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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한국 관료 건전재정에 강박, 지금 적자가 문제 아냐"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준전시 상황 규정...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 주문

등록 2020.03.19 12:24수정 2020.03.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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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김종철
 
"지금 상황이 거의 준전시인데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이나 미국에서 '재정 적자 나니까 히틀러랑 적당히 싸우자' 이랬으면 지금 세상이 어떻게 됐겠어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준전시' 상황에 빗대며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장 교수는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금의 경제위기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잘못 처리해 문제가 더 커졌다"라며 "1998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 1600선 바닥 아니다, 더 내려갈 것"

정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제도 개혁을 제대로 안하고 돈 풀어서 문제를 봉합해 놓았다, 자본주의 역사상 없었던 저금리에 돈을 풀었지만 금융기관에만 가고 실물경제에는 잘 돌아오지 않았다"라며 "금융시장에 거품이 확 끼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뇌관을 터뜨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1997년 IMF 때는 우리나라 집값이 3분의 1토막까지도 났었고 전체적인 실물 경기가 추락했었는데 그때보다 더할 수도 있다는 말씀인가'라고 묻자, 장 교수는 "그렇게 보고 있다"며 "특히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부채가 엄청 많이 늘어 전문가들이 '금융시장 교란이 오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었는데 최악의 타이밍에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의 불확실성 때문에 경기 반등 시점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장 교수는 코스피가 1600선 밑으로 떨어졌지만 아직 바닥은 아니다라며 "더 밑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단적으로 미국 연준에서 연일 '이자율을 거의 제로로 내린다', '몇 조 달러를 푼다'라고 하는데도 한 2시간 지나면 주식시장이 다시 떨어진다"라며 "지금은 실물경제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늘릴 수 없는 상황, 집세나 전기·수도요금 감면해야"


각 국 정부가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현금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장 교수는 현금 보다는 집세(임대료), 전기·수도요금 등 생활에 필수적인 비용을 정부가 감면하거나 지원하는 방안이 낫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택배나 온라인 배달이 마비돼 소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장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마다 1000달러씩 나눠주겠다고 하는데 보내도 나가서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돈을 주면 어느 정도는 쓰겠지만 (미국이) 한국같이 택배가 잘돼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사람들을 도와주려면 기본 생활에 필요한 비용들, 집세라든가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 그런 걸 도와줘야 된다"라며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인터넷 쇼핑과 배달이 발달해서 다른 나라에 비하면 현금 지급 방식이 조금 더 효과가 있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기업들에 대한 임금 보조 필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국제노동기구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몇천만 명의 실업자가 생길 거라고 예상한다"며 "기업들이 사정이 안 좋아서 해고해야 될 인원들을 해고 하지 않으면 그 임금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서 보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한국의 경우 자영업자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이 총 노동 인구의 25% 정도 되는데 유럽(15%), 미국(7%미만)보다 굉장히 높아 자영업자 대책이 굉장히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재정 관료들, 건전 재정에 강박 관념있다" 비판

장 교수는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로 인한 국가 채무 증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정부 재정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건전한 나라"라며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장 교수는 "참 안타까운 게 우리나라 재정 관료들은 지나친 건전 재정에 대한 강박 관념이 있다"라며 "우리나라 국채 비율이 국민소득 대비해서 40% 좀 넘는데 유럽의 대여섯 개 나라 빼고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죽하면 재정 적자 싫어하는 OECD에서 한국은 좀 더 재정을 써도 된다 이런 이야기를 맨날 하겠느냐"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전시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고 행동하면 재정 적자 좀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하준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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