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 황포군관학교 입구에 세워진 비석에 새겨진 '김약산(金若山: 김원봉)'. 임정로드를 걷고 있던 한 대학생이 현장에서 발견해 보내온 인증샷이다.
강은혜
이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일생에 한 번은 약산로드를 걸어보라는 것이다. "걸으면 길이 된다"는 말은 <임정로드 4000km>가 출간됐을 때 우리가 독자들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임정로드를 걷고 있다. 사람들이 걸으니 길이 되었고, 지금은 여권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관광지가 됐다.
하지만 약산로드로의 여정은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 김원봉이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학생들을 훈련시켰던 '난징 천녕사'는 택시를 타고 가지 않으면 이동할 방법이 없고, 만주 지린에 있는 의열단 창립지 '광화로 57호' 앞에는 어떠한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 어찌 여기뿐이랴. 김원봉과 관련된 유적들의 실태가 대부분 이렇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시민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약산로드 7000km> 한 권씩 들고 우리 모두 약산로드 한 번 다녀오자고.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씩 걷다 보면 이곳 역시 길이 되지 않겠는가.
김원봉의 온전한 실체에 최대한 접근하다
김원봉의 온전한 실체에 최대한 접근하려 노력했다는 점도 이 책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다. 그동안 영화 <암살>과 <밀정> 그리고 드라마 <이몽> 등 대중 매체를 통해 소개된 덕분에 김원봉이라는 이름 석 자는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진 편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김원봉의 모습이 과연 그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는 비밀결사의 수장답게 한 자리에서 2시간 이상 있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신출귀몰했던 사나이였다. 월북 후의 행적은 김일성 정권의 '김원봉 지우기'로 인해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대중 매체에서 그려진 김원봉은 역사적 상상력이 첨가된 허구의 캐릭터에 가까웠다. 저자는 현장을 뛰면서, 사료를 뒤적이면서, 후손들을 찾아다니며 베일에 가려진 김원봉의 실체를 추적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연스레 서훈 논란의 쟁점이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깊이 접근한다.
"과연 김원봉은 남한에 간첩을 보냈을까?"
1954년 1월 26일자 <경향신문>의 기사가 출처인 이 논란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사 속 김원봉의 직책이 틀렸고, 후속 보도가 없다는 점을 들어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또 "6.25 전쟁에 참전한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는 세간의 주장에 대해서도 '보리 파종' 실적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받은 훈장임을 밝혀낸다.
"빨갱이와 공산주의자라는 오해, 모든 것이 현실주의자 김약산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와 기록 없이 나온 설이다. 약산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과정, <약산로드 7000km>를 취재하고 집필하며 마지막까지 더 힘쓴 이유다." - p.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