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북한에서도 대의원하려면 지역 잘 알아야... 태영호 시간 더 필요해"

[스팟인터뷰]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 연구소 소장 "태영호, 지역구 아닌 비례로 나왔어야"

등록 2020.03.17 09:32수정 2020.03.17 12:03
2
원고료로 응원
a

김형덕 소장 연세대에서 특강하고 있는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 ⓒ 김형덕

"태영호 전 공사는 50년간 북한 체제에 속해 있던 사람이다. 그러다 4년 전, 한국에 왔다. 그가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데 4년은 충분한 시간인가? 북한 이탈주민이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남한 사회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태 전 공사의 출마는 너무 이른감이 있다."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 연구소 소장이 태영호(태구민)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출마를 "섣부른 행보"라고 평했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태 전 공사를 서울 강남 갑에 공천한 건 "선거용 이벤트"라고도 했다. 

탈북한 지 27년 된 그는 1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에서도 당 대의원을 하려면 지역을 잘 알아야 한다, 태 전 공사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아니라 비례대표를 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김형덕 소장은 2000년 북한 이탈주민 최초로 김성호 전 민주당 의원의 정책비서관으로 일하며, '북한 이탈주민 정책'을 입안했다. 북한 자강도에서 태어난 그는 16살 때부터 건설노동을 위한 '돌격대'에 입대해 일했다. 건설에 필요한 공구나 자재가 부족하고, 답답한 북한의 현실에 눈을 뜬 그는 1993년 탈북해 94년에 남한 땅을 밟았다.

이후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국내에 정착한 이탈주민으로는 처음으로 금강산 관광을 가기도 했다. 2017년에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정책특보이기도 했다. 김 소장은 지난 2005년부터 개인적으로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강남 갑 지역에 출마한 태 전 공사는 지난 2016년 가족과 함께 탈북한 인사다. 10여 년, 영국에서 북한을 대표한 베테랑 외교관이었던 태 전공사의 탈북은 당시 화제가 됐다. 

이후 자신의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다 지난 2월 통합당에 입당하며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이를두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국가적 망신', '(태 전 공사는) 남한에 뿌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 16일 통화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태영호 전 공사, 한국 사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 태영호 전 공사가 지역구 의원이 아니라 비례대표로 나오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
"사회는 다양한 존재가 살아가는 곳 아닌가. 비례대표는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여러 존재를 대변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다르다. 지역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해관계를 파악해야 하고 어떤 이익을 대변할지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자기 철학이 확고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19살에 북한을 떠나 남한에서 산 지 30년이 되어간다. 남한 사회를 인지하는 데 10년 정도 걸렸다. 그리고 나서도 종종 남한 사회가 어색했다. 20년째 되니까 이제 진짜 좀 (남한을) 알겠다 싶더라. 그런데 태 공사는 한국에 온 지 4년 됐다.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본다."

- 태 전 공사가 남한사회에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보는 건가?
"예를 들어보겠다. 태 전 공사는 평양외국어학원을 졸업했다. 북한의 대학수업은 한국과 다르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관련 교육이 5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외국어, 수학, 물리 정도다. 게다가 태 전 공사는 50여 년을 북한사상, 북한 체제에서 산 사람이다. 북한에서 정규 교육을 받고 오랜 시간을 북한사람으로 산 사람이 4년 만에 남한의 민주주의를 이해할 수 있을까?"

- 하지만 태 전 공사는 10여 년을 영국에서 생활했다.
"내가 태 전 공사의 영국생활을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그가 외국 생활을 오래 한 건 맞다. 하지만 영국에 살면서 그의 주요 임무가 북한 외무성의 지시를 받고 관철시키는 거였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영국의 자본주의나 민주주의를 체화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생각해봐라, 우리도 외국생활을 하면 누구와 더 친하게 지내나? 그 나라에 사는 한국인들과 더 자주 만나고 접촉하지 않나? 태 전 공사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영국에서 북한사상으로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 태 전 공사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 어떤 제약이 있을까?
"일단 태 전 공사의 경호가 제일 문제다. 그는 특별보호대상자라 경찰 경호가 계속 붙는다. 그런 환경에서 지역주민하고 얼마나 접촉할 수 있을까? 지역구 국회의원은 포장마차 아주머니하고도 친구가 되어야 하고, 언제든 편하게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지금 상황(특별보호대상자)에서 태 전 공사가 지역주민과의 스케줄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까."

