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지명된 윤석열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초동 청사에서 나와 승용차로 향하고 있다.
권우성
이렇게 말이 많았던 C&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맡아 수사를 지휘한 이가 윤석열 후보자였다. 당시 윤 후보자는 대검 중수2과장(2010년 7월~2011년 8월)을 맡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전직 C&그룹의 인사는 "당시 윤 후보자가 임병석 회장을 직접 조사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윤 후보자와 임 회장의 '악연'은 지난 2006년에도 있었다. 당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로 근무하던 윤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로 파견나가 현대차 비자금 의혹과 금융브로커 김재록씨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그때 김재록씨를 통해 금융권 등에 로비를 벌였다는 혐의로 임 회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바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윤 후보자가 C&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을 당시 그의 윗선들의 면면이다.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김홍일 당시 대검 중수부장(2009년 8월~2011년 8월)은 지난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BBK 의혹' 수사를 지휘하며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려 두고두고 '정치검사'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우병우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2010년 7월~2011년 8월)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에 잇달아 발탁됐다. 우 기획관은 대검 중수1과장 시절(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을 맡아 노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를 강하게 고집했던 인물이다.
윤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특수통 검사로 승승장구했던 사실도 흥미롭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 대전지검 논산지청장(2008년 3월~2009년 1월), 대구지검 특수부장(2009년 1월~2009년 8월),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2009년 8월~2010년 7월)과 중수2·1과장(2010년 7월~2012년 7월)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2012년 7월~2013년 4월)에까지 올랐다.
공교롭게도 '예리한 칼잡이'(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평가)로서의 경력이 거의 대부분 이명박 정부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보통 검사의 인사에는 실력과 리더십, 자기관리뿐만 아니라 '수사경력'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윤 후보자에게 C&그룹 사건은 무엇이었나?
기자가 지난 2011년과 2012년 검찰의 C&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건을 취재하고 있을 당시 임 회장을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의 한 검사는 "임 회장에게 '정·관계 로비를 불어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라고 정치인 표적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정·관계 로비 수사는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내가 대답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2012년 7월 대검 중수부는 <오마이뉴스>에 보낸 반론자료에서 "C&그룹에 대한 수사는 1조7996억 원의 금융부실을 초래한 기업주 임병석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묻는 전형적인 기업수사일 뿐 정치인을 겨냥한 기획·표적 수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전직 C&그룹 인사는 "검찰은 수사할 당시 C&그룹 사건을 '중수부 부활 1호 사건'이라고 했다"라며 "대검 중수부를 다시 살리려고 한 건 터뜨리려다가 결국 실패한 수사였다"라고 주장했다. 임병석 회장도 이렇게 주장했다.
"DJ(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부에서 컸다고, (대구지역 기업인) 우방을 인수했다고, 호남(기업)이라고 해서 보복성, 감정 섞인 수사(를 했다). (중략) 이런 수사를 보면서 중수부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대검 중수부 소속의) A, B 같은 정치검사들을 포함 (검찰) 수뇌부는 전부 물러나야 한다." - 임병석 회장의 '옥중메모' 중에서
당시 수사에서는 광범위한 계좌추적에도 불구하고 비자금과 관련한 차명계좌나 비자금 통장은 발견되지 않았고, 횡령·배임 등 일반적인 기업비리 혐의로 C&그룹 임직원 14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그런 점에서 최소한 비자금 조성을 확인해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려고 했던 점에 한해서만은 '수사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당시 검찰이 대검 중수부를 살리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했거나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표적수사를 벌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 대상이 검찰이었든 정권이었든 '조직 충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던 C&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다시 떠올리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던 윤석열 후보자의 발언이 생각났다. "저는 조직을 대단히 사랑하지만 사람에게는 충성하지 않는다."(2013년 10월 21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장). 이 발언은 이후 '검찰주의자' 윤 후보자를 '정의로운 검사'로 각인시킨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됐다.
당시 C&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로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을 앞둔 윤 후보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C&그룹 사건은 무엇이었고, 정말 정의롭고 공정하게 수사했는가?"라고. 그리고 "당신이 '사랑한다'는 조직은 어디인가?"라고.
[관련기사 : 2010년~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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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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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발탁한 윤석열 후보자의 '아킬레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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