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흡연 줄이라면서 서울시 흡연부스 고작 43개?

갈 곳 잃은 흡연자들 어디로 가야 하나

등록 2019.06.04 11:02수정 2019.06.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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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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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1일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으로 '공중이용시설 실내 흡연금지'를 내놨다. 이 대책에 따르면 2025년까지 실내 흡연구역을 단계적으로 전부 없앤다고 한다.

점차 실내 흡연 장소가 줄어들 상황에서 길거리 흡연부스 현황은 어떤지 지난달 31일 서울시 흡연부스 43개 중 외국인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과 서울시청 인근의 흡연부스를 살펴봤다.

사전에 흡연부스 위치를 찾았어도, 정확한 위치가 나타나있지 않아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서울시청 옆' 흡연부스는 시청 뒤편 구석진 곳에 자리 잡아 있었다. 흡연부스에는 '흡연시설 경계 밖 흡연 시 과태로 10만원 부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부스에서 한 발 자국만 나오면 바로 금연구역이었다.

가족과 함께 시청을 지나가던 초등학생 오아무개(12, 여, 서울시)양은 "여기가 담배 피는 구역인 건 아는데, 바로 옆은 금연구역이잖아요"라며 코를 막았다.

흡연부스를 이용하던 흡연자 최아무개(36, 남, 전주시)씨는 "서울에 놀러왔는데 흡연자 수에 비해 흡연구역이 적고 위치 찾는 것도 일이에요"라며 흡연자에 대한 존중을 찾기 어려운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씨가 이용했던 폐쇄형 흡연부스의 경우 안에 사람이 많으면 담배 연기가 꽉 차 있어 이용하기 꺼려지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거리 흡연시설 현황에 따른 그래프를 서울시에 거주하는 흡연자 5명, 비흡연자 5명에게 보여주었다. 10명 모두 '넓은 서울에 43개의 흡연부스밖에 없다는 것'에 놀라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프를 본 흡연자 박아무개(26, 남, 서울시)씨는 "심지어 제가 사는 중랑구에는 흡연부스가 없네요"라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8살 아이 엄마 한아무개(38, 여, 서울시)씨는 "이렇게 흡연부스가 적으니까, 아무렇게나 길거리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요"라며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 눈살을 찌푸렸던 경험을 말했다. 이어서 "비흡연자를 존중하는 만큼 흡연자도 존중해주는 게 맞는 거 같아요"라며 흡연부스와 같은 흡연시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청 건강증진과의 한 관계자는 3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2025년까지 없어질 실내 흡연시설에 길거리 흡연부스도 포함된다"라며 "43개에서 더는 늘리지 않고 없앨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없어지는 실내 흡연구역(흡연부스 포함) 대신 통행로와 분리된 곳에 흡연구역을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흡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선 "흡연자들이 금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와주는 정책들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책에 따라 흡연부스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대학생 김아무개(22, 여, 서울시)씨는 "흡연부스를 없애고 흡연자들을 분리해 흡연구역을 만드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갈 곳 잃은 흡연자들에게 암묵적으로 금연을 강요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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