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직접 따본 광양 매실... 건강은 덤으로

처음 해본 매실 따기 봉사… 땀의 소중함 느낀 반나절

등록 2019.06.06 14:24수정 2019.06.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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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해본 매실 따기 봉사. 광양시 진상면 한 매실농가에서 매실 따기를 했는데 도로 옆 비탈진 구간이다. ⓒ 이성훈

 
해마다 6월이 되면 전남 광양지역 매실농가들의 손은 더없이 분주하다. 매실을 수확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2월 중순~3월에 매화가 피어 약 100일 정도 지나면 매실을 딸 수 있는데 짙푸른 녹색 빛깔을 띠는 매실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광양시는 매화마을이 있는 다압면을 비롯해 진상면, 옥곡면 등 전 지역에 매화나무를 가득 심기에 매실 수확철이 되면 농민들의 손만으로는 도저히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없다. 이에 해마다 6월이면 공무원들을 비롯해 기관, 기업, 지역 여러 단체 등이 매실 따기 봉사활동을 펼치며 매실농가의 일손을 도와주고 있다. 
 

포도송이 처럼 주렁 주렁 열린 매실 ⓒ 이성훈

10여년 이상 지역신문에 종사했을 당시, 해마다 6월이면 매실 관련 봉사활동 기사를 써보았지만 단 한 번도 매실을 따본 적은 없었다. 오로지 글로써만 매실을 봐왔기에 매실의 가치는 물론 농민들의 수고로움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 길은 없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이번에 처음 매실을 따보면서 땀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느껴본다.

경사면을 버티며 한 알 한 알 소중히

지난 5일 광양시 날씨는 기온 30도를 웃돌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오전 일찍 시작한 탓에 다행히 무더울 정도는 아니었다. 매실나무 사이로 습기 없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작업하기에는 딱 알맞은 날씨다.

이날 오전 매실을 따기 위해 도착한 곳은 광양시 진상면 한 매실 농가. 매실나무가 도로 바로 옆 급경사면에 심어져 있었기에 미끄러움을 이겨내며 매실을 따야 했다. 준비물은 매실 주머니가 달린 앞치마와 장갑이다.
 

매실 나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가시나무가 진로를 방해하며 접근을 어렵게 했다. ⓒ 이성훈

매실 앞치마는 매실을 주머니에 가득 담으면 주머니를 박스 위로 향하게 하고 주머니 아래에 있는 지퍼를 열면 매실들이 후드득 쏟아진다. 처음 매실 앞치마를 착용해보았는데 누가 만들었는지 그 간단하면서도 기막힌 아이디어에 절로 감탄할 뿐이다.

매실을 밤처럼 막대기로 탁탁 쳐가면 훨씬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으련만, 그렇게 했다가는 매실에 상처가 나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매실은 일일이 사람 손으로 따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매실을 따는 데 방해물은 많았다. 급경사면이기 때문에 중심을 제대로 잡을 수 없을 뿐더러, 매실 따기에 집중하다 보면 미끄러질 수도 있다. 때문에 매실 한번 따고 바닥 한번 보면서 조심 조심히 작업을 해나갔다.
 

매실나무 옆에 있는 민들레 홀씨.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민들레 홀씨는 어서 빨리 자신을 건드리길 기다린다. ⓒ 이성훈

여기에 매실나무 주변을 에워싼 다양한 잡초들도 진로를 방해한다. 특히 매실나무 앞을 호위병처럼 떡 하니 지키고 있는 가시나무는 아예 접근조차 못하게 하고 있다.

낫이라도 있었으면 쳐 내면서 작업을 했겠지만 할 수 없이 가시나무를 피해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시나무 잎이 넓게 펼쳐 있는 까닭에 가시나무가 있는 곳은 더욱더 조심하며 매실을 따냈다. 


여기에 이따금 들리는 모기인지, 벌인지 모를 귓가에 맴도는 "웽웽~"소리는 은근히 소름 돋게 한다. 하필이면 반팔을 입고 왔기에 매실가지들이 팔뚝을 스치면서 살살 긁어내는 그 느낌도 찝찝한 것이 신경이 쓰였다.

'이래서 매실 따는 사람들이 긴팔을 입거나 토시를 착용하구나!' 

토실토실한 매실이 양손 가득했지만… 

처음 경험해본 매실 따기는 은근히 손맛이 있었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힘만 줘서 "똑!" 따내면 그만이다. 줄줄이 열려 있는 매실은 두 손으로 훑어가며 따내면 양손 가득 찬다. 하지만 기쁨은 잠깐, 시간이 조금씩 지나니 어깨와 목이 서서히 뻐근해진다. 위로만 보면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매실나무 아래에서 활짝 피어난 민들레 꽃이 참 예쁘다. ⓒ 이성훈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등골은 물론,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소금기 가득 머금은 땀은 이마를 지나 눈으로 들어와 따끔거리기 시작한다. 면장갑을 수건 삼아 땀을 훔쳐내고 부지런히 열매를 딴다. 희한하게 눈앞에서는 안 보이던 매실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보면 그 자리에 주렁주렁 달려있다.  

매실나무는 비교적 높지 않아 사람이 서서 하거나 작은 사다리 하나만 있으면 충분히 작업할 수 있다. 이날 작업한 곳은 경사면이다 보니 사다리는 필요 없었다.

하지만 닿을 듯 말 듯 내 키보다 조금 높게 열린 매실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발끝을 모아 바짝 올리고 있는 힘을 다해 손을 쭉 뻗지만 제대로 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나뭇가지가 손상되지 않는 상태에서 최대한 당겨 남은 매실들을 따내기 시작했다. 내 짧은 팔과 다리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다.
 

나뭇가지 밑에 꼭꼭 숨어 찾기 어려운 매실도 있다. ⓒ 이성훈

오전까지만 매실 따기를 했기에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될 무렵, 때마침 메이저리그 류현진 경기가 열렸다. 쉬는 중간 중간 틈을 내 류현진 경기를 체크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오늘 류현진이 9승을 달성하면 분명 내가 매실 따기 봉사활동을 한 덕택이라는 되지도 않는 주문을 걸어본다.  

이날 작업한 분량은 매실나무 10여 그루 남짓에 이삿짐 상자 크기로 2박스 반 정도 채웠다. 내가 직접 딴 매실이어서 그런지 햇살 가득 머금고 녹색 빛을 띠는 매실이 더욱더 탐스러워 보였다. 이 매실이 이제 곳 소비자들에게 돌아가 매실청과 매실 장아찌, 매실 고추장이 되어 사람들의 입맛을 즐겁게 할 것이다.
 

수확한 매실이 상자에 가득하다. ⓒ 이성훈

오늘은 반나절만 했지만 다음번에는 왠지 몇 차례 하루 종일 매실을 수확하는 날이 올 것만 같다. 오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번에는 더욱더 정성스럽게 매실을 따보려 한다. 작업을 마친 후 TV를 통해 류현진의 승리 소식을 접했다.

의미 없이 건 주문은 현실이 되었다는 착각에 은근히 뿌듯해진다. 오늘 봉사활동 덕택에 류현진이 9승을 수확했으니, 다음 매실 따기는 류현진이 10승 도전을 하는 11일로 잡을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광양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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