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도 새해맞이 참배하는 '백제왕 신사'

[일본史람] "형제처럼 가까웠던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옛 관계를 보여주는 장소"

등록 2020.01.01 15:09수정 2021.06.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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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왕 신사의 2020년 1월 1일 풍경. 박광홍

일본의 1월 1일은 단순히 신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메이지유신 이후 음력이 폐지되면서, 우리의 '설'에 해당하는 명절의 기능을 양력 1월 1일이 대신하게 된 것이다.

일본인들에게는 1월 1일이 되면 신사를 참배하고 한 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문화가 있다. 때문에, 일본 각지의 신사들은 새해가 되면 참배객 맞이로 분주해진다.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에 위치한 쿠다라오 신사(百濟王神社)도 2020년 새해 첫날을 맞아 예외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백제왕 신사의 2020년 1월 1일 풍경. 박광홍

쿠다라오 신사(百濟王神社)를 우리식 독음으로 읽으면 '백제왕 신사'이다. 고대 한반도에 존재한 '백제'라는 나라의 이름이 어떻게 이국의 땅 일본에 남아있는 것일까. 백제왕 신사의 사연은 1400여 년 전 백제 멸망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왕 신사의 2020년 1월 1일 풍경. 박광홍

백제 마지막 왕 의자왕의 아들로는, 백제부흥운동을 지도한 부여풍(풍왕)과 당나라에 의해 옛 백제지역의 관리자로 세워진 웅진도독 부여융이 유명하다. 이들은 각각 백제부흥운동의 실패와 나당전쟁의 신라 측 승리로 백제땅에서 쫓겨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 외에도, 이국 땅에서 고국 백제를 그리던 또 한 사람의 존재가 역사에 전해진다. 일본으로 도래하였던 부여선광(扶餘善光)이다. 부여선광은 백제의 왕족으로 의자왕의 아들, 혹은 백제부흥운동을 이끌었던 부여풍의 아들로 전해진다. 어느 쪽이든 의자왕의 직계자손인 셈이다.

일찍이 부여풍과 함께 일본으로 도래하였던 부여선광은, 660년 백제가 멸망하고 부여풍이 백제부흥군에 의해 왕으로 추대되면서 귀국했을 때에도 함께 돌아가지 않고 일본에 잔류하였다.

663년 백제부흥을 지원하기 위해 출병한 일본군이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강(일본식 표기 백촌강)에서 궤멸되고 백제부흥운동이 수포로 돌아가자 이듬해 많은 백제난민들이 일본 나니와 일대(현 오사카)로 피란하였는데, 일본 조정은 나니와에 부여선광의 봉토를 마련해주고 이들의 우두머리로 삼았다.

이후 부여선광 일족은 693년 일본 조정으로부터 쿠다라노코니키시씨(百濟王氏), 즉 백제왕씨라는 성을 사성받았으니, 백제왕 신사는 부여선광을 위시한 백제 피난민들의 생생한 흔적인 셈이다.
 
백제왕 신사의 2020년 1월 1일 풍경. 박광홍

백제왕 신사의 자세한 건립 시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760년, 부여선광의 자손들인 백제왕씨들이 선조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백제사(百濟寺)를 세웠으나 절은 불타서 터만 남았고, 다만 그 터에 신사가 이어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백제 멸망 후 백제부흥운동이 실패로 돌아가고, 당나라가 옛백제 지역에 웅진도독으로 내세웠던 부여융마저 신라에 밀려 축출되면서 백제왕실을 기리는 제사가 한반도에서는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그럼에도 바다 건너 일본에서 백제왕의 씨족을 모시는 신사가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백제왕 신사 관계자는 "지난해 일한관계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참배객들의 방문이 소규모로나마 이어졌다"고 전했다. 새해를 맞아 백제왕 신사를 참배하러 교토에서 왔다는 요네타니 후사코(48)씨는 "백제왕 신사는 형제처럼 가까웠던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옛 관계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장소"라며 "새해에는 양국 국민들이 화합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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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논리에 함몰된 사측에 실망하여 오마이뉴스 공간에서는 절필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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