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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2020화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 교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주장] 최선 다해 준비하고 있지만, 개학 이후가 두렵다

등록 2020.04.06 08:34수정 2020.04.0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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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시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3월 3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시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는 삼각대와 핀 마이크를 샀고, 오늘은 예정에 없던 태블릿 피시를 장만했다. 3년 된 낡은 스마트폰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 원격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들을 구매했다. 온라인 개학을 며칠 앞두고 마음이 급한 나머지 주저 없이 결제해버린 것이다.

학교에 장비가 있다 한들,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기도 뭣하다. 50명도 넘는 교사가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 뽑듯 순서를 정할 수도 없고, 교과별로 수업 준비가 단시간에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마음 졸일 바에야 적지 않은 액수지만 사는 게 속 편하다.

아침 일찍 출근해 빈 교실에서 수업을 녹화했다. 먼저 노트북을 빔프로젝터에 연결하고, 미리 만들어 놓은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하얀 칠판에 띄웠다. 정면에 새로 산 삼각대를 세우고, 마이크를 연결한 스마트폰을 고정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스마트폰 렌즈를 아이들 눈빛 삼아 수업을 진행한다는 게 낯설고 어색했다. 아이들과 주고받는 대화가 없으니 생동감이 없고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지 않았다. 마치 교사가 아니라 '무대의 연기자'가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

녹화 내내 횡설수설했다. 명색이 22년 경력의 교사라는 게 스스로 무색해졌다. 교사로서 수업의 설렘은 가르치는 내용에 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오가는 눈빛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26분 22초, 쉼 없이 혼자 떠든 1차시 수업 녹화가 간신히 끝났다.

퇴근 후 태블릿 PC와 전자펜을 가지고 수업 영상을 만들어 보았다. 얼굴이 나오지 않는 대신, 교실에서 실제 강의하는 모습을 녹화할 때보다 화면이 선명하고 음성 전달력도 훨씬 뛰어났다. 배경 화면에 띄운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아침 강의 때 사용한 것과 동일하다.

핵심 정리가 된 노트에 밑줄과 메모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 교실에서 한 강의보다 속도감이 있고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이들이 들을 때도 마치 실제 공책을 펴놓고 공부하는 것처럼 친근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 용량도 200~300MB에 불과해 업로드도 쉽다.


녹화를 위한 도구도 인터넷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데다, 조작 또한 그다지 어렵지 않다. 더욱이 강의 도중 다양한 이미지 자료들을 선명한 화질로 활용할 수 있어 원격 수업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생각된다. 굳이 교실에서 녹화할 필요가 없어 공간의 제약도 없다.

다만 태블릿 PC가 개인적으로 구입하기엔 너무 비싸다는 게 흠이다. 모델마다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중고품이 아니라면 대개 백만 원을 호가한다. 십만 원 이내로 마련할 수 있는 삼각대와 핀 마이크 정도라면 모를까, 선뜻 지갑을 열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방침, 불만 표출할 시간도 없다
  
 제주지역 원격수업 시범 학교로 선정된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1일 오전 한 교사가 교내 방송 시스템을 활용해 실시간 모의 화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지역 원격수업 시범 학교로 선정된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1일 오전 한 교사가 교내 방송 시스템을 활용해 실시간 모의 화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교육부의 공식 발표로 온라인 개학을 위한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학교마다 원격 수업 관련 연수가 이어지고 있고, 교사들은 강좌 개설 준비로 분주하다. 4월 9일 온라인 개학식을 앞두고, 두 과목 이상의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 교사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교사들 사이에서 온라인 개학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거의 잦아든 상태다. 우려가 말끔히 해소됐다기보다 불만을 표출할 겨를이 없어서다. 구체적인 개학 일정까지 나온 마당에 반대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싶긴 하다.

교사마다 원격 수업 준비에 경황이 없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과연 '아이들이 충실히 듣겠냐'는 거다. 수업의 질을 높이면 문제 될 것 없다는 공자의 말을 건네는 분도 없진 않다. 그러나 교사들은 하나같이 그저 수업일수를 채우는 요식행위가 될 게 빤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에서 권장하는 원격 수업 방식은 세 가지다. 강의 영상을 제작해 탑재하는 방식과 실시간으로 쌍방향 수업을 하는 방식, 그리고 과제 수행형 방식이 그것이다. 과제를 부과하고 점검하는 과제 수행형 방식은 이미 지난 휴업기간 동안 대부분의 학교에서 시행해오고 있다.

