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살리자는 판에 '조선업 몰락' 도시로 견학간 구청장

울산 동구청장·동구의장 등 스웨덴 말뫼 견학... "지금 울산 상황과 안 맞아" 지적

등록 2019.11.04 18:00수정 2019.11.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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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방어동에 있는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지난 수년 간 물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박석철

 
현대중공업이라는 세계 최대 조선소가 있는 울산 동구는 한동안 넘쳐나는 조선 물량과 일자리로 전국 최고 부자 도시로 불리며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지속된 세계 조선경기 불황으로 원하청 노동자 3만여 명이 구조조정 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등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다행히 다시 세계최다 수준의 물량을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최근에는 소수이지만 직원을 공개채용하기 시작했다.

비록 지난 5월 31일 현대중공업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회사측의 물적분할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지만, 현재 노사 모두 "다시 조선업을 살리자'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지자체의 수장과 지방의회 의장이 11월 3일부터 스웨덴의 말뫼로 견학을 떠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동구 조선업이 다시 일어서려는 이 시점에 왜 '말뫼의 눈물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동구 "말뫼의 눈물이 말뫼의 기적으로"... 도시재생에 집착하는 동구청장

울산시 동구에 따르면 정천석 동구청장, 정용욱 동구의장 등 동구의원 4명, 관련부서 공무원 등 8명은 3일부터 10일까지 8일간 북유럽 우수 선진도시 견학을 한다. 스웨덴 말뫼를 비롯해 독일 함부르크와 덴마크 코펜하겐 등 3개 도시를 방문해 도시재생 선진 사례를 둘러볼 계획이다.

동구는 "조선업 불황으로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울산 동구가 조선업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스웨덴 말뫼를 방문해 조선업 위기 극복 해법 찾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독일 함부르크 항만청과 스웨덴 말뫼시청 등을 방문해 각 도시의 도시재생 사업추진 과정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생생한 노하우를 전수받는 한편 특히 조선업 불황에 따른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스웨덴 말뫼시와는 지속적인 교류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동구는 "말뫼의 랜드마크와도 같았던 코쿰스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려 해체되어 떠나는 모습을 말뫼 시민들이 항구로 나와 안타깝게 배웅한 것을 두고 '말뫼의 눈물'이라 불렸다"면서 "그러나 1998년에 '말뫼대'를 설립하고 신생 벤처기업을 육성하면서 유럽 각지의 인재가 몰려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유럽 최고의 스타트업 도시로 부활해 '말뫼의 기적'으로 불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선업으로 번성했다가 침체된 뒤 되살아난 스웨덴 말뫼의 성공사례를 통해 동구지역 조선업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이번 벤치마킹을 준비했다"면서 "말뫼를 비롯해 독일과 덴마크의 해양경관 인프라 구축과 도시재생사례도 꼼꼼히 살펴, 동구지역 주요 사업 발굴에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 동구청장과 동구의장이 소위 말뫼의 눈물을 교훈 삼아 배우러 가는 것이 현대중공업 및 울산 동구가 처한 상황과 맞는지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정천석 구청장 등이 지난 5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과정에서 대다수 주민들과 노동자들의 본사 이전 반대에도 이렇다할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그 배경이다. 조선업을 지키자는 지역여론에 부응하지 못하다 느닷없이 '말뫼의 눈물' 견학을 하는 것이 지역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바로 말뫼의 눈물이 이 도시의 조선업 몰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정부는 구조조정 후 2002년 조선소 터를 매입해 청정에너지로 운영되는 친환경 뉴타운을 개발했고, 대학과 신산업을 유치해 말뫼를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이에 비해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세계 최대 조선소로서 울산의 주력으로 자리잡고 있고, 지난 3년간 뼈아픈 구조조정을 거쳐 다시 수주 물량을 확보하면서 직원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는 등 기지개를 켜려는 시점이다.

이 때문에 동구지역에서는 "정천석 동구청장이 도시재생에 집착해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구청장은 앞선 임기(2006~2010) 때도 1000억 원대 고래바다체험장을 만들려고 하는 등 토목공사에 의한 도시개발에 주안점을 뒀지만 반대여론에 성사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동구청장에 재선하면서 다시 도시재생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 9년간 운영해오던 기존 다문화전문기관을 정 구청장이 별다른 이유없이 배제하고 도시재생 전문업체를 비공개 심사를 통해 구청의 새 위탁기관으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관련기사 : 최우수 기관의 느닷없는 탈락... 울산 다문화센터 위탁 선정 논란).

한편 김진규 울산 남구청장도 지난 2월, 구조조정을 벗어나 기지개를 켜려는 현대중공업을 두고 "현대중공업 도크(선박을 건조·수리하기 위해서 세워진 시설)에 고래생태수족관을 만들어 관광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하고 이를 SNS에 올려 비난이 일기도 했다(관련기사 : "현대중공업 도크에 고래체험장" 울산 남구청장 제안에 비난 여론).
#울산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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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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