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원격수업 시범 학교로 선정된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1일 오전 한 교사가 교내 방송 시스템을 활용해 실시간 모의 화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의 공식 발표로 온라인 개학을 위한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학교마다 원격 수업 관련 연수가 이어지고 있고, 교사들은 강좌 개설 준비로 분주하다. 4월 9일 온라인 개학식을 앞두고, 두 과목 이상의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 교사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교사들 사이에서 온라인 개학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거의 잦아든 상태다. 우려가 말끔히 해소됐다기보다 불만을 표출할 겨를이 없어서다. 구체적인 개학 일정까지 나온 마당에 반대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싶긴 하다.
교사마다 원격 수업 준비에 경황이 없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과연 '아이들이 충실히 듣겠냐'는 거다. 수업의 질을 높이면 문제 될 것 없다는 공자의 말을 건네는 분도 없진 않다. 그러나 교사들은 하나같이 그저 수업일수를 채우는 요식행위가 될 게 빤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에서 권장하는 원격 수업 방식은 세 가지다. 강의 영상을 제작해 탑재하는 방식과 실시간으로 쌍방향 수업을 하는 방식, 그리고 과제 수행형 방식이 그것이다. 과제를 부과하고 점검하는 과제 수행형 방식은 이미 지난 휴업기간 동안 대부분의 학교에서 시행해오고 있다.
그중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당장 실시간 스트리밍이 가능한 인터넷 환경을 갖춘 학교가 많지 않고, 그나마 끊기기 일쑤여서 실효성이 없다. 과제 수행형은 실제 수업이라고 보기 어려워, 각자 강의 영상을 만들어 듣도록 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다만 온라인 개학과 원격 수업을 기존의 학사 운영 방식에 그대로 끼워 맞출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당일 수업을 듣지 않았다고, 담임교사가 무단결석 처리를 할 수 있느냐는 거다. 규정대로 처리해도 문제고, 하지 않아도 문제인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휴업 기간인 지금도 연락이 닿지 않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학급별 단톡방에 남긴 메시지를 읽지 않는 것이야 그렇다 해도, 담임교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물며 진도를 나간다고 그들이 비대면 원격 수업을 챙겨 들을지 의문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지난 한 달 동안 교과별로 정기적인 과제를 부과하고 점검하는 등 학습 관리를 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수능 기출문제를 블로그에 탑재하고 오답 노트를 자필로 작성하여 메일로 보내도록 했다. 그런데 과제를 꾸준히 수행한 아이는 239명 중 39명에 불과하다.
성적에 반영되지 않은 탓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교사들 사이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형식이야 어떻든 비대면 수업의 한계라는 것이다. 공부할 아이는 어떻게든 하고, 마음이 없는 아이라면 대면 수업이 아니고서는 동기부여는커녕 통제조차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원격 수업이 정작 학교에서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아이들을 도리어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미다. 이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기의 보급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다. 그들에게 온라인 개학은 휴업 기간인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거다.
교육부가 그토록 우려하는 학습 공백은 근본적으로 온라인 개학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지금 교육청도, 학교도, 지속적인 교사 연수를 통해 강의 개설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아이들의 학습 효과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 나머지는 가정의 몫으로 돌리는 셈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완벽한 대안이란 있을 수 없고, 비단 학교 교육 문제만도 아니다. 더는 법정 수업일수를 줄일 수도 없고, 법을 개정하기도 만만치 않고, 입시 일정도 고려해야 하니, 이 와중에 학습 효과까지 살피는 건 무리일 줄 안다. 다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학교 교육에 애꿎은 생채기가 날까 두렵다