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치료를 받는 울산대병원 국가지정치료병상(음압병상)에서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입니다.)
연합뉴스
2월 29일 토요일, 코로나19 확진자인 아버지가 9일간의 입원 끝에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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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늦게까지 일하신 어머니는 점심시간부터 아버지 퇴원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이셨다. 어머니는 준비한 음식과 교체할 이불과 필요한 물품들을 챙긴 다음 나와 함께 아버지의 거처로 향했다(아버지는 사정상 혼자 사신다).
일단 어머니는 아버지 집 청소를 하셨다. 아들 입장에서 어머니의 건강도 크게 걱정돼 적당히 치우고 나오시도록 말씀드려도 어머니는 묵묵히 불편한 몸으로 계속 청소를 하셨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을까. 어머니가 소독약을 사와라, 쓰레기봉투를 사와라 요청하셔서 약국에 갔다.
그런데 근처 약국에는 에탄올이 없다고 한다. 뜻밖이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이젠 에탄올도 약국에 들어오자마자 사라지는 형국이라고 했다. 할 수 없이 3배 비싼 브랜드 제품의 소독약을 구입해 어머니에게 갖다 드렸다.
오후 4시, 의료진의 호출을 받고 병원으로 향했다. 담당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아버지가 갈아입을 옷, 양말, 신발을 챙겨갔다.
지하주차장을 통해 처음으로 음압병동에 들어가보았다. 의료진과 함께 아버지가 나오셨다. 아버지의 반가운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었다.
아버지는 간호사와 함께 옷을 갈아 입으러 간 동안, 담당 간호사는 아버지가 드셔야할 약 봉투와 함께 11가지 복용할 약 리스트를 포함한 2장의 퇴원교육지를 건넸다. 정해진 예약 날짜에 맞춰 감염내과로 찾아와야 하며, 그전에라도 고열, 인후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즉시 내원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간호사는 병동 전화번호에 별 표시를 하면서 특이사항이 생겼을 때 문의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이런 의료진에게 아무리 감사하다고 표현해도 너무나 부족했다. 국가적인 재난의 때에 이렇게 공공의료기관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아버지가 건강하게 코로나19를 이기고 나오도록 도와 주신 분들이 남 같지 않았고 큰 빚을 진 느낌이었다.
아버지는 차 안에서 9일 동안 안정적으로 지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됐던 것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아버지를 다시 건강하게 집으로 모시고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의료진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됐다.
아버지는 퇴원 후에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아주 건강하게 지내고 계신다.
우리 가족들은 2주 후 아버지께서 온전하게 일상으로 돌아오실 날을 기다리고 있다. 부디 2주 후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기를, 그래서 아버지가 예전처럼 동네에 나가 친구들과 식사도 하시고 외출도 자유롭게 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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