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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강경진압 거부하다 파면' 이준규 목포서장 징계 취소키로

경찰청, '징계 변경 임용 추천' 절차 착수

등록 2019.10.20 12:14수정 2019.10.2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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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경찰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강경 진압 명령을 거부하다 파면당한 고(故) 이준규 목포경찰서장에 대한 징계를 직권 취소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20일 경찰청 관계자는 "이 서장에 대한 재심 판결문과 당시 징계 의결서를 검토한 결과, 징계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파면 처분에 대한 직권 취소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징계 사유가 된 이 서장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징계 사유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징계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감사담당관실은 오는 21일 인사담당관실에 '파면 취소 징계 변경 임용 추천'을 요청할 계획이다.

인사담당관이 행정안전부로 징계 취소를 '추천'하고 행안부가 이를 '제청'하면 인사혁신처가 징계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앞서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2단독 임효미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열린 이 서장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서장은 1980년 5월 21일과 22일 시위대 120여명이 총기와 각목 등을 들고 경찰서에 들어왔음에도 무력 대응하지 않고 병력을 철수시켰다.


또 경찰서 내에서 시민들에게 발포하지 말라는 구내방송을 하고 무기를 반환하도록 시민 세력을 설득하는 등 시민군과의 충돌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장은 시위를 통제하지 못하고 자위권 행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파면되고 보안사령부에 끌려가 90일 동안 구금·고문을 당했다.


또 군사재판에 회부돼 1980년 8월 전투교육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으며 경찰 제복도 벗게 됐다.

이 서장은 고문으로 건강이 악화해 5년간 투병하다가 1985년 암으로 사망했다.

경찰은 이 서장에 대한 징계 취소 절차가 마무리되면 특진 추서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서장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애쓴 사실이 확인됐고 순직군경이나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면 특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이 서장을 비롯해 5·18 당시 무기매몰·은닉지시 등의 이유로 면직되거나 징계를 받은 경찰관 20여명에 대한 명예회복 절차도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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