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비정규직, 알바는커녕 글 쓰는 데 필요한 일주일의 몇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 게 엄마 시민기자의 삶이었다.
봄바람영화사
정규직, 비정규직, 알바는커녕 글 쓰는 데 필요한 일주일의 몇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 게 엄마 시민기자의 삶이었다. 애가 너무 어려서, 아파서,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어서 등등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기간은 길어 보였다.
열심히 기사를 쓰다가 근황이 뚝 끊기는 엄마 시민기자를 볼 때마다 그저 아쉬웠다. 아내와 엄마가 아닌 '내 시간'을 내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지 알게 된 건 몇 년 전부터 내가 그 입장이 되면서부터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내가 시민기자가 되어 보니 알겠더라는 거다.
편집기자가 어떻게 시민기자가 되느냐고? 가능하다. 해 뜨면 출근해서 기사를 보는 사람이지만, 해가 지면 나도 퇴근이란 걸 한다. 일 아닌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근무 중에는 내 글을 쓸 수 없으니, 퇴근하고 쓸 수밖에. 그러니 나 역시 퇴근하면 시민기자가 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쓰면서 이해하게 됐다. 엄마 시민기자들이 기사 하나를 쓰기 위해 얼마나 시간을 쪼개 쓰고, 잠을 줄였을지를.
또 그렇게 힘든데 왜 쓰게 되는지도 알게 됐다. 내 경우, 일단 글 쓰는 게 재밌었다. 애들 다 재우고 남는 시간에, 잠자는 시간 줄여서 쓰는 글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엄마도 아내도 직장인도 아닌 나를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글 쓰는 재미를 왜 지금 알게 됐을까. 좀 더 빨리 쓸 걸. 하다못해 일기라도 매일 쓸 걸.' 후회가 밀려오는 만큼 열심히 썼다. 밤에도 쓰고, 새벽에도 쓰고, 지하철에서도 쓰고, 카페에서도 쓰고, 온 가족이 <런닝맨>에 나오는 유재석과 이광수를 보고 웃을 때 나는 골방에서 키보드를 두드려댔다. 신나게.
내가 만난 엄마 시민기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