의 문화재단에 참여를 하지 말아달라고 이정선 동국대 교수에게 썼던 공개 요청글, 시간이 훌쩍 지나 콜트콜텍이 강성노조 때문에 망했다는 허위 발언을 하고, 그래서 더 쉬운 해고와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는 노동유연화와 이를 받침할 노동법 전면 개악이 필요하다던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맞서 국회 앞 단식투쟁에 들어가던 때 썼던 글, 투쟁 3000일을 맞아 팽목항을 시작해 송전탑 반대운동을 하고 있던 밀양 등 전국의 저항 현장을 도는 전국순회공연에 나설 때 썼던 글들이 모두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인간의 시간이 아닌 짐승의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