그중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당장 실시간 스트리밍이 가능한 인터넷 환경을 갖춘 학교가 많지 않고, 그나마 끊기기 일쑤여서 실효성이 없다. 과제 수행형은 실제 수업이라고 보기 어려워, 각자 강의 영상을 만들어 듣도록 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다만 온라인 개학과 원격 수업을 기존의 학사 운영 방식에 그대로 끼워 맞출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당일 수업을 듣지 않았다고, 담임교사가 무단결석 처리를 할 수 있느냐는 거다. 규정대로 처리해도 문제고, 하지 않아도 문제인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휴업 기간인 지금도 연락이 닿지 않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학급별 단톡방에 남긴 메시지를 읽지 않는 것이야 그렇다 해도, 담임교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물며 진도를 나간다고 그들이 비대면 원격 수업을 챙겨 들을지 의문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지난 한 달 동안 교과별로 정기적인 과제를 부과하고 점검하는 등 학습 관리를 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수능 기출문제를 블로그에 탑재하고 오답 노트를 자필로 작성하여 메일로 보내도록 했다. 그런데 과제를 꾸준히 수행한 아이는 239명 중 39명에 불과하다.

성적에 반영되지 않은 탓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교사들 사이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형식이야 어떻든 비대면 수업의 한계라는 것이다. 공부할 아이는 어떻게든 하고, 마음이 없는 아이라면 대면 수업이 아니고서는 동기부여는커녕 통제조차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원격 수업이 정작 학교에서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아이들을 도리어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미다. 이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기의 보급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다. 그들에게 온라인 개학은 휴업 기간인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거다.

교육부가 그토록 우려하는 학습 공백은 근본적으로 온라인 개학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지금 교육청도, 학교도, 지속적인 교사 연수를 통해 강의 개설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아이들의 학습 효과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 나머지는 가정의 몫으로 돌리는 셈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완벽한 대안이란 있을 수 없고, 비단 학교 교육 문제만도 아니다. 더는 법정 수업일수를 줄일 수도 없고, 법을 개정하기도 만만치 않고, 입시 일정도 고려해야 하니, 이 와중에 학습 효과까지 살피는 건 무리일 줄 안다. 다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학교 교육에 애꿎은 생채기가 날까 두렵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을 4월 9일 이후로 연기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수시·정시모집 등 대학 입시 일정도 2주 연기한 3월 31일 오후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원격 교육을 위한 수업 영상을 녹화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을 4월 9일 이후로 연기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수시·정시모집 등 대학 입시 일정도 2주 연기한 3월 31일 오후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원격 교육을 위한 수업 영상을 녹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뒷북 같긴 하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거라며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사교육 의존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학교 교육을 유명무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우선 온라인 개학과 함께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길을 늘어나게 될 것은 명약관화다. 지금도 불안한 마음에 끊질 못하는데, 시험 범위에 포함될 원격 수업이 시작되면 학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학습 효과를 따지자면 대면 수업은 원격 수업보다 절대 우위에 있다.

추후 등교가 결정되고 학교 수업이 정상화된 후엔 학사 일정상 원격 수업으로 이미 배운 내용을 다시 가르칠 순 없다. 그럴 거면 서둘러 온라인 개학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학교에서 개설한 원격 수업은 클릭만 하고, 학원에서 다시 배우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해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원격 수업을 곁에서 도와주어야 하는 일까지 떠맡겨져 돌봄의 고통이 배가될 수 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원격 수업은 제대로 된 교육일 수 없다.

두 명의 초등학생을 키우고 있는 한 지인의 하소연도 흘려들을 수만은 없었다. 온라인 개학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부모의 교육철학이 순간 무너져 내렸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스마트폰의 폐해를 심각하게 여겨 아이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사주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웠다고 한다.

온라인 개학을 하면 두 아이에게 스마트폰이든 뭐든 손에 들려줘야만 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 난감하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켠 이상 수업용으로만 사용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 기우일지언정 차라리 원격 수업을 안 듣느니만 못한 상황이 벌어질까 두렵다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조차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해 온갖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많은 고등학교가 등교할 때 학급별로 수거했다가 하교할 때 반출하도록 학칙으로 정하고 있는 이유다. 하물며 부모의 도움 없이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초등학생임에랴.

최선을 다해 온라인 개학에 대비하고 있지만, 솔직히 뒤로 물릴 수만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우리 모두 상상력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건 백 번 공감한다. 다만 학교도, 교사도, 아이들까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학교 교육에 애꿎은 생채기가 날까 그것이 두려울 뿐이다.
#온라인 개학 #원격 수업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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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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