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걱정되는 건 인원이었다. 10명밖에 안 오면 안 하니만 못한데 어쩌나, 은근히 걱정됐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무려 30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여한 것이 아닌가. 시작에 앞서 수원자치분권협의회 노민호 사무국장이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우크렐라를 연주했다.
남기업
아파트 전체 분위기를 바꾸다
강의가 시작되었다. 첫날 강의 제목은 '아파트 안에서의 자치실현'이었고, 강사는 10여 년 동안 자치운동을 해온 수원자치분권협의회 노민호 사무국장이었다. 내가 2년 동안 아파트에서 고생한 스토리를 대충 알고 있는 그는 청중들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강의를 풀어갔다.
다소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우크렐라를 직접 연주하며 '과수원길'을 합창하도록 유도한 노 국장은 정말 듣던 대로 대단한 강사였다. 아파트 자치와 주민참여의 당위성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없었다. 첫 번째 강의는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강의에는 참여가 저조했다. 아마도 평일 낮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연차를 내고 세 번째 강의인 '아파트 커뮤니티 우수사례 공유'에 참여하였는데, 거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이후 우리 아파트 실정에 맞게 하나하나 구현해 나갔다.
아무튼 '마을학교'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상당한 입주민들이 아파트 일에 주체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아파트 전체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성공한 것 같았다. 과거 갈등과 비리의 아파트로 돌아갈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주민들도 나의 새로운 시도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었다. "비록 못 가봤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해줘서 너무 고맙다"는 문자를 보낸 입주민이 여럿 있었고 나를 알아보는 입주민도 더 많아졌다. 이렇게 '마을학교'는 보이는, 보이지 않는 다양한 성과로 나타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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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전 국민 주거권과 토지공개념 실현, 토지보유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인 토지배당제를 위한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2023, 공저), 《아파트 민주주의》(2020),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2018, 공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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