- 그는 국회의원으로 나서며 '통일'을 자신의 아젠다로 삼았다.
"그가 통일 한국의 가능성을 말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려고 하는 건 두말없이 동의한다. 이는 국가적 과제이자 아젠다이다. 특정 개인의 테마도 아니고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 가치만 외칠 수는 없다. 미래통합당이 북한 이탈주민인 태 전 공사를 영입하고 기회를 준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기회를 주느냐가 중요하다. 통합당이 태 전 공사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공천한 건 선거를 위해 이벤트적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당의 어떤 위원회에서 일정기간 역할을 하게 한 후 지역구든 비례든 하도록 했으면 가장 이상적이었을 거다. 그게 아니라 반드시 21대 총선에서 태 전 공사가 국회의원이 되어야 했다면 지역구가 아니라 비례였어야 한다."

"북한에서도 당 대의원을 하려면, 지역을 알아야 한다"
 
a

취재진 질문 답하는 태영호 전 공사 제21대 총선에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후보로 출마하는 태영호(태구민) 전 주영북한대사관 공사가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주변에 있는 북한 이탈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람들이 오해할까 봐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 어려워하는 분위기다. 자기가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서 질투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다른 이탈주민들의 생각을 다 내가 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몇몇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북한이탈주민에게 물으니 태 전 공사의 출마는 너무 이른감이 있다고들 했다. 이탈주민도 국회의원도 하고 다양한 직업,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남한 사회를 잘 알아야 한다."

- 북한에도 지역 국회의원이나 비례대표의 개념이 있나?
"북한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니까 최고인민회의를 우리의 국회와 동급으로 볼 수 없다. 그런 북한에서도 당 대의원을 하려면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북한에서 당 중앙위원이 우리로 치면 비례대표다. 중앙위원은 지역과 관계없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당 대의원은 다르다. 지역에서 오래 일하고 신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자리다. 예를 들어 자강도 대의원을 하려면, 자강도 사람이어야 한다. 지역을 대변해야 하니까. 우리의 지역구 국회의원도 마찬가지 아닌가?"

- 국회에서 일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국회에서 정책보좌관을 하며 낯설었던 건... 사실 (주저하다가) 별다른 게 아니다. 북한에서도 남녀가 같이 일하지만, 둘의 지위가 동등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부끄럽지만, 국회에서 여성의원도 있고 나보다 직책이 높은 여성 보좌관들도 있는데,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게 어려웠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받아들이는 건 다르지 않나. 말하기 부끄럽지만, 사실 그랬다. 북한은 가부장적이다. 봉건사회였다. 그곳에서 19년 살았던 나로서는 여성과 정말 인간 대 인간으로 동등한 자세로 일한다는 게 낯설었다. 그때는 그랬다."

- 북한 이탈주민으로는 최초로 국회의원의 정책비서(당시 김성호 의원)와 당 대표(당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특보를 했는데 어떤 것들을 했나?
"남북관계를 보통의 관계로 전환하고 싶었다. 남북은 (여전히) 이념적으로 싸우는, 정상적인 관계라고 부르기 힘든 사이니까. 그래서 정책보고서를 내고 입법을 제안하고 그랬다. 2001년에 이미 나는 한반도 평화번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평화가 전제돼야 남북이 교류하고 자연스럽게 번영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특보로 일할 때는 일단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민주주의국가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밑에서부터 시작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주민들의 의견이 중요한 게 아니다. 김정은은 북한의 현실적인 '관리자'다. 그래서 북한과 무엇을 하려면 일단 정상이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개별관광 등 남북교류와 관련한 여러 제안을 했다, 북한의 반응은 어떨까?
"평화적 메시지를 던지는 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구체적인 제안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북한이 제안할 수 있는 분위기,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무언가 하자고 하면 의심부터 하고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역제안을 하기 일쑤지 않나? 북한과 무엇을 하려면 먼저 북한의 사정을 잘 파악한 후 북한이 먼저 제안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태영호 #태구민 #미래통합당 #북한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